한국다예 책자 전문


 

◈  한 국 다 예(韓 ·國 ·茶 ·藝)

 


初版발행 : 1988년 2월 15일
四版 발행 : 1993년 7월 30일
저    자 : 석    용     운
출 판 사 : 도서출판   초의

※  차    례  ※

제 1 장  개론(槪論)  /  4
제 1 절  차란 무엇인가?  /  4       
         1. 정의  /  4
제 2 절  정통차  /  5
         1. 차나무  /  5
            1) 식물학적 분류와 종류  /  6
            2) 차나무의 분포  /  7
         2. 차이름  /  10
            1) 차의 명칭  /  10
            2) 다와 차음의 유래  /  12
               (1) 삼국시대  /  12       (2) 고려시대  /  12         (3) 조선시대  /  13
         3. 성분과 효능  /  16
            1) 성분  /  16
               (1) 카페인 성분  /  17
               (2) 탄닌류 성분  /  17
               (3) 단백질과 그 밖의 질소화합물  /  17      
               (4) 탄수화물 성분  /  17
               (5) 각종 식물성 색소(엽록소)  /  18           
               (6) 방향유  /  18
               (7) 유기산 성분   /  18                      
               (8) 비타민 성분  /  18
               (9) 효소 성분  /  19                      
              (10) 무기 성분(회분)  /  20 
            2) 효능  /  20
               (1) 카페인의 효능  /  22                 (2) 탄닌의 효능  /  23
               (3) 엽록소의 효능  /  24                 (4) 비타민의 효능  /  25  
               (5) 무기성분의 효능  /  25
제 3 절  차의정신  /  26
         1. 다도란 무엇인가?  /  27
            1) 도교의 도사상  /  28                     2) 유교의 도사상  /  30
            3) 불교의 도사상  /  33    
         2. 차의 정신  /  37
            1) 차는 선이다  /  37                       2) 차는 멋이다  /  38
            3) 차는 절개다  /  38                       4) 기타  /  39


제 2 장  차생활  /  39
제 1 절  차의 종류  /  39        
         1. 차의 분류  /  39
            1) 제다법에 따른 분류  /  39
               (1) 부조차의 종류  /  40                 (2) 증제차의 종류  /  40
               (3) 발효차의 종류  /  40                 (4) 병다의 종류  /  41
            2) 품종에 따른 분류  /  41
            3) 기타. 혼합차의 분류  /  41  
         2. 한국차의 종류  /  41
            1) 입차  /  42               2) 가루차  /  42           3) 떡차  /  42
            4) 홍차  /  42               5) 기타  / 42
제 2 절  차의 도구  /  42
         1. 차의 도구  /  43
            1) 다관  /  43               2) 찻잔  /  43             3) 찻잔받침  /  43
            4) 숙우  /  43               5) 차수저  /  44           6) 찻상  /  44 
            7) 차수건  /  44             8) 찻상포  /  44           9) 탕관  /  44  
           10) 퇴수기  /  45            11) 물바가지  /  45        12) 물항아리  /  45
           13) 기타  /  45
제 3 절  차의 보관법  /  45
         1. 차의 취급  /  45
         2. 차의 변질  / 45
            1) 차의 변질  /  45
            2) 차색의 변화  /  46
            3) 수색의 변화  /  46
            4) 향미의 변화  /  47
         3. 옛날의 방법  /  47
            1) 죽순잎 저장법  /  47
            2) 볏짚재 저장법  /  47
            3) 한지 저장법  /  48
         4. 현대의 방법  /  48
            1) 상온 저장법  /  48
            2) 저온 저장법  /  48
               (1) 냉장의 효과  /  49              (2) 냉장기간  /  49
               (3) 냉장온도  /  49                 (4) 냉장고의 습도  /  49
               (5) 냉장시의 주의점  /  49
            3) 가스 저장법  /  50

제 3 장  다인연대표  /  51

제 4 장  행다법  /  65
         1. 고구려시대 행다법  /  65
            1) 무용총의 행다법  /  65             
            2) 각저총의 행다법  /  66
         2. 백제시대 행다법  /  67
         3. 신라시대 행다법  /  67
            1) 충담선사의 행다법  /  67
               (1) 삼화령의 미륵세존께 올리는 헌다의식  /  67
               (2) 귀정문 루에서 경덕왕께 헌다  /  68
            2) 보천·효명태자의 행다법  /  69
               (1) 오대산 문수보살께 올리는 헌다의식  /  69
               (2) 오대산 신성굴 보천태자께 올리는 헌다의식  /  71
            3) 원효성사의 행다법  /  72          
            4) 지장법사의 행다법  /  73
            5) 진감선사의 행다법  /  74         
            6) 수철화상의 행다법  /  75
            7) 최치원의 행다법  /  76
               (1) 신라 최치원의 부모 행다법  /  76
               (2) 최치원의 행다법  /  77
            8) 사선랑의 행다법  /  78
         4. 가락국시대 행다법  /  79
            1) 김수로왕묘의 행다법  /  79
         5. 발해시대 행다법  /  80
         6. 고려시대 행다법  /  81
            1) 고려의 진다의식  /  81
               (1) 길례때 진다의식  /  81
                   ① 중사때 문선왕묘의 진다의식  /  81
               (2) 흉례때 진다의식  /  82
                   ① 중형주대의 진다의식  /  82

 

 

 

 

 

 

 

 

 


제 1 장 개론(槪論)

 

제 1 절 차란 무엇인가 ?

1. 정의

  우리네 조상들이 차를 즐겨 마신 이유를 종합해 보면 대략 세가지로 집약할 수 있다. 첫째는 건강에 이롭기 때문이다. 둘째는 사색 공간을 넓혀주고 마음의 눈을 뜨게 해주기 때문이며, 셋째는 사람으로 하여금 예의롭게 하기 때문이다.

  그럼 차란 무엇인가 ?

 『차』라고 하는 것은 식사 후나 여가에 즐겨 마시는 기호음료를 말한다. 그러나 요즈음 우리네가 끓여 마시는 것은 모두 차라고 하고 - 보리차, 모과차, 생강차 등 - 심지어 커피, 쥬스까지도 차로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이 있는데 이는 지극히 잘못된 일이다. 엄밀히 말하면 차나무의 순(荀)이나 잎(葉)을 재료로 해서 만든 것만을 차라고 할 수 있지 그밖의 것은 차라고 할 수가 없다.


  차는 두 가지로 대별해 볼 수가 있는데 첫째는 물질적인 개념의 차이고 둘째는 정신적인 개념의 차이다. 물질적인 차는 잘 끓인 탕수(湯水)에 어떤 종류의 식물질을 적당히 첨가해서 울궈 마시는 것을 말하며 정신적인 차는 법도(法度)에 맞는 차생활을 통해서 느끼는 현현(玄玄)한 아취(雅趣)가 지극(至極)한 경지에 이르러 묘경(妙境)을 터득할 수 있는 차의 정신세계를 말한다. 물질적인 차는 다시 대용차(代用茶)와 정통차(正統茶)로 나누어 볼 수가 있으며 정신적인 차는 차정신(茶精神)과 다도관(茶道觀)으로 나눈다. 이 물질적인 개념의 대용차란 흔히 시중의 다방가에서 범람하는 커피, 쥬스, 콜라, 사이다 등속의 서구 유럽에서 들어온 서양식 대용차와 옛부터 우리네 조상들이 즐겨 약초로 달여 마셔오던 백산차(白山茶), 박하차(薄荷茶), 구기자차(拘杞子茶), 귤피차(橘皮茶), 유자차(柚子茶), 생강차(生薑茶), 모과차(木瓜茶), 오가피차(五加皮茶), 결명자차(決明子茶), 두충차(杜 茶) 등의 생약재(生藥材)로 만들어 마시는 동양식 대용차가 있다. 이는 모두가 차 대용으로 마시는 가짜차이다.
대용차(代用茶)


  그리고 전통차란 산다화과(山茶花科)에 속하는 상록관엽수(常綠灌葉樹)로 가을에 다섯 잎의 흰꽃이 피며 동백나무 씨앗 같은 열매를 맺는 차나무의 어린 순을 봄철에 채취해서 양호한 불기운에 볶아서 적당히 끓인 탕수(湯水)에 울궈 마시는 진짜차를 말한다. 정통차는 발효를 전효 시키지 않은 순수한 녹차(綠茶 : Green Tea)와 완전히 발효시킨 홍차(紅茶 : Black Tea)가 있다. 그리고 기타로 반쯤만 발효시킨 반발효차도 있다.
정통차(正統茶)


  다음 차정신은 그 시대를 지배하던 사상과 철학에 바탕을 두고 완성된 정신세계로 불교의 선사상(禪思想)과 계합하여 선다일여(禪茶一如)의 정신세계를 이루고 유교의 예의식(禮儀式)에 의거하여 다례의식(茶禮儀式)과 정신이 확립되었으며 선교(仙敎 : 중국으로 건너가 道敎가 됨)의 불로장생(不老長生) 연단술(鍊丹術)에 의해 신선(神仙)이 되어 자연과 합일(合一)하는 사상으로 자연을 예찬하는 시가(詩歌) 풍류(風流)로 멋의 세계를 완성했다. 이외로 불기(不器)의 정신세계와 바라밀(波羅蜜)의 경지를 얻는 우리의 독특한 차 정신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다도관(茶道觀)은 차생활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경지로 마음의 근본 기틀인 신(神)과 몸의 작용(用)인 체(體)와 이치의 건전함인 건(健)과 신령스런 영(靈)이 있다.
  이를 도표로 그리면 다음과 같다.

                                              西洋式 代用茶 - 커피, 코코아, 쥬스 등
                               代用茶
                                              東洋式 代用茶 - 白山茶, 柚子茶 등
           物質的인 茶
                                              綠茶(Green Tea) - 團茶, 葉茶
                               正統茶
                                              紅茶(Black Tea) - 世界 各國 生産

                                              佛敎 - 禪 - 禪茶 - 如
                             
                               茶精神         儒敎 - 禮 - 茶禮, 節介

                                              仙敎 - 風流 - 멋, 詩歌
           精神的인 茶
                                              神 - 機 - 마음 - 기틀

                                              禮 - 用 - 몸 - 활용
                               茶道觀
                                              健 - 理 - 건전 - 이치

                                              靈 - 妙 - 신령 - 현묘

제 2 절 정통차(正統茶)

1. 차나무

1) 식물학적 분류와 종류

  차의 식물학적 분류와 학명은 오랫동안 여러 학자들 사이에 혼란을 야기해 왔는데 스웨덴의 식물학자 린네(C. V. Linne)가 주장한 데아 시넨시스(Thea - Sinensis)를 학명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
 「Thea」는 "차"음이 유럽 쪽에 전파되어 굳어진 학술어(學術語)이며, 「Sinensis」는 중국이라는 지명의 뜻을 가지고 있다.
  린네(Linne)는 1753년 5월에 최초로 차나무의 학명을 「Theasinensis」라고 붙였다. 그러나 삼개월 후에는 학명을 다시 「카멜리아 시넨시스」(Camellia Sinensis)라고 바꿨다. 그 후 몇몇 사람이 비슷한 학명을 붙였으나 크게 쓰여지지 않고 1958년에 영국의 식물학자 실리(R. Sealy)가 학명을 카멜리아 시넨시스(L) 오우 큰쓰(Camellia-Sinensis(L) O.Kuntze)라고 하였다.
  이처럼 혼미를 거듭해 온 차나무는 특용작물로서 산다과(山茶科)에 속하는 상록활엽관목(常綠 葉灌木)이다.
  가을이면 하얀 찔레꽃 같은 흰꽃이 소담스럽게 많이 피며 동백 나무 씨앗 같은 둥그런 열매가 가지마다 주렁주렁 열린다. 대체로 기후가 온난하고 강우량이 많으며 배수가 잘 되는 경사지나 구릉이 생육에 알맞고 토질은 부식질이 많은 양토질로서 겉흙이 깊고 배수가 잘 되어야 한다.

차나무의 학명 변천도


          차나무의 식물학적 지위                                차나무의 생태
        
  차나무의 생김새는 종류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는데 대체로 차나무는 4종류로 나눈다. 중국대엽종(中國大葉種 : Macrophhylla), 중국소엽종(中國小葉種 : bohea), 인도종(印度種 : assamica), 산종(shan種 : buymensis)등 4변종(四變種)이 있다. 중국대엽종은 중국의 호북성(湖北省), 사천성(四川成), 운남성(雲南省) 지방에서 재배된다. 잎은 약간 둥글고 커서 길이가 13 - 15㎝(엽장)이며 넓이가 5 - 6.5㎝ 이고 나무의 높이는 5 - 32m 정도까지 자란다. 고목성으로 엽맥은 8 - 9쌍이고 끝이 뾰족하지 않다. 중국소엽종은 중국의 동남부와 한국, 일본, 타이완 등지에서 많이 재배되는데 주로 녹차(녹차)용으로 이용된다. 나무 크기가 2 - 3m밖에 안되어 관리하기가 편하고 품종을 개량하여 다량생산을 할 수 있는 좋은 수종이다. 잎은 작아서 4 - 5㎝에 불과하며 단단하고 짙은 녹색이다. 엽맥은 6 - 8 쌍이고 수형을 고르게 잡을 수 있고 겨울철 추위에도 비교적 강한 편이다. 인도종은 인도 아샘(Assam), 매니푸(Maipur), 카챠르(Cachar), 루차이(Luchai) 지방에서 주로 생육된다. 잎은 넓어서 길이 22 - 30㎝에 달하고 고목성으로 나무 높이가 10 - 20m 나 된다. 엽질은 엷고 부드러우며 잎색은 약간 짙은 농록색(濃綠色)이다. 엽맥은 12 - 16쌍이나 되고 잎살은 부풀어서 잎면이 우굴쭈굴 된다. 잎의 끝이 좁고 뾰족하다. 인도종 중 루차이 지방에서 자라는 나무가 가장 크고 잎의 길이도 길어 35㎝까지 되는 것도 있다. 샨종은 샨(Shan) 지방이라 불리워지는 통킹, 라오스, 타이 북부, 미얀마  북부 지방에 분포되어 있는 차나무 수종이다. 잎은 비교적 넓어 15㎝ 내외가 되고 고목성으로 나무 높이가 4 - 10m에 달하고 엽색은 엷은 녹색이고 엽맥은 10쌍이다. 잎의 끝이 비교적 뾰족한 중간 수종이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차나무는 중국소엽종 계열로서 온대성 기후에 알맞고 추위에도 강한 품종으로 수입 연대를 정확히 알 수가 없는 재래종 차나무이다. 그리고 전남지방 일부 단원에서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는 차나무는 일본에서 수입한 야부기다종 차나무로서 생산량이 많고 추위에도 잘 견딘다.

차나무의 종류


2) 차나무의 분포

  우리나라에 차나무가 야생하는 지역을 보면 전라남도와 제주도 전지역 그리고 전라북도와 경상남도의 일부지역에 국한되어 있다. 차나무는 열대·온대·아열대성 기후에서 재배되는 특용작물로서 겨울 기온이 최하 섭씨 영하 15도 이하로 내려가게 되면 거의 동사(冬死)하고 만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위도상으로 불 때 35도 35분선 이남에서만 재배가 가능하며 그 이북은 겨울철에 얼어 죽기 때문에 재배가 안 된다. 현존하는 차밭이나 야생차도 모두 이 지역 내에 있다. 현재 야생하거나 재배하고 있는 차밭의 위치를 보면 서해안의 변산반도와 김제 금산사(金山寺)와 웅포면 웅포리 봉화산 임해사 터가 최고 상한선이고 내륙으로는 정읍 내장사(內藏寺)와 구례 화엄사(華嚴寺) 그리고 함양이 상한선이며 동해안으로는 울산시 다운동(茶雲洞) 다전(茶田) 마을이 최고 한계선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 차재배가 가능한 지역은 전라남도 전지역과 제주도 전지역 전라북도 해안선을 낀 일부지역과 경삼남도 함양, 하동, 진주, 사천, 양산, 울산지역이 차 재배에 적합한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차나무들은 거의가 사찰 주변에 야생하고 있고 사원을 중심으로 발달되었으며 사찰림 내에 야생하고 있다. 그것은 한국의 차문화가 사원을 중심으로 해서 발달되었고 승려들이 증심이 되어 차생활이 유지되어 왔으며 승려들이 차나무를 가져다 번식시켰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도 산중에 야생하는 차나무는 거의가 사찰림 구역내에 있으며 역사가 있는 사찰 주변에는 어디에나 차나무가 있고 차나무가 야생하는 곳은 거의 옛날 절터이다. 그래서 사원 입구에는 차를 재배해서 만들어 바치는 다촌(茶村)이라는 마을이 있었다.

  그러면 우리 옛 조상들이 차나무를 재배해서 만들어 마셨던 곳이 어딘가 문헌을 통해서 알아 보도록 하자. 지금까지 밝혀진 차의 산지를 기록한 문헌으로는 「세종실록지리지」가 가장 오래된 기록이다. 세종실록지리지(世宗實錄地理志)는 「조선왕조실록」가운데 들어 있는 「세종실록」으로 세종대왕 당시에 각도 군현에서 올리는 토산품 중에 작설차(雀舌茶)를 진상한 내역이다. 이 기록에 보면 전라도에서 28개 군현(郡縣)과 경상도의 8개 군현, 도합 36개 군현에서 차를 생산하여 공납하였다. 전라도의 28개 군현은 고부군(古阜郡), 옥구현(沃溝縣), 부안현(扶安縣), 정읍현(井邑縣), 남평현(南平縣), 무안현(務安縣), 고창현(高敞縣), 흥덕현(興德縣), 장성현(長城縣), 순창현(淳昌縣), 구례현(求禮縣), 광양현(光陽縣), 장흥도호부(長興都護府), 나주목(羅州牧), 해진군(海珍郡), 영암군(靈岩郡), 영광군(靈光郡), 강진현(康津縣), 무장현(茂長縣), 함평현(咸平縣), 담양도호부(潭陽都護府), 순천도호부(順天都護府), 무진군(武珍郡), 보성군(寶城郡), 낙안군(樂安郡), 고흥현(高興縣), 동복현(同福縣), 진원현(珍原縣)이고 경상도의 8개 군현은 밀양군(密陽郡), 울산군(蔚山郡), 진주목(晋州牧), 함양군(咸陽郡), 고성현(高城縣), 하동현(河東縣), 산음현(山陰縣), 진해현(鎭海縣)등이다.
  이들 지역은 전라남북도와 경삼남도 일부 지역으로 조선조 초기에 차의 공납을 맡은 군현이었다. 고려 때나 신라 때는 기록이 전하지 않아 차의 생산지를 정확히 알 길이 없으나 세종실록지리지의 지역과 대동소이할 것으로 추찰된다. 그리고 이후에 차의 산지를 기록한 문헌으로는 「동국여지승람(東國與地勝覽)」과 증보판인 「신증동국여지승람」을 꼽을 수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은 성종 때 노사신(盧思愼) 양성지(梁誠之) 등이 편찬한 동국여지승람을 중종 때(1530년) 이행(李荇) 등이 증보하여 간행한 것으로 이 책 가운데 각도에서 생산되는 토산품 중의 차의 생산이 기록되어 있다. 이 기록에는 전라도에 28개 군현과 경상도에 10개 군현에서 차가 생산된다고 하였는데 전라도의 고부군(古阜郡), 흥덕현(興德縣), 옥구현(沃溝縣), 태인현(泰仁縣), 나주목(羅州牧), 광산현(光山縣), 영암군(靈岩郡), 영광군(靈光郡), 함평현(咸平縣), 고창현(高敞縣), 진원현(珍原縣), 무장현(茂長縣), 남평현(南平縣), 무안현(務安縣), 장흥도호부(長興都護府), 강진현(康津縣), 해남현(海南縣), 남원도호부(南原都護府), 담양도호부(潭陽都護府), 순창군(淳昌郡), 순천도호부(順天都護府), 낙안군(樂安郡), 보성군(寶城郡), 능성현(綾城縣), 광양현(光陽縣), 흥양현(興陽縣), 동복현(同福縣), 화순현(和順縣)이고 경상도에는 울산군(蔚山郡), 양산군(梁山郡), 밀양도호부(密陽都護府), 진주목(晋州牧), 곤양군(昆陽郡), 하동현(河東縣), 산음현(山陰縣), 단성현(丹城縣), 고성현(高城縣), 진해현(鎭海縣)등이다.
  이들은 세종실록지리지보다 도합 2개 군현이 더 늘어 났고 도별로 보면 절라도의 부안현, 정읍현, 해진군, 구례현, 장성현, 무진군, 고흥현 등 7개 군현이 빠지고 태인현, 광산현, 해남현, 남원도호부, 능성현, 흥양현, 화순현 등 7개 군현이 늘어나 결과적으로는 27개 군현 그대로이다. 경상도는 함양군이 더 늘어 난 셈이다. 그러나 세종실록지리지에 기록된 군현이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빠졌으나 차가 생산이 안 된 것은 아니다. 지금도 그 고을에는 차가 생산되는데 조사 당시 착오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 뒤 조선 말기의 학자 어숙권(魚叔權)이 쓴 「고사찰요」에 보면 전라도에 25개 군현이 있고 경상도에 1개 군현이 있다. 전라도에는 옥구, 태인, 고부, 흥덕, 고창, 무장, 함평, 순창, 진원, 영광, 담양, 광주, 나주, 능성, 남평, 동복, 무안, 보성, 화순, 순천, 광양, 낙안, 강진, 해남, 흥양이고 경상도에는 밀양, 산음, 진주, 단성, 진해, 울산, 양산, 곤양, 고성, 하동 등이다. 이 기록은 신증동국여지승람 보다는 3개소가 줄어 든 것으로 전라도의 광산군이 광주로 바뀌고 영암군, 장흥도호부, 남원도호부가 빠졌으며 경상도는 변함이 없다. 그래소 도합 35개 소가 기록되어 있다. 
  이외로도 고사찰요를 증보한 「고사신서(考事新書)와 여지도서(與地圖書), 대동지지(大東地志),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 여제(與齊)찰요 등에 차산지에 대해서 소개가 되었고 외국 서적으로는 청나라의 소방호제여지총초(小方壺齊與地叢 )」와 조선의 다와 선(朝鮮의 茶와 禪)이 있고 최근에 연구 발표한 논문으로 권태원(權兌遠) 씨의 다고사의 고찰과 현황(茶故事의 考察과 現況), 홍순관(洪淳寬) 씨의 한국다구에 대한 고찰(韓國茶具에 對한 考察)이 있다.

문헌상에 나타난 차산지 비교표


  우리나라 차재배 적지는 35도 35분선 이남이라고 할 수가 있으며 이 지역 내에서도 겨울철 동해를 비교적 적게 받는 남향이나 동향이 좋은 곳이다. 그리고 배수가 잘되는 완만한 경사지에 겉흙이 깊어 차나무의 뿌리가 깊이 내릴 수 있으면 이상적이라고 할 수가 있다. 그러나 표고 300m 이상의 고지대에서는 차나무가 잘 자라지 않는다. 외국의 경우는 (특히 인도, 스리랑카 등 열대지방) 표고 2,000m 이상의 고랭지에서 잘 자란다. 그리고 거의가 좋은 차밭은 산간에 있다. 평지는 고온 다습하여 탄저병이나 흑반병으로 차나무가 병들어 잘 죽기 때문이다.
  요즈음 전세계에 차 마시는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각국에서 차가 장려 재배되고 있다. 가까운 중국과 일본 그리고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와 인도 멀리는 아프리카와 중남미에서도 차가 재배되며 유럽에서도 생산되고 있다. 그리고 차를 많이 마시는 나라도 유럽의 여러 국가들이다.
차나무 분포지역수


2. 차이름(茶名)

1) 차의 명칭

  인류가 처음 차나무를 발견해서 무엇이라고 불렀으며 어떻게 표기했느냐를 구명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의하면 최초의 차에 대한 전문서인 육우(陸羽)의 「다경(茶經)」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차를 나타내는 글자는 혹 초두(艸)변을 따르기도 하고 혹은 나무목(木)변을 쓰기도 하고 혹은 초두와 나무목변을 함께 쓰기도 했다. 초두로 하면 마땅히 다(茶)자가 되는데 그 출처는 개원 문자음의(開元文字音義)라는 책이고 나무목변을 하면 마땅히 「다」자가 되나니 그 출전은 본초강목(本草綱目)이다. 또 초두와 나무목변을 함께 쓰면 다(茶)자가 되는데 그 글자는 이아(爾雅)에서 나왔다.」

  이와 같이 차다(茶)자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글자로 표기되는데, 표를 종합해보면 차다(茶)자와 씀바귀도( )자 그리고  , 茶, 木茶 등 모두 다섯 글자이다. 이 글자가 모두 차다(茶)자로 뜻과 글자가 귀결되고 말지만 이러한 각설의 글자가 나오게 된 것은 후대에 와서 많은 혼란을 일으키면서 생기게 된 결과이다.

  차나무를 지칭하는 글자는 차다(茶)자로 귀결되지만 이외에도 지방에 따라서 또 다른 글자로 표기하기도 했다. 이를 육우는 다경(茶經) 일지원(一之源)에서 이렇게 정리하고 있다.

 「그 이름은 첫째는 다(茶)요, 둘째는 가( )요, 셋째는 설( )이요, 넷째는 명(茗)이요, 다섯째는 천( )이다. 주공(周公)은 말하기를 가( )는 쓴차(苦茶)이다 라고 하고 양집극(楊執戟)은 말하기를 촉(蜀)나라 서남 사람들이 차를 설( )이라 하더라고 말했으며 곽홍농(郭弘農)은 말하기를 일찍 딴 것을 다(茶)라고 하고 늦게 딴 것을 명(茗)이라고 하며 혹 일설에는 천( )이라고도 한다고 하였다.」

  이상과 같이 차나무를 가리키는 글자는 다(茶)자, 가( )자, 설( )자, 명(茗)자, 천( )자 등 다섯 글자로 집약된다. 이 다섯 글자는 중국에 음다풍(음다풍)이 체계가 서고 제다법이 발달하는 수(隋)나라 말, 당(唐)나라 초에(6 - 7세기 초) 이르러 비로서 일반화 되기 시작했으며 활용되는 글자의 비중도 차다(茶)자가 대표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었고 그 다음으로 명(茗)자와 천( )자가 쓰여졌다. 그리고 가( )자와 설( )자는 퇴화되어 문헌상에서나 가끔씩 확인되는 정도였다. 이처럼 언어적 통일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을 때 우리나라에 전래가 이루어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글자들은 모두가 차나무를 가리키는 말이지 음료수를 지칭하는 말은 아니었다. 그런데 후대에 와서는 차나무의 어린 순을 따서 만들어 마시는 음료수를 가리키는 말로 변해 버렸다. 그래서 차나무를 재료로 해서 만든 음료수의 일종은 모두가 차다(茶)자로 표기 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 외로도 차를 가리키는 말로는 불경(佛經)에 나오는 알가(閼伽)라는 것이 있고 영어(英語)로는 티(TEA)와 세계 각국의 공용 학술어(學術語)로 데아(THEA)가 있다. 알가(閼伽)는 범어(梵語)로 「Arghya」를 한문으로 음역(音譯)한 것으로 아가(阿伽)라고도 하며, 이는 대일경소(大日經疏) 권11에 보면 「알가수는 즉 향기로운 물을 말한다.」라고 하여 향기가 나는 물을 알가라고 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화엄경(華嚴經)에는 알가는 차를 말한다라고 하여 불경에 나오는 알가는 차를 지칭하는 말이다. 그리고 영어로 티(TEA)라고 하는 말은 중국에서 유럽 지역으로 차가 전래될 때 복건성(福建省)의 항구 아모이의 말 데이(TAY)가 영국으로 건너가 티(TEA)라는 말로 전변한 것이다.

차(茶)명칭에 대한 해설


2) 다와 차음의 유래

(1) 삼국시대

  삼국시대에 차에 대한 표기로는 차다(茶)자와 차싹명(茗)자가 전부인 것 같다. 문헌상에 나타난 것 중 가장 확실한 것이 현존하는 탑비명(塔碑銘)인데 경남 하동군 화개면 운수리 쌍계사(雙磎寺)에 가면 국보 47호로 지정되어 있는 진감선사대공탑비(眞鑑禪師大空塔碑)가 있다. 이 비문은 대문장 최치원(崔致遠) 선생이 짓고 쓴 것으로 이 비문 가운데 「한명(漢名)」이라는 문구가 나온다. 그리고 3년 후에 지은 충남 보령군 미산명 성주리 성주사(聖住寺) 앞 마당에 있는 대랑혜화상백월보광탑비명(大朗慧和尙白月 光塔碑銘)에도 명발(茗 )이라는 글이 나오며 이 외로 차싹명(茗)자가 나오는 기록으로는 진흥왕 7년(546)에 세운 것으로 추정하는 남원 실상사(實相寺)의 수철화상능가보월탑비(秀徹和尙 伽寶月塔碑)가 있고 또 해동역사(海東繹史)에 수록되어 있는 김지장(金地藏) 스님이 읊은 다시(茶時)가 있다.
  이처럼 차싹명(茗)자는 비문과 시문(詩文) 가운데 가끔씩 등장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그리고 차다(茶)자는 장흥 보림사(寶林寺)경내에 있는 보조선사창성탑비(普照禪師彰聖搭 ) 중에 「다약(茶藥)」이라는 글귀가 나오며 보령 성주사사적비명(聖主寺事蹟 銘) 가운데에도 비치며 이곳에서 수년전에 발견된 비석파편 가운데 「다향수(茶香手)」라는 비문이 나와 지금 동국대학교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이외에도 제천 월광사(月光寺)에 있는 원랑선사대보선광탑비(圓朗禪師大寶禪光塔碑) 중에도 나오며 와당(瓦當) 파편으로는 경주 남산 창림사(昌林寺) 절터에서 발견된 「다연원(茶淵院)」이 있고 토기로는 얼마전에 안압지(雁鴨池) 발굴조사 당시 안압지에서 새로 발견된 토기잔(土器盞)이 있다. 이 잔 표면에 「정언다(貞言茶)」라는 명문이 먹 글씨로 쓰여져 있으며 밑받침이 없는 완(碗) 종류의 찻잔이다. 이는 신라토기로서 8세기 경 작품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그 특징은 재래 토기잔과는 달리 밑받침이 없고 입이 넓은 완(碗) 모양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외로눈 최치원 선생의 시문집인 계원필경(桂苑筆耕)과 고려때 사람이 저술한 삼국사기와 삼국유사가 있다.
  이처럼 차다(茶)자가 차싹명(茗)자 보다 더 많은 비중을 차지 하며 비문과 와당, 토기와 시문집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보인다. 이는 차다(茶)자가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로 전체 차의 대명사격으로 쓰여졌다는 증거이다.

  삼국시대의 차에 대한 기록은 차다(茶)자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과연 삼국시대 사람들은 차다(茶)를 무엇이라고 읽었으며 차를 가리켜 어떻게 말했을까?  이는 단정짓기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이에 대해서는 분명한 자료가 발굴되지 않는 한 무엇이라고 속단할 수가 없다. 다만 추측컨데 당(唐)나라의 말이 차다(茶)자를 다(TA)에 가까운 말로 사용했다고 하니 우리도 다(TA)라는 음(말)을 쓰지 않았겠느냐 하고 생각하는 것뿐이다.

(2) 고려시대

  고려 때 차에 대한 기록이 나오는 문헌은 정사(正史)와 시문집(詩文集), 그리고 잡서(雜書)로 구분해 볼 수가 있고 기타로 탑비명(塔碑銘)과 도자기류에서 발견된다. 고려 때 역시 말은 있었으나 우리 글이 없어서 한문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차에 대한 표기도 차다(茶)자와 차싹명(茗)자를 주로 사용하였다. 이 중에서도 거의 차다(茶)자를 많이 사용하였는데 정사의 기록인 고려사(高麗史)에 나오는 차에 대한 기록 90여 개 항목 중에서 차다(茶)자가 전부이고 차싹(명(茗))자는 단군 세 군데 뿐이다. 그리고 고려사절요(高麗史節要) 역시 30여 개 항목 중에서 차싹명(茗)자가 나오는 기록이 단 한군데 뿐이다. 이처럼 역사서에서 보듯이 시문집류에서도 흡사하다. 대표적인 문집류에는 동국이상국집과 목은집 그리고 원감록(圓鑑錄)과 호산집(糊山集)을 꼽을 수 있는데 이들 기록에서 나오는 100여 개 항목도 거의 모두가 차다(茶)자를 썼고 명(茗)자는 몇군데 뿐이다. 이와 같은 상황은 잡서인 파한집과 보한집을 보아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고려 때에도 차다(茶)자가 주로 쓰였다.
  그러면 과연 고려 사람들은 차를 무엇이라고 말했을까? 차다(茶)자를 「다」라고 읽었을까 아니면 「차」라고 읽었을까?
  다행스럽게도 송나라에서 고려에 사신으로 왔던 사람이 고려의 차생활과 말(언어)를 기록해서 남긴 책이 지금도 전해지고 있다. 숙종(肅宗) 때 (1905 - 1150년)에 송나라 사신 일행 중에 서장관(書狀官)으로 왔던 손목(孫穆)이 저술한 고려역어집(高麗譯語集)인 「계림유사(鷄林類事)」가 있고 그후 인종(仁宗) 원년(1123)에 고려에 오는 사신 로윤적(路允迪)을 따라 개경에 온 예물관(禮物官) 서긍(徐兢)이 저술한 고려도경(高麗圖經)이 있다. 이 고려도경(高麗圖經)은 서긍이 약 1 개월간 개경(開京 : 개성)에 머물면서 그 동안에 견문한 고려의 건국, 성읍, 인물, 병기, 의시, 사우(祠宇), 도교, 관사, 기명(器皿), 잡속(雜俗), 해도 등 28門 3백여 조로 세분하여 고려의 전반적인 사정 중 송나라와 다른 점을 따져서 상세히 기록한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고려의 차생활을 살펴볼 수가 있다. 그리고 계림유사는 고려의 말을 한문으로 음역하여 기술해 놓은 송(宋)과 고려간의 통역어 책이다. 이 책은 숙종 8년(1103) 6월에 송나라 사신으로 고려에 온 서장군 손목이 개경에서 약 1개월간 머물면서 모집한 고려의 말 3백 53개를 모아 만든 것으로 고려초의 우리나라 말을 밝히는데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이때 함께 온 사신은 정사(正使) 유규(劉逵)와 부사(副使) 오식(吳拭) 그리고 계림지(鷄林志)를 지은 왕운(王雲)등이다. 이 계림유사에 실린 3백 53개 고려의 말 중에서 차에 관계되는 말은 단 2개의 항목 뿐이다. 즉 「다왈다(茶曰茶)」와 「다시왈 다술(茶匙曰 茶戌)」이 그것이다. 고려 사람들이 말하기를 차를 가리켜 「다(茶)」라고 하였고 다시(茶匙) 즉 차숟가락을 가리켜 「다술(茶戌)」이라고 하더라는 것이다. 이 말은 저자 손목이 고려 사람의 말을 듣고서 당시 자기 나라(宋) 말(손목의 발음)로 소리르 평가하여 그에 가까운 한 문자를 찾아 소릿가에 맞도록 옮겨 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확하게 옮겨졌다고는 볼 수가 없다. 그러나 비슷하게는 옮겨졌으리라고 믿는다. 그리고 이 말이 손목의 발음으로 한문자을 읽을 때 내는 소리와 고려의 사람이 차를 말할 때 낸 소리가 동일음으로 표기되기는 매우 어렵다고 본다. 그런데 8백 80년이 지난 오늘날에 와서 우리식 한문 읽기로 소리를 내어 이것이 고려 때 차 다(茶)자의 말이다 라고 한다면 대단히 위험한 판단이라고 본다. 그러나 이 책에 나오는 다른 말의 항목들을 볼 때 지금 우리들이 발음하는 소리와 매우 흡사한 것이 많다. 이 점으로 보아서 변한 말도 많지만 옛과 같은 말도 많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차다(茶)자를 「다(茶)」에 가까운 음으로 말했다고 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차숟가락을 가리켜 「다술(茶戌)」이라고 했는데, 이는 지금도 숟가락을 「술(戌)」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흔히 「밥 한 술 떠라」 즉 「한 술 두 술」이란 말을 흔히 쓰는데 이는 「한 숟가락」 또는 「두 숟가락」이라는 말이다.
  이상의 논거로 볼 때 고려 사람들은 차를 가리켜 「다(茶)」라고 말했음을 알 수가 있다.

(3) 조선시대

  조선시대에도 각종 문헌에 차에 대한 기록이 많이 나오는데 차다(茶)자는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러면 조선시대 사람들은 차다자를 어떻게 읽었을까. 그리고 차를 가리켜 무엇이라고 했을까?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 반포하기 전까지는 우리나라 글이 없었기 때문에 부득이 차에 대한 표기는 한문자로 했겠지만 한글이 쓰여지면서부터는 차에 대한 표기도 우리 글로 쓰여지게 되었다.
  한글이 반포된(1443년 12월) 이후에 훈민정음(訓民正音)과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가 나왔고 이어서 석보상절(釋譜詳節)과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이 나왔고 그 뒤에 두 책을 합친 월인석보(月印釋譜)가 나왔다(1459년).
  이 월인석보 제 10에 보면 「那낭 茶땅」 「伽茶伽茶 꺄쨔까쨔」라고 하여 땅과 짜라는 말이 나온다. 땅과 짜의 ㄸ 과 ㅉ 같은 음으로 다의 된소리를 말한다. 그리고 두보(杜甫)의 시를 한글로 해석한 두시언해(杜詩諺解)가 나왔는데 이 책에도 한글로 「차다」자가 보인다. 또 중종 때 최세진(崔世珍)이 한자 학습서로 지은 훈몽자회(訓蒙字會 : 1527년)가 있는데 이 책 중 권 22에 보면「茶 : 차다」와 「茗 : 차명」이라고 한글로 뜻과 음을 달아 놓았다. 이것을 보면 한글이 반포되던 초창기부터 「茶」자는 「차다」라는 뜻과 음으로 사용되었던 것 같다. 다시 말하면 「차」는 훈독(訓讀)이고 「다」는 음독(音讀)이니 훈독은 글자의 「뜻」이 되고 음독은 글자의 「소리」가 된다. 글자를 해석하면 「차」라는 뜻이 되고 소리내서 읽으면 「다」로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조선인들은 뜻과 소리로써 구분해 사용했으나 일면에서는 「차」라는 뜻이 「소리(音)」로 사용되기도 했다.
  조선에서는 언어문화권이 크게 둘로 나누어진다. 즉 한문을 주로 사용하는 사대부 중심의 한문지식 언어층과 한글을 전용하는 일반 서민 중심의 한글 언어층으로 대별된다. 이때 한문식 언어를 구사하는 사대부들 사이에서 「차」라는 말보다 「다」라는 말이 고집스레 사용되어 왔고 한글을 애용하는 서민사회에서는 「다」라는 말보다 「차」라는 말이 더 자연스럽게 쓰였던 것 같다. 그래서 「차」와 「다」음이 함께 공존하게 되는데 「차」는 말로서 자리를 굳히고 「다」는 소리로서 그 가치를 지켜왔다. 이렇게 「차」는 우리말로서 사용되었으며 「다」는 중국 말처럼 여겨져 그 「소리」로서 위치를 고수해 온 것이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 뜻과 소리로서 보편화되었으니 어느 하나도 버릴 수 없는 우리말이 되어 버린 것이다. 오늘날 우리말로서 보편화된 「차」와 「다」도 옳다 그르다 따진다는 것은 지극히 어리것은 짓이다. 결국은 「차」도 맞고 「다」도 옳은 것이다. 다만 사용할 때를 가려서 활용하면 되는 것이다. 활용하는 방법은 대개 네 가지 방법으로 나눠 볼 수가 있다.
  첫째는 순수한 우리말의 복합어일 때는 「차」로 발음하는 것이 타당하다.
  예를 들면 「차」한잔 마시자 「차」좀 끓여라 「차」마시자 차나무, 찻물, 차잎, 차숟가락, 차나물, 차찌꺼기 등이다. 만약에 「차」한 잔 마시자를 「다」한 잔 마시자라고 한다든가 차나무를 다나무, 「차」숟가락을 「다」숟가락, 「차」나물을 「다」나물이라고 한다면 얼마나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운가? 이런 때는 「차」라고 발음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타당하다.

순수한 우리말의 복합어일 때

  
  둘째는 한문자의 복합어일 때는 「다」로 발음하는 것이 옳다.
  예를 들면 다방(茶房), 다과점(茶菓店), 다점(茶店), 다신계(茶神契), 다게(茶偈), 다각(茶角), 다비(茶毗), 다식(茶食), 다식판(茶食板), 다산(茶山), 다동(茶洞), 다정(茶亭), 다원(茶園), 다시(茶時), 다반사(茶飯事), 다석(茶席), 다연(茶烟), 다라(茶羅), 다조(茶 ), 끽다거(喫茶去), 동다송(東茶頌), 다신전(茶神傳)등이다. 이때도 마찬가지로 「다방」을 「차방」이라고 한다든가 다과점을 차과점 다식을 차식, 다식판을 차식판, 다각을 차각, 다비를 차비, 다과를 차과, 다반사를 차반사, 동다송을 동차송, 다신전을 차신전이라고 한다면 우스꽝스럽고 어색해서 말하기가 곤란할 것이다. 이런 점으로 보아 이때는 「다」라고 발음하는 것이 더욱 자연스러울 것이다.
한문자의 복합어일 때


  셋째는 「차」촤 「다」음을 함께 사용하는 특별한 경우이다.
  예를 들면 다례(茶禮) : 차례, 다반(茶盤) : 차반, 다담상(茶淡床) : 차담상, 다종(茶鐘) : 차종, 다관(茶罐) : 차관, 다모(茶母) : 차모 등이 있다. 이러한 경우는 독특한 예로써 「차」라는 씃이 소리(音)화되어 우리말로 굳어지면서 혼돈을 야기시키는 가운데 우리 사회에 보편화된 말들이다.

차와 다음을 함께 사용할 때


  넷째는 어법(語法)에는 어긋나지만 「차」라는 음으로 보편화된 말이다.
  예를들면 한국차, 국산차, 전통차, 설록차(雪錄茶), 죽로차(竹露茶), 춘설차(春雪茶), 홍차(紅茶), 녹차(錄茶), 작설차(雀舌茶), 말차(抹茶), 엽차(葉茶)등이 있고 대용차(代用茶)의 종류로는 생강차, 유자차, 인삼차, 구기자차, 두충차, 감잎차, 모과차, 율무차 등이 있다. 이같은 예는 「차」라는 말 앞에 접속사가 생략되어 한 개의 단어로 굳어져서 이루어진 말이다. 즉 한국의 차 또는 국산품의 차, 작설과 같은 차, 분말로 된 차, 생강으로 된 차, 인삼으로 된 차, 모과로 된 차로서 차의 재료나 지명이나 환경, 생김새 등을 쫓아 그에 알맞는 말을 앞에다 놓고 뒤에 「차」라는 뜻의 음을 붙여서 이루어진 말이다.

어법에는 틀리지만 처음으로 보편화된 말


  이상 네 가지 방법으로 분류해서 사용하면 될 것이다. 그러면 「차」라는 음과 「다」라는 음은 언제부터 생겨 나서 쓰여졌는가?
  우리나라 말 가운데 「차아」라는 말이 있다. 이는 「유서필지(儒胥必知)」중에 이두휘편(吏頭彙編)의 二子類를 보면 「上 下 : 차아」라고 나온다. 이 「차아」라는 말은 상하(上下)의 뜻을 가지고 있어 위 아래의 순서와 질서를 나타내고 있는데 차(茶)와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확실치는 않으나 우리말 가운데 「차아 : 차」라는 말이 일찍부터 있었다고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리고 「차」와 「다」음이 어원을 밝힐 수 있을 만한 것으로는 중국의 「광원(廣韻)」과 「집운(集韻)」을 꼽을 수 있다. 광원은 수(隨)나라 육법언(陸法言)이 지은 절운(切韻)을 당(唐)을 손면(孫 )이 증보한 것인데 약 2만 6천여 자음 음운(音韻)이 적혀 있다. 이 책 평성(平聲) 제 9마(麻)에 보면 「茶之切音, 宅加切」(宅加(타+아)切=TEA)이라고 되어 있다.
  그리고 집운(集韻)은 송 인종(仁宗) 때 정도(丁度) 등이 왕명을 받아 광운에 의거하여 증보, 편집한 것으로 53,525자가 수록되어 있다. 여기에는「之加切」(之加(지+아)절=CHA)이라고 나와 있다.
  이로써 본다면 광운에는 「다」음으로 집운에는 「차」음으로 나와 있는데, 국문학자 진태하(陳泰夏) 박사는 당시에 중국과 우리나라는 같은 음(音)을 썼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 중국에도 있었던 「차」와 「다」음이 우리나라에 전래되었는지 아니면 우리나라에도 본시 「차」와 「다」라는 음이 있었는지 이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많은 학자들은 이 말이 중국에서 들어 온 말이라고 믿고 있다. 

3. 성분과 효능

  우리네 조상들이 차를 즐겨 마신 이유 중에 가장 큰 이유는 건강에 이로았기 때문이다. 옛 사람들은 차를 가리켜 선약(仙藥)이라고 까지 극찬을 아끼지 않았지만 차에 어떤 성분이 들어 있어 그토록 좋은 지는 모르고 그저 오랫동안 마시다보니 체험적으로 이로운 점을 발견해 증험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래서 차가 사람에게 이롭게 하는 덕을 여러 가지로 논하고 있지만, 요즈음 사람들이 말하듯이 만병통치 불로약은 결코 아니다. 차가 마치 만병을 다 치유할 수 있는 것처럼 떠들고 있으나 차는 공해가 적은 기호음료로서 훌륭한 음료수일 뿐, 만병을 치료하는 약은 아니다. 요즘 지구상에 많은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기호음료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 대표적인 것을 꼽는다면 단연 커피와 차(茶)일 것이다. 아직도 커피의 소모량과 차의 소모량을 비교해 볼 때 커피가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지만, 십여 년 내 세계 각국에서 커피 소모량이 급격히 줄고 차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한다. 요사이 우리나라에서만 차를 마시고자 하는 바람이 부는 것이 아니라 이웃나라 중국과 일본 그리고 유럽 각국과 중남미 여러나라에서도 서서히 음다풍이 고조되고 있다고 한다. 좋은 현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과연 차에는 어떤 성분이 들어 있고 어떤 효능이 있기에 옛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차를 찾고 있는지 알아본다.

1) 성분(成分)
 
  차의 생엽은 75 - 80%의 수분과 20 - 25%의 고형물질(固形物質)로 되어 있다. 이 차잎을 동양에서는 일찍부터 생약재로 이용하여 단방약(單方藥)으로 쓰기도 하고 알약을 복용할 때 찻물로 마시게 하기도 하며, 또는 해독제로 사용하기도 했으며 병증상에 따라 외용약으로도 써왔다. 이처럼 일찍부터 차를 약으로 활용해 왔지만 서양에서 차에 대한 연구가 시작된 것은 18세기 중엽부터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이 차 속에 들어 있는 성분을 검출해서 어떤 성분이 어떤 효과를 내느냐 하는 구체적인 연구는 1827년에 차 속에 가장 많이 들어 있는 카페인을 발견하면서부터 본격화 되었다. 그 이후에 이 차 속에는 대략 크게 나누어 10여 종의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고 연구결과를 발표하기에 이르렀고, 지금은 미세한 양의 무기물 여러 종류가 함유되어 있음을 발견하여 약 30 여 종의 성분이 확인되었다. 지금까지 발견된 성분을 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1) 카페인 성분

  퓨린염기류로서 8종이 알려져 있다. 카페인, 데오브로민,   ※ 차나무에 들어 있는 카페인 양
데오피린, 아데닌, 구아닌, 키산틴, 피토키산틴, 테트라메틸       부    위         카페인(%)
요산(尿酸)등이다. 이 가운데에서 주요한 것은 카페인이고   찻잎(1 - 2잎 일 때)     3.4%
다른 성분은 비슷한 화학구조를 가진 것으로 미세한 양이   찻잎(5 - 6잎 일 때)     1.5%      
조금씩 들어 있다. 흰색의 가벼운 명주실 모양의 결정체(    줄기(5 - 6잎 사이)      0.5%
結晶體)로 된 카페인은 물이나 알콜 등에 잘 용해되며 특    꽃                     0.8%
히 뜨거운 물에 잘 녹는다. 차잎은 어릴수록 함량이 많으    씨 껍질(녹색)           0.6%
며 잎이 커지면 줄어든다.

(2) 탄닌(tannin)류 성분

  탄닌은 단일물질이 아니라 여러 가지 복합물질로 이루어져 있으며 철염(鐵 )과 합쳐지면 검은 색으로 변하는 성질을 가진 물질의 공통 명칭이다. 어린 차잎일수록 많은 양을 함유하고 있는데, 탄닌은 산화가 잘되고 결정화가 어렵다. 약 30년 전에 3종의 카데킨(catechin)의 결정을 얻어 차의 탄닌은 카테킨을 주체로 이루어진 물질임이 판명되었고 그 후 연구의 진전을 보아 다시 6종의 카데킨 결정을 밝혀냈다. 이 6종의 카테킨은 유리형 카테킨과 결합형(結合型)카테킨으로 되어 있고 유리형은 떫은 맛은 없고 쓴맛과 약간의 단맛을 느끼게 하고 결합형은 강한 쓴 맛과 약한 떫은 맛을 낸다. 이 카테킨류는 차를 제조하는 과정 중에 산화효소의 작용을 받아 여러 가지 산화물을 만들어 낸다.

(3) 단백질과 그 밖의 질소화합물

  질소화합물로는 아미노산, 아미드, 단백질   ※ 찻잎에 함유된 아미노산 및 아미드량(mg/%)
등이 있다. 단백질은 제다공정 중에 탄닌과        성  분  명            일반차     이번차 
결합하여 응고되고 아미노산과 아미드만이    테               닌       1,613     404
수용성으로 찻물에 녹아 나온다. 아미노산    글 루 타 민 산     269      109
의 종류는 현재까지 25종이 알려졌는데(차    아 스 파 라 긴 산       176       89
에 함유된 종류) 그 중에서 글루타민산, 아    아   르   기   닌       165       15
스파라긴산, 아르기닌, 그리신, 알리닌, 바     세                린        238       61
린테아닌 등이 주요성분이다. 이 가운데 테     다른아미노산 및 아미드       156       65
아닌은 녹차의 감칠 맛을 내는 성분으로 글          합      계             2,617       743
루타민산의 에틸아미드(Ethyl amide)이다. 어린 찻잎일수록 아미노산과 아미드가 많이 함유되어 있다.

(4) 탄수화물(炭水化物)성분

  찻잎에는 섬유소, 전분, 덱스트린, 당, 펙틴 등의 탄수화물이 들어 있다. 섬유소는 찻잎에 약 12%나 함유되어 있고 전분은 어린 찻잎에는 적고 노엽(老葉)에 많이 들어 있으며 아침보다는 저녁때 증가한다. 또 유리당(遊離糖)은 서당, 포도당, 과당으로 1.0 - 1.2%나 함유되어 있으며 그늘에서 자란 잎보다 직사광선을 받고 자란 찻잎에 포도당과 과당이 많이 들어 있다.


(5) 각종 식물성 색소(엽록소)
 
  찻잎의 색소로는 엽록소, 카로틴, 키산트필, 프라보놀류, 안트키안 등이 있다. 엽록소는 찻잎의 푸른 빛을 내는 색소로서 청록색의 엽록소 A와 황록색의 엽록소 B, 두 종류가 있으며 품종에 따라 그 함유량이 다르다. 차밭에 덮개를 씌워서 햇빛을 받지 않도록 하여 재배하는 것은 카페인은 함유량도 증가시킬 뿐 아니라 엽록소를 많이 증가시켜 차의 빛깔을 좋게 한다. 홍당무에서도 발견된 적색 색소 카로틴는 세 종류가 있는데 발효를 시키면 크게 변하므로 홍차에는 거의 없고 녹차에만 풍부하다.
  다음에 안트키안인데 이것은 주홍색, 보라빛, 청색 등의 색소로서 붉은 빛이 나는 차잎에 많이 함유되어 있는데 1번차에는 적고 2 - 3번 차에 가장 많고 1번 차부터는 갑자기 적어진다. 다음 프라보놀류에는 20여 종의 색소가 있는데 황색 색소를 낸다. 햇볕을 가려 엽록소의 증가량을 살펴보자
햇볕 가리개를 했을 때 엽록소 증가량


(6) 방향유(芳香油)

  차의 향기(香氣)는 정유성분(精油成分)에 의해서 좌우된다. 이 정유성분은 미세한 양이 함유되어 있는데 수증기 증류법(蒸溜法)으로 얻을 수 있다. 생엽에는 0.02% 이하, 녹차에는 약 0.005 - 0.02%, 홍차에는 0.01% - 0.03%가 들어 있다. 차의 품종과 찻잎 따는 시기에 따라서 양적(量的) 증감은 있으나 지적(質的) 변화는 거의 없다. 주요성분은 청엽(靑葉) 알콜(알콜B.r - 헥사놀)을 비롯하여 약 45종 이상이 들어 있다. 이 성분의 대부분이 휘발성(揮發性)이 강해 제다공정 중에 많이 휘발해 버리고 미세한 양만 남게 된다. 이 향기도 여름철 고온을 받게 되면 증발해 버리기 때문에 저온에서(5。C 정도) 보관하는 것이 제일 좋다.

(7) 유기산(有機酸)성분

  식물의 유기산은 호흡작용에 관계가 있는 것으로 그 생리적 의의로 볼 때 매우 중요한 것이다. 찻잎의 유기산 가운데 호읍작용에 관계하는 성분은 구연산, 사과산, 호백산 등이 검출되었으며 지방산(脂肪酸)에 속하는 것으로는 초산(醋酸), 길초산(吉草酸)등 9종이 있다. 이 지방산은 좋은 향은 아니지만 차의 향에 관계하며 유리형 유기산(遊離型 有機酸)이 가장 많이 들어 있다.

(8) 비타민(Vitamin)성분

  찻잎에 들어 있는 비타민은 A, B1, B2, C, 니코틴산, 판토텐산, 엽산(葉酸), 비오틴 C와 P가 있다.
  비타민 A는 찻잎 가운데 들어 있는 엽록소, 프로비타민 A인 카로틴이다. 이 카로틴은 녹차에는 16mg/%가 들어 있고, 차나무 생엽에는 17 - 18mg/%가 있으며, 홍차에는 7 - 9mg/%가 들어 있다. 이처럼 홍차에서 급격히 줄어드는 이유는 발효과정에 줄어드는 것이다.
  비타민 B군의 종류는 B1, B2, 니코틴산, 판토텐산, 엽산, 비오틴 등이 있다. 녹차와 홍차에 들어 있는 비타민 B군의 함유량을 보면 다음과 같다.
  비타민 C는 차에 들어 있는 비타민 중에서는 제일 먼저 확인된 성분이다. 1924년에 긴꼬리원숭이에 하루 0.5g의 차를 투여하여 괴혈병을 치료한 후 비타민 C는 괴혈병 치료에 없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성분임이 밝혀졌다. 이로부터 비타민 C의 존재를 명백하게 확인한 셈이 되었는데, 차에 들어 있는 비타민 C의 존재를 명백하게 확인한 셈이 되었는데, 차에 들어 있는 비타민 C는 오래 묵으면 묵을수록 증발해 버린다는 사실도 아울러 알아내었다. 하루에 인간에게 필요한 비타민 C의 양은 약 70mg 정도이다. 차 3g을 200㎖의 뜨거운 물에 넣어 약 3분 후에 여과한 차를 측정해 보니 고급차일수록 많은 양을 나타내었는데 다음 보기와 같다.

차의 비타민 B群의 함유량(mg/%)


   그러나 햇볕 가리개를 해서 재배한 옥로(玉露)에는 함유량이 보통차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것은 볕을 가려서 재배했기 때문에 차광으로 비타민 C의 합성이 줄어 들었기 때문이다.
  차에는 비타민 C가 많이 들어 있는데 참고 삼아 다른 식품과 함유량을 비교해 보기로 하겠다. 

각종 차에 들어 있는 비타민 C의 함유량(mg/%)


비타민 C 함유량


(9) 효소(酵素)성분

  찻잎의 효소에 대한 연구는 홍차 제조과정에서 일어나는 발효 현상에 의해서 시작되었다. 지금은 홍차의 발효가 산화효소의 작용에 의해서 일어난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찻잎 중에 순화작용에 관계되는 효소는 파옥시다제(peroxidase), 카탈리아제(catalase), 옥시다제(Oxidase)가 있으며 이 가운데 파옥시다제 작용이 가장 강하다.

(10) 무기성분(회분)
  찻잎에는 5 - 6%의 회분이 있으며 이 가운데 50%는 칼리이고 15%는 인산, 기타 석회, 마그네슘, 철, 망간, 중조, 규산, 유황, 염소, 요드 등이 있다. 이 중에서 망간과 요드가 많이 들어 있다.
  건강한 사람의 혈액은 약알칼리성인데 식품의 섭취로 산성화 되는 것을 차를 마시면 약알칼리성으로 유지시켜 준다.
  차나무의 생엽(生葉) 가운데 들어 있는 성분을 살펴보자.

차의 생엽 가운데 함유된 성분(100분중)


  다음은 위의 생엽으로 차를 만들어서 성분을 검출 비교해 본 것이다.

생엽으로 차를 만들어 검출한 성분 함유량(100분중)


  다음은 제다한 차를 평소에 우리들이 즐겨 마시는 농도로 울궈서 성분을 침출시켜 분해한 것이다. 차는 2.625g에 뜨겁게 끓인 물을 200㎖를 부어 약 5분 동안 여과하여 분석한 것이다.

제다한 차를 울궈낸 침출액의 성분 함유량(100분중)


2) 효능(效能)

  차의 효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서 살펴 볼 수가 있다.
  첫째는 옛날부터 막연하게 차생활을 하다가 체험을 통해 증명한 한의학적인 효능이 있고 둘째는 현대 서양의학의 연구분석에 의해서 차의 성분을 알아내고 그 성분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대해 규명한 효능이다. 전자는 동양사상을 배경으로 발전한 한방 의학적 측면에서 효능이요 후자는 서양과학기술을 통해 발전한 서양의학의 분석에 의한 효능이다.
  옛 우리 동양인들이 말하는 차의 효능을 살펴보면 당나아 때 육우(陸羽)는 그의 다경(茶經)에서 말하기를,

 「차는 성품이 지극히 차서 행실이 바르고 검박하고 덕망이 있는 사람이 마시는데 적합하다. 만약 열이 있고 갈증이 나거나 속이 답답하고 머리가 아프거나 눈이 침침하고 팔다리가 번거로워 뼈마디가 잘 펴지지 않으면 너댓번만 마셔도 제호(醍 )나 감로(甘露)처럼 효과가 있다」
고 했다.
  또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명(茗)은 쓴차이며 그 맛은 달고도 쓰다. 약간 찬 기운이 있지만 독은 없다. 누창을 치료하고 소변을 편하게 하며 가래, 갈증, 열을 물리치고 사람으로 하여금 잠을 적게 한다」
고 했다.
  그리고 송나라 휘종(徽宗)황제는 그의 대관다론(大觀茶論)에서,

 「차는 산천의 신령스런운 기운을 받아서 가슴을 열며 체기를 씻어 맑고 화창한 기분을 내게 한다」
고 했다.
  또 초의선사(艸依禪師)의 동다송(東茶頌)에는,

 「옥천(玉泉)의 진공(眞公)이 나이 여든에도 얼굴빛이 복사꽃 같았다. 이곳 차의 향기는 다른 곳보다 맑고 신이하여 능히 젊어지게 하고 고목이 되살아나듯 사람으로 하여금 장수하게 하더라」
라고 하였으며 초의 스님의 제자 범해각안(梵海覺岸) 스님은 다약설(茶藥設)에서 이질(痢疾)에 걸려 다 죽게 되었을 때 차를 끓여 마시고 나았다고 했다.
  또 조선 선조(宣祖)때 명의 허준(許俊)이 편찬한(광해군 2년 : 1610년)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苦茶 : 작설차, 차나무의 성품은 조금 차고(혹은 냉하다고 함) 맛은 달고 쓰며 독이 없다. 기운을 내리게 하고 체한 것을 소화시켜 주며 머리를 맑게 해주고 소변을 잘 통하게 하며 사람으로 하여금 잠을 적게 해주며 또 불에 입은 화상을 해독시켜 준다. 나무는 작은 치자나무와 같고 겨울에 새 잎이 나는데 일찍 딴 것을 다(茶)라고 학고 늦게 딴 것을 명(茗)이라고 한다.

  차의 이름은 다섯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다(茶), 둘째는 가( ), 셋째는 설( ), 넷째는 명(茗), 다섯째는 천( )이라고 한다. 옛 사람들이 차잎을 말하되 작설(雀舌 : 새의 혀), 맥과(麥顆 : 보리의 낱알)라고 하는데 지극히 작은 준(차싹)을 말하는 것으로 즉 납다(臘茶)와 같은 것이다. 작은 눈아(새싹)를 채취하여 찧어서 떡을 만들어 불에 쪼이게 되면 좋은 차가 된다. 명(茗)이나 혹은 천( )이란 차잎이 늙은 것을 말한다(本草 인용함).

  차를 마시면 오장육부 중 심포경(心包經)과 간경(肝經)으로 들어 가며 마실때는 의당히 뜨겁게 마셔야 한다. 차게 마시면 담(痰 : 불순물)이 쌓이게 되고 오래 마시면 체내의 지방을 분해하여 사람을 마르게 한다」
고 하였다.

  이처럼 체험을 통하여 증명한 옛 사람            ※ 차의 아홉 가지 덕(九德)
들은 차가 사람에게 아홉 가지 큰 덕을    첫  째  머리를 맑게 해주고(利腦)
베풀 고 있다 하여 구덕(九德)을 논하고    둘  째  귀를 밝게 해주고(明耳)
있다.                                    셋  째  눈을 밝게 해주고(明眼)
  첫째, 머리를 맑게 해주고(利腦) 둘째,    넷  째  밥맛을 돋구고 소화를 촉진시켜 주고(口味助長)
귀를 발게 해주고(明耳) 셋째, 눈을 밝게    다섯째  술을 깨게 해주고(醒酒)
해주고(明眼) 넷째, 밥맛을 돋구고 소화를   여섯째  잠을 적게 해주고(小眼)
촉진시켜 주며(口味助長) 다섯째, 술을 깨   일곱째  갈증을 멈춰주고(止渴)
게 해주고(醒酒) 여섯째, 잠을 적게 해 주   여덟째  피로를 풀어주고(解勞)
고(小眼) 일곱째, 갈증을 멈춰주고(止渴)    아홉째  추위나 더위를 막아준다(防寒陟署)
여덟째, 피로를 풀어 주고(解勞) 아홉째, 추위나 더위를 막아 준다(防寒陟署)고 하였다.
  그리고 조선 연산군 때 문관(文官) 이목(李穆)은 그의 다부(茶賦)에서 오공육덕(五功六德)을 말했는데 육덕에 이르기를,
  첫째는 사람으로 하여금 요(堯 : 중국 고대의 성군)임금이나 순(舜 : 중국 고대의 明君) 임금과 같은 덕이 있어 오래 살게 하고 둘째는 유부(愈  : 黃帝때 명의)나 편작(扁鵲 : 戰國時代 명의)과 같은 덕이 있어 병을 낫게 하고 셋째는 백이(伯夷)나 양진(楊震 : 後漢 安帝 때 선비)과 같은 덕이 있어 기운을 맑게 하고 넷째는 이로(二老)나 사호(商山四皓)와 같은 덕이 있어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다섯째는 황제(黃帝)나 노자(老子)와 같은 덕이 있어 신선과 같게 하고 여섯째는 희공(姬公)이나 중니(仲尼)와 같은 덕이 있어 예의롭게 한다고 하였다.
  다음은 현재의학에서 밝힌 차의 효능을 살펴 보기로 하겠다.
  차는 카페인, 탄닌, 비타민C가 주성분이다. 이들 여러 가지 성분이 합쳐져서 일으키는 복합작용이 인체에 신비한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현대인의 성인병 질환인 고혈압이나 동맥경화를 예방할 뿐만 아니라 제암(制癌) 효과도 있으며 현대병의 근원인 콜레스테롤을 축출하고 알콜을 해독하며 식욕을 증진시키고 소화를 돕고 변비도 치료해 준다고 한다. 이외에도 충치를 예방하며 눈병에도 효과가 있으며 피부병에도 사용하며 잠을 쫓고 기억력을 증진시켜 정신활동을 고무시켜 준다고 하며 피로도 풀어 주고 조혈작용을 도우며 괴혈병 등을 예방해 준다. 또 비만중에도 좋으며 이질이나 설사병에도 효과가 있고 피부와 모발을 부드럽게 해주며 당뇨병을 예방하고 현대인의 스트레스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처럼 많은 병중에 신이한 효과를 나타내고 있지만 특효약이라고까지 말할 수 없고 오직 장복을 하면 아래와 같은 효험을 볼 수가 있다는 말이다.

차의 여섯 가지 덕(六德)

 
(1) 카페인(caffeine)의 효능
 
  순수한 카페인은 백색의 가벼운 명주실 같은 광택이 있는 6방정형(六方晶形)의 침상(針狀 : 바늘) 결정체이다. 이 카페인의 발견은 1820년 커피 속에서 처음 찾아 내었고 그후 7년 뒤에 차 속에서 카페인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후에 연구가 진전되어 코코아, 마테, 구아나라 등 식품에도 들어 있음을 악게 되었는데 이 카페인이 차를 약용으로서 또는 기호음료로서 오랫동안 애음하게 한 주요성분이다. 이 성분의 3대 약리작용은 첫째 각성작용, 둘째 강심작용, 셋째 이뇨작용을 말한다.
  첫째 각성작용이란 카페인이 대뇌피질(大腦皮質)의 감각중추(感覺中樞)를 흥분시켜 일으키는 현상으로 피로회복이 빨라지고 정신적 활력이 생겨나 기분이 상쾌해지고 판단력이 늘고 사고에 대한 집중력이 생기고 조용한 흥분작용과 내구력의 증대, 상황에 대한 인식 및 기억력의 증대와 침착한 행동력이 생겨난다.
  커피와 달리 차는 조용한 흥분작용을 일으키는데 그것은 커피 속에 들어 있는 카페인은 유리형(遊籬形) 결정이고 녹차의 카페인은 결합형(結合形) 결정이기 때문에 커피의 카페인은 일시에 흥분상태를 일으키는 반면 녹차의 카페인은 서서히 풀려 천천히 흥분작용을 일으킨다. 또 녹차에는 흥분상태를 억제하는 「테아닌」이라는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흥분작용을 억제시켜 준다. 실제로는 커피보다 녹차에 들어 있는 카페인의 양이 더 많다. 같은 양의 커피에는 1 -  2% 정도라면 녹차에는 2 - 3%의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다.

카페인(Caffeine)의 3대 약리작용


  둘째로 강심작용이란 심장의 운동을 활발하게 하는 작용이니 적당량의 카페인을 섭취하면 심장횡문근(心臟橫紋筋)에 직접 작용하여 관상동맥(冠狀動脈)이 확장되어 혈액순환이 잘 되므로 약해진 심장이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 추위나 소심한 생각으로 수축된 심장활동을 강화시켜서 튼튼한 심장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강심작용(强心作用)을 말한다. 심장이 약해지면 잘 놀래거나 가슴(심장부위)에 통증을 호소하거나 매사에 자신감을 잃고 적극적이지 못하면 두려움을 갖는다. 이러한 사람은 심장활동이 약해져서 생기는 현상으로 차를 장복하면 효과를 볼 수가 있다.
  셋째로 이뇨작용(利尿作用)이란 소변(오줌)이 잘 통하도록 하는 작용으로 신장(腎臟)의 혈관을 확장시켜 주어 배설작용을 촉진시켜 준다. 이 작용으로 몸 속에 들어 있던 노페물이나 유독성분이 몸 밖으로 배출된다. 이렇게 해서 사지(四肢)의 근육을 강화시켜 주고 피로를 회복시켜 주고 알콜이나 니코틴 등의 독성을 해독시켜 주는 작용을 한다. 토끼에 알콜을 주사하면 취해서 축 늘어지는데 이때 카페인을 주사하면 곧바로 회복되어 살아난다. 또 술에다 차를 타서 말시면 술이 중화되어 취하지 않는다.
  이밖에 두통(頭痛)을 치유해주는 효과와 감기 몸살을 풀어 주고 차멀미, 배멀미 등을 예방해 준다. 미국 보건성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미국의 많은 심장병 환자 대부분이 커피의 애호가로서 커피에 함유된 유리형 카페인의 영향을 받아 심장이 약해져서 생긴 환자라고 한다. 그래서 임신부가 커피를 많이 마시면 태아 발육부진으로 기형아를 낳을 확률이 많다고 했다. 또 어린이가 많이 마시면 심장에 자극을 주어 해로우며 습관성까지 유발 한다고 했다.
  그러나 녹차에는 「데오피린」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어 카페인을 중화시키고 「테아닌」의 억제작용으로 심장병을 유발시키는 일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녹차에 들어 있는 결합형 카페인은 차를 마신 지 40분 정도 지나서 조용한 흥분작용을 나타내 약 1시간 정도 지속된다. 그러므로 차를 마시면 약 2시간 정도 차의 작용이 지속되어 정신이 맑아지고 머리가 상쾌하여 잠이 오지 않는다.

(2) 탄닌(tannin acid)의 효능

  탄닌은 단일 물질이 아니고 몇 가지 복합성분으로 산화가 잘되고 흡수성이 강하다. 차를 냈을 때 신 맛과 떫은 맛을 내는 것은 탄닌과 그 유도체의 영향 때문이다. 고급차일수록 많고 쉽게 변한다.
  탄닌의 효능을 보면 첫째 해독작용(解毒作用), 둘째 살균작용(殺菌作用), 셋째 지혈작용(止血作用), 넷째 소염작용(消炎作用)이 있다.
  첫째로 해독작용이란 탄닌이 식물체(植物體) 속에 들어 있는 독성분인 알카로이드(alkaloid) 성분과 결합하여 불용해성화(不溶解性化) 시켜 인체(人體)에 흡수되지 않고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작용을 말한다. 대체로 많은 식물에 들어 있는 독성분은「알카로이드」라는 성분으로 담배에 들어 있는 「니코틴」도 알카로이드의 일종이다. 담배가 해롭다고 하는 것은 니코틴과 타르를 흡수하기 때문이다. 이때 차를 마시면 탄닌이 니코틴과 결합하여 몸에 흡수되지 않고 체외로 배출된다. 이로써 담배의 해를 줄일 수 있다. 또 금속류(金屬類)와도 잘 결합하여 침전시키기 때문에 유해성 중금속의 해독작용도 한다. 찻잔이나 차에 철분이 있으면 쉽게 변한다. 그러므로 탄닌은 인체에 흡수되는 유해금속을 침전시켜 배출시키는 해독작용을 한다.
  둘째로 살균작용이란 탄닌이 균체에 침투하여 단백질과 결합하여 응고시켜 병원균을 죽게 한다. 많은 병원균(病原菌)은 단세포동물(單細胞動物)로서 세포가 하나밖에 없는 진화가 안 된 동물이다. 이 단세포 병원균은 그 원형질(原形質)이 단백질로 되어 있다. 이 단백질을 탄닌이 응고시켜 원래 작용을 못하게 하니 병원균은 죽고 만다. 이렇게 해서 탄닌은 살균작용을 하는 것이다.
  셋째로 지혈작용이란 탄닌의 수렴작용으로 상처를 빨리 아물게 하여 지혈이 된다. 부상을 당하여 상처에 피가 날 때에는 가루차(분말차)를 상처에 뿌려 출혈을 막는다. 또 이 수렴작용으로 설사나 이질을 치료할 수가 있다. 탄닌은 장과 위의 점막을 보호하고 그 활동을 촉진시키므로 설사를 멈추게 한다.
  넷째로 소염작용이란 독충에 물려서 빨갛게 열이 나고 부어 오를 때 차 우린 물을 바르고 수건에 적셔 습포를 해주면 열도 내리고 부기도 가신다. 이때는 차를 진하게 울궈 탄닌 함유량이 많도록 해야만 효과가 있다.

탄닌(tannin acid)의 4대 약리작용

 
(3) 엽록소(葉綠素)의 효능

  찻잎의 푸른 색을 내는 엽록소는 약 0.6% 정도 함유되어 있다. 이 엽록소의 효능은 조혈작용(造血作用), 치창작용(治瘡作用), 탈취작용(脫臭作用), 정균작용(靜菌作用), 간기능 증진작용, 장유동(腸 動)촉진작용, 건조작용 등이 있다.
  조혈작용은 피를 맑게 하고 간장의 도움을 받아 적혈구(赤血球)를 증식시키기 때문이다. 엽로소는 그 구조가 인체의 적혈구 구조와 아주 흡사하기 때문에 식물(植物)에서 섭취된 엽록소가 바로 적혈구로 변한다. 그래서 조혈이 되고 상처도 빨리 아무는 효과가 있다. 지창작용이란 상처가 쉽게 아무는 작용이다. 지혈작용도 되고 빨리 치유되는 효능도 있다.
  탈취작용은 냄새를 없애는 작용인데 비린내가 날 때에는 차를 다른 물로 씻으면 잘 지워진다. 냉장고의 냄새를 제거할 때도 마찬가지로 차를 한웅큼 냉장고 안에 넣어 두면 제거된다. 정균작용이란 미생물의 번식을 억제하는 작용인데 균을 죽이지는 못하지만 번식을 억제하는 데 효과가 있다. 장유동 촉진작용은 변비를 예방하는 작용인데 장의 활동을 촉진시켜 변비가 되는 것을 막아 준다.
  또 간기능 증진작용은 술, 담배 등으로 간기능이 약해진 사람에게 효과가 있다.

(4) 비타민(vitamin)의 효능

  비타민 A는 야맹증(夜盲症)이나 안구건조증(眼球乾燥症), 각막연화증(角膜軟化症)에 효과가 있고 또 몸의 점막위축(粘膜萎縮)이나 체중감소에 효능이 있다. 차에는 비타민 A가 적은 양이 들어 있지만 비타민 C는 풍부하게 들어 있다. 비타민 A를 섭취하려면 잎차보다는 분말차가 더 좋으며 많이 섭취할 수가 있다.
  비타민 C는 하루 평균 150mg 정도가 필요하다. 비타민 중에서는 가장 많이 필요한 것이다. 비타민 C의 효능을 보면 첫째 고혈압이나 동맥경화를 예방해 주고 둘째 괴혈병(壞血病)과 각기병 예방, 셋째 알콜, 니코틴 해독작용, 넷째 스트레스 해소와 당뇨병 예방 등의 효과가 있다.
  고혈압과 동맥경화는 혈관 속에 콜레스테롤(cholesterol)이 증대됨에 따라 일어나는 병으로 동맥경화는 혈관이 낡은 고무 호스처럼 못쓰게 되는 상태이다. 혈관 동맥의 벽이 노후해지거나 협소해져서 혈관의 탄력성이 없어져 버리는 것이다. 고혈압도 이와 비슷한 것으로 대동맥과 모세동맥 등의 가느다른 말초 동맥에서 혈액의 흐름이 나빠져서 생기는 병이다. 그러나 이 병은 비타민 C가 부족할 때 생기는데 비타민 C가 충분하면 혈액 속의 콜레스테롤을 산화 분해시켜 배설함으로써 혈관벽에의 침착을 방지해준다. 이로써 예방이 가능한데 비타민 C는 인간의 몸에서는 합성되지 못하고 전적으로 외부로부터 섭취해야만 한다. 그러므로 비타민 C가 함유된 식품을 많이 섭취해야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식사 때마다 지방질을 많이 섭취하면 할수록 지방을 분해시킬 비타민C가 더 많이 필요하게 된다. 그런데 나이가 많아짐에 따라 혈액 속의 비타민 C가 감소되어 동맥경화증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그래서 동맥경화증은 중년 이상의 사람들에게 많이 발생하므로 성인병이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나이가 많을수록 비타민 C의 섭취량을 늘여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고혈압이나 동맥경화를 예방할 수 있다.
  또 괴혈병을 예방할 수 있으며 각기병이나 당뇨병도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괴혈병은 비타민 C의 결핍으로 생기는 병인데 빈혈, 쇠약, 경골(脛骨)의 동통(疼痛)이나 치아의 출혈과 같은 증세가 일어난다. 이때 신선한 채소나 과일 그리고 차를 마셔서 부족한 비타민 C를 보충해야만 한다. 이때 차의 효과는 대단히 크다. 이와 같이 비타민 C의 효과는 성인병 예방, 피부미용작용, 노화방지, 입덧해독작용과 감기 예방치료와 음주 흡연에 의한 간장기능 손상억제와 항암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터페론(interferon)의 생성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5) 무기성분(無機成分)의 효능

  찻잎에는 5 - 6%의 무기성분(成分)이 들어 있으며 이 중에서 60 - 70% 이상이 뜨거운 물에 녹아 나온다. 회분의 주요 성분은 칼리가 50%로 가장 많이 들어 있고 다음은 인산으로 약 15%가 함유되어 있으며 나머지 35%는 생체에 필요한 미량원소로 망간, 철, 동, 아연, 규산, 니켈, 석회, 유황 등이 들어 있다. 망간은 조골(造骨)작용과 번식(繁殖)작용에 효능이 있는 것인데 찻잎의 회분 중에는 특히 많이 들어 있다. 동(銅)은 조혈(造血)작용을 도와 주고 아연(亞鉛)은 췌장기능을 강화하여 인슐린 생성(生成)에 도움을 주어 인슐린 부족에서 오는 당뇨병을 예방해 준다. 찻잎에 들어 있는 동은 약 13 - 17ppm이고 아연은 약 48 - 126ppm이다. 이것은 노엽보다 어린 찻잎에 더 많이 들어 있다.
  다음 니켈이나 철분은 조혈작용을 도와 주는 것으로 소량이 들어 있다. 다음에 주목되는 것은 찻잎에 들어 있는 불소성분인데 약 40 - 1900ppm이 들어 있고 최고로 많이 들어 있을 때는 약 8000ppm 까지 함유되어 있다. 이 불소는 치아를 튼튼히 하며 충치를 예방해 주는 효과가 있다. 불소는 어린 잎보다는 늙은 잎에 많이 들어 있다. 이외로 옥소가 약 45 - 12ug/%가 함유되어 있어 갑상선 기능에 도움을 주어 성장 발육 촉진에 기여한다.
  이상과 같이 차에는 탄닌, 카페인을 비롯한 엽록소, 비타민 등이 있어 약리작용을 일으켜 신이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데 이를 알기 쉽게 성분과 효능의 관계를 도표로 그려보면 다음과 같다.

차의 성분과 효능과의 관계


제 3 절 차의 정신(精神)

  차생활에는 법도(法)가 있고 의식(儀)이 있고, 절도(度)가 있고, 예절(禮)이 있고 일거리(事)가 있고 기술(術)이 있고 기교(技)가 있고 즐거움(樂)이 있고 예능(藝)이 있다.
  이러한 경지를 초월하여 달관한 경지에 이르면 절대자의 경지인 다성(茶聖)이요 다신(茶神)이요 다선(茶仙)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밥먹듯 숭늉 마시듯하는 생활로 차생활을 한다면 이러한 차생활은 상식적인 수준이다. 여기에는 법도나 에절이 있을 수 없으며 오직 갈증을 메우는데 있어야 하는 숭늉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이러한 차생활이 오랜 세월을 두고 거듭하다가 보면 나름대로 법도가 생기고 차계가 잡히게 되는데 이쯤되면 과학적 차원으로 승화하게 되는 것이다. 즉 차생활의 일정한 법도와 의식과 예절과 차를 만들고 끓이는 기술과 그에 따르는 제반의 익숙한 솜씨는 모두가 과학적 차원이라고 할 수가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차를 끓이는 일정한 법도와 관혼상제(冠婚喪祭) 때에 차를 올리는 의식과 손님에게 차를 대접하는 예절과 차를 잘 만드는 기술과 차를 맛있게 끓이는 솜씨와 차를 다룰 때 행하는 일반적인 모든 일거리 등이 일사불란하게 잘 이루어져야 하며 이러한 제반 행동은 모두가 과학적 차원이라는 말이다.
  이러한 익숙한 솜씨와 정돈된 행다법(行茶法)에서 얻어지는 쾌락과 예술적 심미감(심미감)이 있다면 이는 철학적 경지가 아닐 수 없다.
  우리가 평소에 차생활을 통해서 얻는 정서적 안정감이나 정신작용에 의한 자기 구현이 바로 철학적 경지인 것이다. 다시말하면 차생활이나 그 발전 향상으로 얻어진 법도와 의식과 예절과 행다에 따른 기술적인 동작은 모두가 행동규범에 따른 육체적인 동작이요, 물질적인 행동반경의 영역에 속하므로 형이하학적인 얘기가 된다. 그러나 형이하학적(形而下學的)인 동작과 과정을 통해서 승화된 정신세계의 예술적 심미감이나 마음의 편안과 쾌락은 형이상학적(形而上學的)인 문제로서 정신작용의 영역이다. 그래서 물질적 변화가 정신적 변화를 고무시킬 수 있도록 이루어진 의식과 법도가 바로 차생활의 요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요즈음 항간에 많이 행해지고 있는 전통다도 강좌나 전통다례의식 발표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지만 더욱이 차를 끓여 대접하는 예절과 방법을 「다도」라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이 있다. 이는 지극히 위험한 생각으로 하루 속히 고쳐져야 할 일이다.
  다도(茶道)란 차생활을 통해서 얻어지는 깨달음의 경지이지 차생활의 예절이나 법도 그리고 차를 끓이는 행다법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차를 대접하는 예법이요 차 끓이는 방법일 뿐이지 결코 다도는 아니다. 그리고 또 「다도」가 옳다 「다례」가 옳다 또는 「다예」가 옳다고 하여 많은 시비와 논란의 대상이 된 바 있는데 이는 도(道)와 예(禮)와 예(藝)가 의미하는 뜻을 잘 모르는 때문에 빚어진 시비라고 할 수 있다. 도의 경지와 예의 경지와 예의 차원이 각기 다르다고 하는 점을 알게 되면 그러한 논란은 자연히 해소될 줄로 믿는다. 예(禮)는 차생활의 예법이요 행동의식인 과학적인 차원이요 형이하학적인 범주이다. 그리고 예(藝)는 과학적 차원인 차생활의 예의범절과 법도를 통하여 얻어지는 정신세계의 심미안적 예술세계요, 그 예술성을 포함한 정신적 만족감 등을 말한다. 그리고 도(道)라고 하는 경지는 형이상학적 경지에서 최고도로 승화되어 이루어진 절대의 경지요 진리의 차원이다. 이 경지에 이른 사람을 우리는 성인(聖人)이요 군자(君子)요 도인(道人)이라고 말한다. 이 경지는 완벽한 깨달음의 경지로서 상대적인 것이 무너지고 오직 하나의 세계로 선악과 시비와 유무와 색채와 형상과 언어가 떨어진 경지이다. 이처럼 도(道)는 절대 경지요, 예(예)는 철학적 경지요, 예(藝)는 과학적 차원으로 엄격한 차별이 있는데 이것이 옳다 저것이 그르다 라고 말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우리네 조상들이 완성해 놓은 차문화를 소급해 보면 그곳에는 도(道)와 예(藝)와 예(禮)의 경지가 다 포함되어 있다.

1. 다도란 무엇인가?

  「다도」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한 두 마디로 쉽게 정의를 내리기는 무한히 어렵다. 다도라고 하는 말은 차다(茶)자와 길도(道)자가 합쳐져서 이루어진 문자로서 차라고 하는 물질적 또는 정신적 세계와 도라고 하는 절대적 진리적 경지가 한 단어로 표현된 말이다. 이는 차생활을 통해서 절대의 경지인 도의 차원에까지 이룰 수 있다는 데서 생겨난 말이다. 그러면 과연 다도란 무엇인가?
  다도가 무엇인가 정의를 내리기 전에 먼저 알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도」라고 하는 것으로 먼저 「도」가 무엇인가를 알아야만 다도가 무엇인가를 쉽게 이해할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면 「도」란 무엇인가?
 「도」라고 하는 말은 동양사상에서 정립한 문자로서 이를 풀이하면 「경(經)」이라고도 하며 영어로는 nature(자연), the supreme reason(최고원리), the mode(양상:楊相) 등으로 번역되었다. 그러나 동양사상을 대표하는 유교나 불교, 도교에서는 각기 그 뜻을 조금씩 달리하고 있다. 그러면 먼저 도교에서 이야기하는 도의 사상을 살펴보기로 하자.

1) 도교(道敎)의 도사상(道思想)

  노자(老子)는 도덕경(道德經) 25장에서 이 문제를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혼돈상태에서 이루어진 한 물건이 있는데 이는 천지개벽(天地開闢)이전에 먼저 생겼다. 고요하고 적적하여 홀로 서 있으며 언제나 변함이 없다. 어디에나 안가는 곳이 없건마는 깨지거나 손상될 위험이 없다. 그것은 천하만물의 어머니가 된다. 나는 그것의 이름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그 이름을 붙여 「큰 것(大)」이라고 한다. 무한히 크기 때문에 어디든지 다 간다. 가기 때문에 멀다(遠). 멀리 갔다간 다시 본 자리로 돌아 온다.」

  이와 같이 도교에서는 도를 가리켜 천지만물이 생겨나기 전부터 존재했던 것으로 보며 모든 것을 창조하는 어머니와 같은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 어떤 물건이 모든 것을 모아 하나가 되어서 천지에 앞서 생겼으며 지극히 크고, 지극히 묘하며, 지극히 비고(至虛), 지극히 신령하여(至靈), 끝이 없이 넓고 멀어 아득하며 아주 또렷하고 밝아 그 있는 곳을 방향으로도 정할 수 없고 그 수명을 겁(劫)과 수(數)로도 헤아릴 수 없어 나는 그 이름을 알 수 없으니 굳이 이름하여 「도」라고 한다. 또 곡신(谷神 : 골짜기의 빈 곳)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삼재(三才 : 하늘 땅 사람)의 근본이 되며 만물의 어머니가 된다. 그래서 이름이 있고 없다는 것과(有名無名) 생각이 있고 없다는 것이(有念武念) 모두가 여기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므로 현묘하고 또 현묘하여(玄之又玄) 온갖 오묘한 문(衆妙之門)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道)는 만물이 생겨 나오는 원천이다. 그러므로 언제나 사물(事物)들이 존재하고 사물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도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도의 이름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모든 사물의 시초의 시초이기 때문에 만물의 시원(始源)이라고도 하며 그래서 결국 사라질 수 없는 것이며 그 이름 또한 사라질 수 없는 이름(名)인 것이다.
  그러므로 사라질 수 없는 이름 즉 「상명(常名)」이라고 하며 이름 붙일 수 있는 것은 (有名) 상명이 아니며 도(道)라고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처럼 「도」는 이름 붙일 수 없는(無名)이기 때문에 말(言語)로 표현 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에 대해서 말하고 싶어하므로 억지로 그것에 어떤 이름을 갖다 붙여서 「도(道)」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것은 정말로 어떤 이름도 아니다.
  우리가 도(道)를 「도」라고 부르는 것과 일반적으로 찻잔이라는 한 물질을 「찻잔」이라고 부를 때 그것은 그와 같은 이름을 붙일 수 있는 「속성」을 가지고 있지만 도를 「도」라고 부를 때 그것은 단순히 하나의 「명칭」일 뿐이다. 그래서 노자는 도덕경 제 1 장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말로 표현할 수 있는 도는 영원불멸의 도가 아니며, 이름 붙일 수 있는 이름은 영원불멸의 이름이 아니다. 이름 없는 것은 천지의 처음이고 이름있는 것은 만물의 어머니가 되며 그러므로 항상없는 것(無)으로부터 지극히 미묘한 것을 보고자 하고 항상있는 것(有)으로부터 그 귀결을 보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유(有)와 무(無)는 하나(道)에서 나왔으나 그 이름이 각기 다를 뿐이며 그 같은 것 하나(道)를 현묘하다고 하며 현묘하고 또 현묘하여 모든 현묘함이 나오는 문(門)이라고 하였다.」

  이처럼 노자는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이것이 도다 아니면 이러한 이러한 것이 도다」라고 한다면 그것은 영원불변의 도가 아니요, 진짜 도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말하고 있다. 또 이름 줕일 수 있는 도는 결코 도가 아니며 눈으로 볼 수도 없고 귀로 들을 수도 없으며 손으로 만져볼 수도 없으며 형상으로 그릴 수도 없으니 도를 아는 사람은 말을 하지 않으며 말을 아는 사람은 도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또 말이란 뜻이 있는 것이므로 그 뜻을 얻고 말을 잊은 사람이라야 그 도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형상이 없는데서 그것을(道) 보고 소리가 없는데서 그것을 들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노자는 천지가 아직 생기기 전에 이름 붙일 수 없는 시원(始元) 즉 본체(道)가 먼저 있었고 그 본체로부터 그 형체의 천지가 있은 뒤에 만물이 생겨나게 되었으니 노자는 천지가 생성되는 과정을 도(道)에서 천지(天地)가 나왔으며 천지에서 만물(萬物)이 생겼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말하기를

 「천하의 만물은 유(有)에서 생겨났고, 유는 무(無)에서 생겨났다.」
라고 하는 것이었다. 도는 무명(無名)이요 무(無)다. 그리고 그것에 의해서 만물(萬物)이 생겨나게 된다. 그러므로 유(有)의 존재 이전에 무(無)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그것으르부터 유(有)가 생겨나게 된다. 그리고 이 유(有)로부터 만물(萬物)이 생겨난다. 만물은 많지만 유(有)은 오직 하나 뿐이다.
  도덕경 제 42장에 보면

 「도(道)에서 1이 생기고 1에서 2가 생기고, 2에서 3이 생기고, 3에서 만물(萬物)이 생긴다」
  라는 구절이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1」이란 「有」를 가리킨다. 즉 「도에서 1이 생기고」라는 말은 「無에서 有가 생기고」라는 말과 같다. 그리고 2와 3에 대해서는 많은 견해가 있다. 그러나 유(有)는 1이요, 작용(作用)이며 2와 3은 많은 것(多)의 시초이다. 그러므로 「1에서 2가 생기고 2에서 3이 생기고 3에서 만물이 생긴다」라는 말은 유(有)에서 만물(萬物)이 생겨 났다고 하는 말과 같은 것이다.
  여하튼 노자가 이야기하는 도는 모든 것의 시원으로서 무형의 본질이요, 원초의 근본이치로서 천지만물은 그 형상이요, 작용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도가 아니면 천지가 형성될 수 없으며 천지가 아니면 그 도는 작용을 나타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무형의 본체인 도는 유형의 작용인 천지나 만물의 근본이요, 근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 본체를 「도」라고 하고 그 작용을 「덕(德)」이라과 하는 것이다.
  도덕경 제 51장에서 노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만물(萬物)은 도와 덕을 존귀(尊貴)하게 여기지 않을 수 없다」고 하였다.

  그 이유는 「도」에 의해서 「만물」이 생겨나고 「덕」에 의해서 「만물」이 육성(育成)되기 때문에 존귀하게 여기는 것이다. 그러므로 무명(無名)의 도(道)보다 더 소박한(素朴)한 것은 없고 다음이 무위의 덕(德)이다. 그래서 덕있는 사람은 소박하게 살려고 하며 덕을 따르는 생활은 선악(善惡)을 초월하여 있다.

 「천하(天下)의 모든 사람들이 아름다움(美)을 아름다움(美)으로, 알고 있으면 그것은 이미 미움(惡 : 추함)일 뿐이고 천하의 모든 사람들이 착함(善)을 착함(善)으로 알고 있으면 그것은 이미 착함이 아닐(不善) 뿐이다.」
  라고 했다.
  그러므로 노자는 인의(仁義)와 같은 유가(儒家)의 덕목(德目)을 무시하였다. 왜냐하면 그러한 덕목은 도(道)와 덕(德)이 타락한 데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자는 도덕경 제 38장에서

 「도(道)를 잃고 나면 덕(德)을 내세우고 덕(德)을 잃고 나면 인(仁)을 내세우고 인(仁)을 잃고 나면 의(義)를 내세우고 의(義)를 잃고 나면 예(禮)를 내세운다. 대체로 예(禮)를 내세우는 것은 충성(忠)과 믿음(信)이 박약(薄弱) 한데서 생기는 것이요, 장차 혼란해지려는 시초인 것이다.」
  라고 말하였다.
  여기에 우리는 도가(도가)와 유가(유가)의 다른 점을 볼 수가 있다.

도교(道敎)의 도(道)사상


2) 유교(儒敎)의 도사상(道思想)

  도교(道敎)의 도(道)는 무명(武名)-뭐라고 이름 붙일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유교의 역전(易傳)에서는 도(道)란 이름을 붙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엄밀하게 말하여 이름 붙일 수 있는 것이 도(道)요, 또 「도」라야 이름을 붙일 수 있다고 하였다. 그래서 우리는 도가의 도는 「유일(唯一)한 도(道)」요, 역전(易傳)의 도는 「개별적인 도(道)」로 구분해 볼 수가 있으며 도가(道家)의 도는 우주만물(宇宙萬物)의 생성(生成)과 변화(變化)가 일어나는 유일한 것이며 역전(易傳)의 도는 복수적(複數的)이며 우주만물을 지배하는 원리(原理)들이다.

도가(道家)와 역전(易傳)의 도사상


  이것은 딱딱한(堅) 사물(事物)을 딱딱하게 만들어 주는 그 「어떤 원리(原理)」인데 이 원리를 유가(儒家)에서는 「견도(堅道)」 또는 「도(道)」라고 한다. 이 견도(堅道)로 말미암아 모든 사물이 딱딱하게 되며 자기의 소임을 다 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견도는 사물을 딱딱하게 할 뿐이지 사물 그 자체의 딱딱함(堅)은 아니다. 이처럼 모든 사물을 딱딱하게 하는 원리 즉 「견도」는 이름 붙일 수 있는 도(有名)요, 형이상학적(形而上學的)인 원리(原理)이다.
  예를 들면 군도(郡道), 신도(臣道), 부도(父道), 자도(子道)같은 이러한 군신부자(君臣父子)가 「마땅히 걸어야 할 길 」이요, 도(道)이다. 그러므로 이들 각자는 「군신부자」라는 이름(名)으로 명시(明示)되어 있고, 그 이름에 맞도록 행동해야만 한다. 여기에 공자(孔子)의 정명사상(正名思想)이 들어 있다. 그러나 공자(孔子)의 정명사상은 윤리론(倫理論)에 그쳤지만 역전(易傳)의 정명론(正名論)은 형이상학적(形而上學的)인 차원에까지 승화되어 있다. 그래서 주역(周易)의 계사전(繫辭傳)에 보면,
「일음일양(一陰一陽)을 도(道)라고 한다. 이 도를 계속해서 이어 나가는 것이 선(善)이요, 이것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 성(性)이다.」
「一陰一陽謂道, 繼之者善也 成之者性也」라고 하였다.
  한 사물이 생성(生成)되는데는 그것을 생성시킬 수 있는 것이 있어야 하며 또 이 사물을 만드는 데 쓰이는 재료가 있어야 한다. 전자는 주동적(主動的)이요, 후자는 피동적(被動的)이다. 주동적은 것은 강건(剛健)한데 이것이 바로 「양(陽)」이요, 피동적인 것은 유순(柔順)한데 이것이 바로 「음(陰)」이다. 사물이 생성되려면 이 두가지가 화합(和合)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일음(一陰)과 일양(一陽)을 도(道)」라고 말하였다.
  중용(中庸)에 비록 보이지도 아니하고 들리지도 아니하나 잠시도 쉬지 아니하고 그윽히 깊고 세미(細微)하여 혼자만 아는 곳에도 모두가 이 「도」가 머무는 곳이다. 그래서 도는 무소부재(無所不在)이니 없는 곳이 없으며 나타내지 않는 곳이 없다. 또 도는 하늘을 근본한 것으로 사람이 받아 간직하고 있으며 이를 가르치고(敎) 전하여 베풀으메 덕(德)이라 한다. 이는 그 가운데 인(仁)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자는 「하늘이 무어라고 하던가」하였고 전한(前漢)시대의 대유학자 동중서(董中舒)는 「도(道)의 큰 근원은 하늘에서 나왔다(道之大原出於天)」고 하였으며 남송(南宋)의 대학자 채심(蔡沈)은 「하늘이란 삼가는 마음이 스스로 나온 곳이다(天者嚴基心之所自出)」라고 하였으니 주무숙(周茂叔)이 말한 「무극(無極)이면서 태극(太極)이다」라고 한 말과 같은 것이다.
  또 중용(中庸)이 말하기를
「하늘이 인간에게 부여한 것을 본성(本性 : 性)이라 하고 이 성품(本性之性)에 따른는 것을 도(道)라고 하며 도(道)를 닦는 것을 교(敎)라고 한다. 도는 잠시라도 인간을 떠날 수 없다. 떠날 수 있는 것은 도(道)가 아니다.」라고 하였다.
  이처럼 많은 유학자들은 도(道)를 하늘에 두고 그 근본은 천명(天命)으로부터 나오며 성(性)과 도(道)와 교(敎)의 세 글귀는 이름은 서로 다르나 내용은 같은 것으로서 그 본체(體)와 작용(用)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라고 한 것이 그것이다. 또한 도는 성(性)에서 나온 것인데 도만 말하고 성을 말하지 않으면 사람이 도의 근본을 알지 못하며 도는 (敎)에 의하여 밝혀지는 것인데 도만을 말하고 교를 말하지 않으면 사람이 도의 공용(功用)을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도라고 하는 이 한 글자는 성과 교를 포용하고 있으며 그 근본을 살피면 반드시 천명(天命)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대학(大學)의 삼강【三綱 : 군위신강(君爲臣綱), 부위자강(父爲子綱), 부위부강(夫爲婦綱)】과 팔목【八目 : 격물(格物), 치지(致知), 성의(誠義), 정심(正心), 수신(修身), 제가(齊家),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도 다 인도(人道)의 행실로서 그 근본은 천명(天命)의 도(道)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주역(周易)에서는 도를 먼저 말하고 성을 뒤에 말하였으나 그 도라고 하는 글자는 하나인 태극(太極)을 다 거느리고 무극에 임하였으며 자사(子思)는 먼저 성을 말하고 뒤에 도를 말하였으니 이 도라고 하는 글자는 하나인 태극을 각각 갖춘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지만 크게 다르지 않는 것은 도에는 그 성품이 가지는 참다운 이치가 들어 있으며 성품 가운데에는 도의 덕이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극한 덕이 아니면 지극한 도는 이룰 수가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덕이란 본연의 체(體)에서 얻어지는 것이고 도란 마땅히 행하여야 될 활용(用)으로 보았으니 덕은 실천하는 내용에서 얻어지는 것이고 도란 밟아 나가는 바의 일이다. 그래서 「이 덕이 있음으로 해서 이 도가 있느니라」고 했고 또 「이 도가 있다는 것은 그 덕이 있음을 알게 된다」고 했으니 반드시 입도(入道)한 뒤에야 덕을 쌓는 것이고 도에 이른 다음에야 덕을 이루는 것이며 덕을 완성하는 것으로 말하면 지극한 덕이 있기 때문에 능히 지극한 도를 완성하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본체로부터 활용(用)에 도달하였고 나중에는 활용에서 본체로 귀결되고 있으니 본체와 활용은 서로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하나의 큰 이치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도(人道)는 올바른 행실의 실천의 도를 말하며 천도(天道)란 지극의 도로서 이치의 결합으로 모든 것을 포용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천명(天命)은 곧 천도(天道)를 의미하며 그 가운데서 성(性)과 도(道)와 교(敎)가 나온 것이며 그 하나의 덕화라 할 수가 있다. 이 덕화의 작용이 아니면 인(仁)과 예(禮)가 실행될 수 없으며 이 인과 예의 도리를 잘 실천하는 것이 인도(人道)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유교에서 말하는 도(道)라고 하는 개념은 천명(天命)의 도(道)보다는 실천의 덕화(德化)인 인도(人道)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그래서 온갖 사물을 지배하는 도(道)와 이외의 만물 전체를 관통(貫通)하는 도(道)가 있다고 한다.

「신원도(新原道)에 보면」
「천하지도(天下之道)와 천지지도(天地之道)가 있는데 군도(君道), 신도(臣道), 부도(夫道), 처도(妻道)는 천하지도에 속하고 일음(一音), 일양(一陽)의 도(道)는 천지지도에 속한다」고 하였다. 이 천지지도(天地之道)에서 천하지도(天下之道)가 나오는데 주역(周易)의 서괘전(序卦傳)에 보면 「천지(天地) 있은 다음에 만물(萬物)이 있고, 만물이 있은 다음에 남녀(男女)가 있고, 남녀가 있은 다음에 부부(夫婦)가 있고, 부부가 있은 다음에 부자(父子)가 있고, 부자가 있은 다음에 상하(上下) 구분(區分)이 있고, 상하의 구분이 있은 다음에 예의(禮意)가 행하여 진다.」라고 했다.
 
  이와 같이 천명(天命)의 도(道)인 천지지도(天地之道)로부터 인륜(人倫)의 도(道)인 천하지도(天下之道)가 나오므로 도(道)를 아는 성인(聖人)은 도를 실천함에 있어서 마음은 사물에 응해도 곧 쉬므로 원래가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다고 하였고 말이 적고 침묵하는 것이 가장 묘한 일이며 도(道)를 알면 말이 저절로 간결해지는 것이라고 하였다.
  주역(周易)의 계사전(繫辭傳)에 보면,

 「군자(君子)는 편안할 때 위대한 것을 잊지 아니하고 존재할 때 멸망하는 일을 잊지 아니하고 다스려질 때 어지워지는 일을 잊지 않는다. 그러므로 몸이 편안할 수 있고 국가를 보전할 수 있다.」라고 하였다.
  이처럼 군자(君子)는 마음을 비워 언제나 조용하며 때에 따라 말하고 덕을 쌓아 천지와 함께 그 덕을 같이 한다고 하였다. 이와 같이 인간의 마음을 우주와 합일(合一)하는 경지(境地)에 까지 끌어 올리는 유가적(儒家的) 방법은 일상적(日常的)인 평범한 일에 대하여 그 의의(意義)를 완전히 깨닫고 꼭 알맞게(中道) 행하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안과 밖의 결합(結合)을 얻게 되는데 이는 천지(天地)에의 인간의 참여뿐만 아니라 인간이 천지(天地)와의 합일(合一)을 뜻한다. 이렇게 하여 우리는 피세적(彼世的 : 저세상, 피안)인 것에 도달하게 되는데, 그렇지만 또한 동시에 차세적(此世的 : 이세상, 차안)인 것도 잃지를 않는다. 이 방법은 도가(道家)의 것과는 약간 다르다. 도가(道家)는 지(智 : 지혜)를 버림으로써 - 절성기지(絶聖棄智) - 피차(彼此 : 저 세상과 이 세상)의 구분을 초월한 경지에까지 우리의 마음을 끌어올린다. 하지만 유가(儒家)의 방법은 인(仁 : 어짐)의 확충을 통해서 자기와 타물(他物)의 평상적(平常的)인 간격(間隔)을 초월한 경지에까지 마음을 끌어 올린다. 그러므로 성인(聖人)은 항상 인(仁)을 생각하며 행동이 조용하며 말이 간결해지며 모든 사물을 보고 그 이치를 궁구해 알게 된다. 이와 같이 성인은 냇물(川)의 흐름만 보고도 도(道)의 쉬지 않음을 알았던 것이다.

유교(儒敎)의 도사상(道思想)


3) 불교(佛敎)의 도사상(道思想)

 「여기에 한 물건(一物)이 있는데 본래부터 한없이 발고 신령스러워 일찍이 나지도 않았고 죽지도 않았다. 이름 지을 길 없고 모양 그릴 수도 없다.」
  한 물건(一物)이란 무엇인가?

 「옛 사람이 말하기를 "옛 부처 나기도 전에 의젓한 일원상, 석가도 모른다 했다는데 어찌 가섭이 전하랴.」

  이것이 한 물건이 나지도 않고 죽지도 않으며 이름 지을 길 없고 그 모양 그릴 수도 없는 까닭이다.
  어느날 육조 혜능대사(慧能大師)가 대중에게 물었다.
 「나에게 한 물건이 있는데 이름도 없고 모양도 없다. 너희들은 알겠느냐?」
  이때 신회선사(神會禪師)가 일어나 대답하기를 「모든 부처님의 근본이요, 신회의 부처 성품입니다.」고 하였으니 이것이 육조(六朝)의 서자가 된 까닭이며 훗날 회양선사(懷讓禪師)가 숭산(崇山)으로부터 와서 뵙자 육조스님이 묻기를 「무슨 물건이 이렇게 왔는고?」할 때에 회양은 어쩔 줄 모르고 쩔쩔매다가 돌아가 8년만에야 겨우 깨치고 나서 말하기를 「가령 한 물건이라고 하여도 맏지 않습니다.」라고 하였으니 이것이 육조의 맏아들이 된 연유이다.
  고려 말기의 백운경한(百雲景閑) 스님은 다음과 같은 게송(偈頌)을 읊었다.
 「한 물건이 하늘보다(天地) 먼저 생겨 이름도 없고 또한 모양도 없네 인연을 따라 굽히고 펴고 하나니 방편으로 지혜(智惠)라 이름하네」

  동산(洞山) 화상이 태수좌(泰首座)를 청해서 과자(菓子)를 먹다가 묻기를,

 「한 물건이 있으니 위로는 하늘을 받치고 아래로는 땅을 받쳤다. 검기는 칠과 같고 항상 활동하는 가운데 있으되 활동하는 속에서 찾을 수 없다 했으니 그대가 말해 보라 허물이 어디에 있는가?」 하니, 수좌가 말하기를

 「허물이 활동하는 속에 있습니다.」

하매 동산선사가 할을 하고 과자를 치우게 하였다.
목암충(牧庵忠) 화상이 이 문제를 듣고 말씀하시기를,

 「동산은 천 길 아래로 낚시줄을 드리우니 뜻이 깊은 못에 있고 태수좌는 오랫동안 사막 싸움터에서 싸웠나니 공명이 지극하였다. 위산(僞山) 화상이 그때에 보았더라면 동산이 묻자마자 붙들고 말하기를 "과자나 잡수시오" 하리니 지설(直說)하는 동산이 강을 기울이는 재주가 있더라도 그의 혀가 굳었으리라.」

하였다.
삼조(三祖) 승찬대사(僧璨大師)는 신심명(信心銘)에서

 「허공 같이 또렷하여 모자랄 것도 없고 남을 것도 없다.」고 하였다.

  이것을 마음(心)이라 성품(性)이라 진리(眞理)라 혹은 도(道)라고 억지로 이름을 붙였으나 어떤 이름으로도 맺지 않으며 무슨 방법으로도 그 참모습을 바로 그려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은 무한한 공간에 가득차서 빠진 곳이 없기 때문에 안과 밖이 없으며 유무가 없다. 또 무궁한 시간에 사뭇 뻗쳐 고금에 통하는 고로 시작과 마침이 없고 크고 작음이 없으며, 많고 적음이 없으며, 높고 낮음이 없다. 또 시비할 수도 없으며, 거짓이라 참이라고 할 수도 없으며, 망령되다 거룩하다고 할 수도 없으며, 온갖 차별을 붙일 길이 없으므로 어쩔 수 없이 한 동그라미(일원상)로써 이것을 나타낸 것이며 이(伊 : ∴)자로 보인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도 부족하여 혜충국사(慧忠國師)는 아흔 아홉 가지로 그림을 그려 보이기도 했으나 이도 또한 부족한고로 끝내는 「입을 열기 전에 벌써 그르쳤다」고 했고 「알거나 알지 못하는 데에 있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깨쳐도 알지 못하고 깨지치 못해도 알지 못하는 것이니 「석가모니도 모른다 했고 모든 조사 스님들도 그 법을 전하거나 받지 못한다」고 하는 것이다. 오직 깨쳐서 증험하는 길 뿐이니 알고 모르고는 상관이 없는 것이다. 이에 아는 것이나 모르는 것에서 다 뛰어나는 뜻이다.
  그리고 이 도(道 : 法)에는 불변(不變)과 수연(隨緣)의 두 가지 이치가 있다. 불변이란 진리의 본체로서 어떠한 변화에도 움직이지 않고 항상 그대로 고요하고 적적하여 언제 어디서나 변함이 없는 체(體)를 말한다. 이 원리를 진여(眞如) 또는 원적(圓寂) 평등(平等) 적멸(寂滅) 등으로 말하기도 한다. 수연(隨緣)은 모든 환경의 변화에 따라 동작이 일어나고 그 동작과 변천에 따라 작용하게 되는데 이 작용(用)을 수연(隨緣)이라고 한다. 이 수연에 따라 만물(萬物)이 생기고 이 만물은 작용의 형상으로서 본연으로부터 생겨난 연기(緣起)의 상(像)이다.
  이처럼 도(道)라고 이름 붙여도 맞지 않는다는 그 자리는 어떠한 자리인가?
  이 자리는 부처가 나기 전의 세상이요, 온갖 명칭을 떠난 자리요, 형성으로 나타나기 전의 자리인 오직 은밀히 작용(用)하여 통하는 그 지경(至境)에 이르면 말없이 상응하게 되리니 그때 비로소 증험할 것이다. 만약 이 지경을 부처니 중생심(衆生心)이니 진리(眞理)니 도(道)니 법(法)이니 진여(眞如)니 하고 이름을 붙인다면 어리석음을 면치 못할 것이요 또 아니라고 말한다면 이도 또한 바보천치가 될 것이다. 모름지기 대도(大道)란 그림자가 없고 진리는 상대가 없다. 허공과 같아서 요동치 않으니 생사가 없고 삼세(三世)에 속하지 않으니 과거나 미래 현재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옛 사람의 말에

 「명암(明暗)은 저절로 오고 가지만 허공은 요동치 않으며 만상(萬像)은 저절로 생겼다 없어지지만 명경(明鏡)에 어찌 미칠 수 있으랴.」

  라고 하였다.
  만약 이 지경에 혀 끝을 대면 혀가 녹아버리고 글자를 들면 글자가 죽어버린다. 말과 문자로도 세울 수 없고 선악으로도 끌어 낼 수 없으며 그림으로도 그려낼 수 없는 이 자리 이 지경을 우리는 깨달아 증험해야 된다. 그래서 허공장경(虛空藏經)에

 「문자(文字)도 마(魔)이요, 이름(名)과 형상(相)도 마의 업이요, 부처님의 말씀까지도 마의 업이다.」

  라고 한 것이 이 뜻이다.
  이처럼 본문(本文)을 바로 들어 보일 때에는 부처님이나 조사도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이처럼 도(道)는 언표불가능(言表不可能)하다. 왜냐하면 무(無)라고 하는 것은 말할 수 있는 그 무엇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을 불성(佛性)이다 또는 다른 어떤 이름으로 부른다면 우리는 거것에 대해서 정의(定義)를 내리는 결과가 되어 도리어 그것에 제한을 가하는 것이다.

  그래서 옛부터 조사스님은 말하기를 「언어의 그물」에 떨어지지 말라고 경계한 것이다. 그러나 도(道)는 유전(流傳)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불법(佛法)에는 힘 들이는 데가 없다. 단지 일상적인 일만을 평범하게 할 뿐이다. 대소변을 보고 옷을 입고 밥을 먹고 피곤하면 자는 등 작위(作爲)가 없는 행위를 어리석은 사람은 비웃지만 현명한 사람은 알고 있다. 또 도(道)란 안다는 것(知)과 모른다는 것(不知)은 무기(無記)이다. 마치 어디에도 걸리지 않는 도(道)에 진정으로 도달했다면 크게 텅비어 툭 터진 것 같으니 어찌 억지로 시비(是非)를 가리겠는가. 도의 자각(自覺)은 도와 일체(一體)가 되는 것과 같고 툭 터진것과 같은 공간(空間)은 허공(虛空)이 아니다. 그것은 다만 모든 차별이 사라진 상태이다. 이 상태는 지(智)와 리(理)가 명계(冥契)되고 대상과 정신이 회합(會合)하여 경험자와 경험대상의 구분이 없어지는 상태라고 한다. 그것은 마치 물을 마셔본 사람이 그 물이 찬 지 뜨거운 지를 안다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와 같이 도(道)라고 하는 경지는 언어나 문자가 떨어진 세계이나(不立文字) 말과 글이 아니며 그 경지를 표현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 그것은 마치 본체(體)가 작용(用)이 아니면 나타날 수 없는 것과 같아서 - 그래서 부득이 말과 글의 능력을 빌려서 그 경지를 표현하는 것이다.
 「다도(茶道)」또한 이와 같아서 문자(文字)와 형상(相)이 떨어진 경지이나 말과 글을 빌려서 표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불교(佛敎)의 도사상(道思想)


  그래서 「다도(茶道)」란 ?

 「숙달된 차생활(常識的 차원)로 법도(法道)에 맞도록 잘 울궈낸 차(科學的 차원)를 마시면서 느끼는 현현(玄玄)한 아취(雅趣)가(哲學的 차원) 지극(地極)한 경지에 이르러 묘경(妙境)을 터득할 수 있다(絶對的 眞理 차원). 」

  고 해서 다도라고 했다.
  이와 같은 다도관(茶道觀)은 사원의 선승(禪僧)들에 의해서 완성된 경지로서 그 발달의 사상은 선(禪)에 근본을 두고 있다. 그래서 일찍이 선(禪)과 차는 하나가 되어 도(道)의 진체(眞體)를 문답하는 법거량(法擧揚)이나 선문답(禪門答)에 많이 활용되어 왔다.

다도(茶道)의 개념도


 『투자(投子) 선사에게 해산스님이 개당(開堂)에 앞서 산에서 내려와 말씀 드리려고 막 방안에 들어서니 투자선사가 한 잔의 차를 들고서 말하기를 「도자(道者)야 삼라만상이 몽땅 이 안에 들어 있느니라.」하였다. 이에 해산스님이 찻잔을 받아 얼른 쏟아 버리고 빈잔을 들고서 말하기를 「삼라만상이 어디에 있습니까?」 하니 투자선사가 말씀하시기를 「한 잔의 차만 아깝게 되었구나」하였다.
  얼마 후에 명초(明招)스님이 이야기를 듣고는 말하되 「해산이 찻잔을 받기 전에 무슨 말을 했어야 투자선사에게 차 한 잔이 아깝다는 말을 듣지 않을 수 있겠느냐?」하고는 대신 말씀하시기를 「놓아버리시오.」하였다.』

2. 차의 정신(精神)

  차 정신은 차생활을 하던 그 시대의 사상가(思想家)들이나 종교인들에 의해서 거의 완성되었다. 우리나라의 차정신 또는 차생활이 보편화되면서 정립된 것으로 그 시대을 지배하던 사상과 철학 내지는 종교정신에 의해서 완성된 것이다. 그러면 그 당시 차생활을 하던 사람들은 어떠한 사람들인가?
  삼국시대는 대부분이 승려들에 의해서 차생활이 유지되었으며 일부 귀족들과 화랑도, 그리고 선(禪)사상을 가진 신인(神人)들과 도교의 사상가들이었다. 그리고 고려시대에 들어 와서는 왕족과 귀족계급의 유학자들과 선승들 사이에 유행했으며 일부 도가(道家)의 사상을 가진 은거인들이 차생활을 했다. 조선시대에 와서는 유학자가 득세를 하여 관인계급에서 다례(茶禮)를 행했으며 은거인이나 처사들 사이에 차생활이 이어졌고 산 중으로 밀려난 승려들 사이에 차생활이 유지되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차생활은 불교의 승려들과 유교의 유생들과 도교의 도학자들 사이에 주로 마셔졌다. 이들은 자기들 나름대로 차생활을 즐기면서 자기들의 종교사상이나 철학으로 차정신을 확립시켰으며 법도와 체계를 세워 놓았다. 사원의 승려들은 선(禪)사상에 차를 끌어들여 같은 경지로 승화시켰으며 유교의 유학자들은 그들의 윤리의식에 차를 유입하여 다례의식(茶禮儀式)을 제정하였으며 도가(道家)의 사상가들은 자연과 합일하려는 신선사상(神仙思想)에 의하여 풍류(風流)의 정신세계를 완성하였다.
  이를 알기 쉽게 도표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차정신 개념도(槪念圖)


  그러면 다음은 사원의 승려들이 어떻게 차를 선(禪)의 경지에 까지 승화시켰는가와 유교의 유학자들이 어떻게 다례의식(茶禮儀式)을 정립했는가 또 도가(道家)의 사상가들이 완성환 풍류(風流)의 시가(詩歌)와 멋이란 무엇인가를 살펴보기로 하겠다.

1) 차는 선(禪)이다.

  선(禪)이란 독특한 수행(修行)의 길이다. 사원에서 사용하는 특수한 용어로서 진리(眞理)를 채득하고자 하는데 드는 방편의 문으로 범어(梵語)로는 「dahyana」라고 하며 한역하여 선나(禪那)라고 한다. 이를 줄여서 「禪」이라고 하는데 번역하면 고요히 생각한다고 하는 정려(靜慮) 또는 생각하여 닦는다는 사유수(思惟修) 또는 적멸(寂滅), 한 마음의 극치(極致)라고도 한다. 그러므로 일심불란(一心不亂)한 마음으로 일하는 것은 선(禪)아닌 것이 없다. 모두가 선인 것이다. 그래서 행주좌와(行住座臥) 어묵동정(語默動靜)이 모두 선(禪)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정신적 의식이 있는 곳에는 선 아닌 것이 하나도 없다.
  차가 선과 같다는 말은 선(禪)의 삼매경(三昧境)에 들어 대오각성(大悟覺醒)하는 길이나 차의 삼매에 들어 묘경(妙境)을 깨닫는 것이 한 가지라는 뜻이다(禪茶一如).

2) 차는 멋(風流)이다

  멋이란 인간의 사고(思考)와 언행(言行)이 이상(理想)의 경지에 이르러 있고 품위가 있고 운치가 있어 속되지 않고 사려깊은 것을 말한다. 멋지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한이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많은 재화를 들여 멋있게 살고 싶어 가옥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고상한 취미를 배우기에 여념이 없다. 사람이 맨처음 움직이면 배고픔을 면하는 일이요, 그 다음은 안일과 행복을 찾는 일이라고 한다. 그래서 인간들은 많은 취미 생활을 만들어냈고,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차생활이다. 이러한 차생활은 인간들의 정서생활에 많은 이로움을 주었고 또 인간들의 정신 영역을 한없이 넓혀 주었다. 한 잔의 차를 마시는 사색공간을 통해서 사람들은 무한한 세계를 개척했고 시공(時空)을 초월한 자기 완성을 통해서 영원히 사는 비법을 터득했고 또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되어 우주의 일부분으로 완전한 자유를 얻었고 정신적 자기 구현을 통해 두려움이 없는 마음의 편안을 얻은 것이다.
  태초부터 청정한 이 마음에는 한 점 바람도 일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은 욕망의 폭풍을 맞고 서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길을 잃었다. 이처럼 길을 잃은 인간들이 차 한잔의 여백을 통해서 진실을 밝히고 자기의 잃어버린 본래면목(本來面目)을 찾는 길이야 말로 진정한 다인(茶人)의 바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서화묵객(書畵墨客)들이나 시객(詩客)들이 명승지를 찾아 즐기고(風流), 불승(佛僧)들이 자연 속에 묻혀 백운(白雲), 청산(靑山)을 마주하고 깊은 사색에 잠기는 것이(禪定)다 뜻이 있는 일이다. 이처럼 우리 조상들은 풍류를 아는 민족이었다. 그래서 산지수명(山紫水明)한 곳이나 명승지에는 으레히 자그마한 정자(亭子)를 세우고 꽃과 나무를 가꾸며 뜻이 있는 선비들과 끽다(喫茶) 음주(飮酒)로 함께 즐기면서 호연지기(浩然之氣)를 키웠다. 또 가재(家財)에 여유가 있는 사람은 집안에 정원과 연지(蓮池)를 만들고 기화이초(奇花異草)를 심어 봄부터 가을까지 꽃이 지지 않도록 하였으며 축대를 쌓고 누대(樓臺)를 만들어 좋은 벗을 청해 다주시화(茶酒詩畵)로 정신적 편안과 육체적 안락을 함께 도모하였으니 이것은 아름다움의 극치요, 인간이 바라는 최고의 풍미이다. 이러한 멋의 생활이 차의 생활이요, 이를 얻고자 하는 정신이 차의 정신이다.

3) 차는 절개(節介)다

  절개란 선비의 굳은 충절이나 부녀자의 정절(貞節) 또는 예의 범절을 말한다. 차가 선비의 굳은 충절과 같다는 말을 차나무가 상록수로서 추운 겨울의 눈보라를 능히 이겨내고 봄을 낳는 세한(歲寒)의 정이 있듯이 선비가 굶주림과 출세의 유혹을 물리치고 절의와 기개를 지키는 꿋꿋한 정신이 서로 같은 뜻이 있기 때문이며 부녀자의 정절과 같다는 말은 여자가 한 번 출가를 해서 한 남편을 섬기는 것이 차나무가 태어난 땅을 옮겨 심으면 잘 죽기 때문이다. 그래서 옛부터 선비 집안에 차가 떨어지면 부끄럽게 여겼고 임금도 공을 세운 신하에게 으레히 차를 예물로 하사하도록 되어 있었으며 선비의 제례상에는 차를 올리는 것이 상례였다. 그리고 옛날에는 여자가 시집가는 것을 「다례(茶禮)」 지낸다고 하였는데 이는 혼례식장에 차를 올렸기 때문이며, 혼례를 마친 여인이 시댁 사당에 가서 시댁 조상님들께 페백을 드리는데, 이것을 「묘견(廟見)」이라고 한다. 이 묘견례 때에 반드시 차를 올렸다. 차를 올리는 까닭은 차나무처럼 옮겨가지 않고 이 집안에 뼈를 묻을 때까지 이 가문을 위하여 헌신하겠다는 무언의 약조가 담겨져 있는 것이다.
  이 다례는 신라시대에는 헌다의식(獻茶儀式)이라고 해서 궁중과 사원이 중심이 되어 행해졌는데 궁중에서는 사직단과 오악삼신(五岳三神)에 제사했으며 사원에서는 불전(佛殿)에 헌다하거나 역대조사를 제사할 때 주로 행했다. 이 의식이 고려시대에는 진다의식(進茶儀式)으로 발전했는데 진다의식은 길례(吉禮), 흉례(凶禮), 빈례(賓禮), 가례(嘉禮) 때에 모두 행했으며 국가의 대소 행사에 모두 이 의식을 치뤘다. 불전을 향하여 임금이 직접 차를 달여 공덕재를 지내야만 했고 모든 문무백관이 참여해야만 했다. 이 의식은 복잡하고 장황하여 다방(茶房)이라는 관청부서를 설치해 두고 관리 감독하도록 했으며 이 다방에서 모든 진다의식을 관장하게 되었다. 그래서 고려 때 진다의식은 대단히 발달해 왕묘제(王廟祭), 사신권다(使臣勸茶), 책봉의식(冊封儀式)과 공주가 시집갈 때 또는 연등회 같은 국가의 모든 행사에 이 의식을 행했다. 그리고 사대부의 집안에서는 관혼상제(冠婚喪祭)등의 의식에 다의(茶義)를 갖추었으며 이 진다의식이 조선조에서는 다례의식(茶禮儀式)으로 바뀌었다. 다례란 본시 「행다례(行茶禮)」라는 말로써 「차로써 예를 행한다」는 뜻이다. 이 다례는 궁중다례와 사원다례 그리고 민간다례로 나눈다. 궁중에서는 사신접대와 다시(茶時) 그리고 종묘제 때에 상다(尙茶)라는 정3품의 관원을 내시부에 소속시켜 두고서 다례를 행하도록 했다. 사원에서는 불전헌다와 조사제 및 대소행사에 다례를 행했으며 민간에서는 관혼제 때에 모두 다례를 행했으며 원조(元朝), 상원(上元), 삼월(三月), 단오(端午), 유두, 칠석, 중양, 동지, 납월(臘月)과 삭망 때에도 다례를 지냈다. 이 각례는 한글이 창제 반포된 후에 「차례」라고 했으며 명절 등에 행하는 조상제사를 차례라고 하나 이는 변질된 의식이며 본시 다례이다.

4) 기타(其他)

  차는 「불기(佛器)」다 라고 한다. 불기란 공자님 말씀에 「군자는 불기이다」라는 말이 있다. 군자가 그릇(器)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그릇이란 크거나 작거나 둥글거나 모진 모양을 갖추고 있다. 만약 군자의 마음이 작고 크고 둥글고 모진 형태 즉 한계성을 가지고 있다면 그 한계 내에서만 쓰여질 뿐 다르게 이용될 수 없으며 크게 쓰여질 수 없게 된다. 차 또한 이와 같아서 한계와 차별이 없어야 한다. 이처럼 군자나 차는 그릇이 되어서는 안 된다.
  초의선사의 시구에 「고래현성구애다(古來賢聖俱愛茶) 다여군자성무사(茶如君子性無邪)」라는 말이 있다. 이는 옛부터 성현이 다 차를 사살했는데 차가 군자와 같아서 성품이 사특하지 않다는 말이다.

제 2 장 차생활

제 1 절 차의종류

  차라고 하면 시중의 다방가에서 팔고 있는 기호음료를 차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차가 아니라 탕환고(湯丸膏)의 일종이거나 기호음료이다. 차라고 하는 것은 차나무의 어린 순(荀)이나 잎(葉)을 재료로 해서 만들어 마시는 음료만을 말한다.

1. 차의 분류

  차의 분류는 차를 만드는 제다법에 따른 분류와 차나무의 품종에 따른 분류와 기타 곡물을 섞는 혼합차의 종류로 분류할 수 있다.

1) 제다법에 따른 분류

  차를 만드는 방법에 따라서 차의 종류가 다르게 되는데 볶아서 만드는 부초법(釜炒法)과 수증기로 쪄서 만드는 증제법(蒸製法)과 띄워서 만드는 발효법(醱酵法)과 떡처럼 만드는 병다법(餠茶法)이 있다.


제다법에 따른 종류


(1) 부초차(釜炒茶)의 종류

  찻잎을 볶는 정도에 따라서 차의 맛과 향이 달라진다. 찻잎을 반(50%) 미만으로 볶는 것을 덖음과정이라고 하고 반 이상을 볶는 것을 볶음과정이라고 하여 덖음차와 볶음차로 구분한다. 찻잎을 전혀 볶지 않고 햇볕에 말려서 만드는 일쇄차(日 茶)로부터 약간만 볶는 덖음차와 반쯤 볶는 볶음차와 강하게 볶는 볶음차가 있다.

부조차의 구분 (단위 : %)

                  덖 음 과 정                          볶 음 과 정

    0                  25                 50                 75                 100
  일쇄차            설록차(덖음)        작설차              수미차
                    반야차              유비차              보향차
                    쌍계차              초의차              화개차

(2) 증제차(蒸製茶)의 종류

  찻잎을 수증기로 찌는 정도에 따라서 차의 빛깔과 맛과 향이 달라진다. 찌는 방법은 시루에 찌는 법, 끓는 물에 데치는 법, 수증기로 찌는 법, 볶은 찻잎에 냉수를 한 잔 첨가해서 찌는 법, 찻잎을 뭉쳐 손으로 눌러서 찌는 법 등 다양하다. 또는 약간만 찌는 법, 반쯤만 찌는 법, 완전히 찌는 법 등 찌는 정도에 따라 차의 구분이 생긴다.

증제차의 구분 (단위 %)

   부증               약증                반증              강증                완증

    0                  25                  50                 75                 100
 설록차(덖음)        작설차               쌍계차           설록차(증제)       설록차(돈차)
                                                           봉로차             돈차

(3) 발효차(醱酵茶)의 종류

  찻잎의 발효 정도에 따라서 빛깔과 맛과 향기가 다라진다. 발효 방법은 일광발효, 실내발효, 열발효, 밀봉발효 등이 있고 발효 시키는 차를 만들기 전에 하는 선발효, 중간에 발효하는 중간발효, 차를 다 만든 후에 발효하는 후발효 방법이 있다. 발효 정도에 따라서는 약발효차와 중발효차와 강발효차와 완전발효차가 있다.

발효차의 구분 (단위 : %)

   불발효            약발효              반발효            강발효            전발효

     0                 25                  50                 75               100
            청녹차             동정오룡           백호오룡
    녹차              청차                오룡차            무이암차           홍차
   용정차    백차               포종차            철관음차            보이차

(4) 병다의 종류

 찻잎을 가루내거나 짓이기거나 압축시켜서 벽돌이나 떡모양을 만들어 덩어리 차를 만든다. 떡차의 모양은 다양한데 동전 모양의 돈차와 떡 모양의 떡차와 누룩 모양, 벽돌 모양 등 가지각색의 차가 있다. 떡차의 크기는 다양하다. 큰 것, 작은 것, 둥근 것, 모난 것, 거친 것 정교한 것들이 있다.

2) 품종에 따른 분류

  차나무의 품종에 따라 차 만들기에 알맞은 차의 종류가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차나무 품종이 한 종도 등록된 것이 없지만 야생차 가운데는 여러 가지 변이종이 발견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야생종은 모두 녹차 만들기에 알맞은 품종이다. 그리고 인도종은 홍차 만들기에 알맞고 중국종은 백차, 오룡차, 떡차를 만들기에 알맞은 품종이 있다.       

3) 기타, 혼합차의 분류

  차에 현미나 꽃을 섞어서 만드는 차의 종류가 있다. 현미를 볶아서 차와 섞어서 만든 현미차나 쟈스민을 꽃을 섞어서 만든 자스민차나 계수나무 꽃을 섞은 꾸이화차 또는 장미차, 국화차, 매화차, 찔레차, 아카시아차 등이 있고 찻잎을 가루 낸 말차나 가루차가 있다. 그 외로 마시기에 편리하게 만든 티백 포장의 차가 있다.

2. 한국차의 종류

  한국차는 녹차를 중심으로 차를 만드는데 증제차가 제일 많고 전통적인 부초차(볶음차)는 그 양이 매우 적으며 약간의 발효차와 가루차(분말차)도 생산이 되고 있다. 품종에 따른 종류는 없고 제다법에 따른 종류가 분류되고 있다.

한국차의 종류

                                         부초차(釜炒茶) - 화개차(花開車), 신다(神茶) 
     불발효차(不醱酵茶) - 녹차(綠茶)      증제차( 製茶) - 설록차(雪錄茶), 반야차(般若茶)
                                         병다(餠茶) - 전다(錢茶)
     약발효차(弱醱酵茶) - 청차(靑茶), 청녹차(靑綠茶)
     반발효차(半醱酵茶) - 오룡차(烏龍茶)
     전발효차(全醱酵茶) - 홍차(紅茶) - 태평양홍차(太平洋紅茶), 한국홍차(韓國紅茶)   

1) 잎차(잎차)

  잎차란 차나무의 잎을 그대로 볶거나 찌거나 발효시키거나 삶아서 건조시킨 것으로 찻잎의 모양이 원형대로 보존된 것을 말한다. 이런 잎차는 전체 생산량의 약 50%를 차지한다. 잎차의 종류는 부초차, 증제차, 발효차로 나눌 수가 있다.

잎차의 종류


2) 가루차(粉抹茶)

  가루차는 삼국시대부터 애음해 오던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임진왜란을 계기로 쇠퇴했다. 지금은 한국제다에서 소량이 생산 되는 것 외에 주로 일본에서 수입된다. 가루차의 종류는 두 종류가 있는데 떡차를 가루서 만드는 가루차와 잎차를 가루내서 만드는 가루차가 있다. 떡차를 가루내서 만든 가루차는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가루차이고 잎차를 가루내서 만든 가루차는 요즘에 일본에서 유입된 방법이다.

3) 떡차

  떡차는 삼국시대에 유행하기 시작해서 6.25전쟁 직전까지 만들어진 차로서 오랜 역사를 가진 전통차이다. 지금은 생산이 안되지만 고려 때에는 뇌원다(腦原茶), 유다, 청태전(靑笞錢)등의 떡차가 있었다. 떡차의 종류는 인절미 모양의 병다(餠茶)와 동전 모양의 전다(錢茶)와 둥근 달 모양의 단다(團茶)가 있다.

4) 홍차(紅茶)

  홍차는 찻잎을 완전히 발효시켜서(85%이상) 만든 차이다. 빛깔은 붉고 향기는 진하다. 우리나라에서는 1960년대에 유행하다가 시들었고 지금은 녹차로 취향이 바뀌고 있다. 홍차는 주로 분쇄하여 티백에 포장하였다.

5) 기타

  기타로 현미차, 꽃차, 오룡차, 돈차 등이 약간씩 생산되고 그외로 캔 음료로 오룡차가 수입되었다. 특수한 차로 감비차, 혈압차, 건치차 등이 수입되어 시판 중에 있다.

제 2 절 차의 도구

1. 차의 도구

  차 끓이는데 필요한 도구(茶具)는 전문적인 것 보다는 실생활적이고 초보적인 것을 위주로 설명하겠다. 다구(茶具)는 지극히 취미적이고 예술성이 함유되어 었어서 좋아하는 농도에 따라 그기구들도 다양하고 값이 비싼 것들도 있다. 하지만 사치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1) 다관(茶罐)

  다관은 차잎을 우려내는 그릇이다. 다관의 생명은 첫째, 체장치가 가늘고 섬세하게 잘 되어 차 찌꺼기가 새어 나오지 않아야 하며 둘째, 꼭지가 잘 만들어져 차를 따를 때 찻물이 잘 멈추어서 줄줄 흘러 내리지 않아야 한다. 셋째는 속이 희어서 차의 양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다관을 만든 재료는 도기나 자기로 만든 것이 좋고 은이나 동제품을 쓰기도 하였다. 그러나 품위가 있고 격조 높기로는 도자기가 최고이다. 이 크기도 큰 것보다는 작은 것이 운치가 더 있으며 생김새도 여러 가지인데 형태에 따라 이름도 다르게 부른다. 손잡이가 옆으로 꼭지와 직각을 이룬 상태로 붙어 있는 것을 다병(茶甁)이라고 하며 둘째는 손잡이가 꼭지의 뒤쪽 반대방향에 상하로 접착시킨 다호(茶壺)가 있고 셋째는 손잡이가 대나무 뿌리 등을 사용해서 따로 꼭지와 뒷편에 연결해서 부착시킨 다관(茶罐)이 있다.

2) 찻잔(茶盞)

  찻잔은 차를 따라 마실 때 쓰는 그릇으로 도자기 제품을 주로 쓰는데 흰색이 차의 빛깔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어서 좋고 청자나 남백색(藍白色)의 잔도 찻빛을 나쁘게 하지 않는다. 찻잔은 그 종류가 대단히 많은데 지극히 취향적이라서 사람마다 각기 다른 모양과 빛깔의 찻잔을 사용하고 있다. 흑유(黑釉)를 써서 만든 검은 빛이 나는 천목(天目)류의 찻잔이나 회백색의 분청(粉靑) 다완은 말차용으로 많이 사용되었으며 취미적인 특성이 잘 드러나 있는 찻잔들이다. 간혹 은이나 동 또는 나무(목기)로 만들어 쓰는 경우가 있기는 하였지만 대부분 도기나 자기로 만들어 쓰며 그 생김새에 따라 명칭이 다르다. 잔의 입이 넓고 크며 밑이 좁고 크기가 큰 다완(茶碗)이 있고 둘째로 입과 밑의 넓이가 비슷하고 굽이 높으며 수직으로 생긴 다구 셋째로 사원(寺院)의 범종(梵鐘)과 모습이 같고 크지만 작게 축소시켜서 만든 다종(茶鍾)이 있고 넷째로 다완을 줄여서 만든 것 같으며 입이 안으로 굽은 내반과 밖으로 퍼진 외반이 있는데, 입은 넓고 밑은 좁으며 굽도 낮은 찻잔(茶盞)이 있다.

3) 찻잔받침(茶托)

  찻잔받침(茶托)은 은(銀), 동(銅), 철(鐵), 자기(磁器), 나무(木) 등이 있으나 사용할 때 소리가 나거나 잘 깨지고 녹이 슬고 하는 병폐가 있으므로 나무로 만든 것이 편리하다.
  형태도 여러 가지로 예쁘게 만들어서 쓸 수가 있고 나무 결을 살려서 만들기도 하며 옷칠을 해서 쓴다.

4) 숙우(熟盂)

  잎차용 탕수를 식히는 사발이다. 말차에서는 쓰지 않지만 잎차에서는 필요한 그릇이다. 이것은 도자기로 된 것이 좋으며 탕수를 다관에 따르기가 편리하도록 한쪽 귀가 달린 것이어야 한다. 재래 귀대접과 모양이 비슷하며 크기는 다관의 크기에 비해서 어울리는 크기면 된다. 옛날에는 숙우를 사용하지 않고 계절에 따라 투다법(投茶法)을 써서 알맞게 맞추었다.

5) 차수저(茶匙)

  차수저는 은, 동, 철, 나무, 대나무 등으로 만들어 썼는데 동이나 철은 녹이 슬기 쉽고 냄새가 난다. 그러므로 나무로 만들어 옷칠을 해서 사용하거나 대나무로 만들어 옷칠을 해서 사용하거나 대나무로 만들어 쓰면 좋다. 대나무는 차의 향을 해치지 않고 냄새도 나지 않으며 적당히 문양을 새겨 넣어서 꾸미면 아름답고 습기에도 강하고 차와는 성질이 잘 맞아 좋은 벗이 된다.

6) 찻상(茶床)

  찻상은 은, 동, 나무 등으로 만들어 사용해 왔는데 그 중에서도 나무로 만들어 옷칠을 하고 자개를 박아 보기 좋게 꾸며서 사용한 것이 많다. 찻상은 둥글거나 네모진 것이 대부분인데 너무 커도 안 되고 너무 작아도 볼품이 없다. 적당하여 다관과 찻잔 그리고 숙우와 차수저 등을 올려 놓을 수 있을 정도면 족하다. 또 다리가 달린 것과 다리가 없는 것이 있는데 사용하기에 편리하면 아무 것이나 무방하다. 보통 찻상은 두 개를 쓰지만 형편에 따라 하나를 쓸 때도 있고 세 개를 쓸 때도 있다. 차 끓이는 사람의 용도에 따라 사용하면 된다.

7) 차수건(茶巾)

  차수건은 다관과 찻잔 등 다구 일습을 사용할 때마다 닦고 걸레질하는 것으로 가는 마포를 쓰는 것이 좋다. 마포는 때를 잘 받아 낼뿐더러 멸균시키는 작용까지 한다. 크기는 너무 커서 사용하기에 거추장스러워도  안 되며 너무 작아도 안 된다. 보통 가로가 1자 2치에 세로가 7치 정도면 사용하기에 편리하다.

8) 찻상포(茶床布)

  찻상포는 옛부터 빨강색과 남색으로 안팎을 삼아서 만들어 사용했는데 빨강색은 부정을 타지 말라는 뜻이며 불(火)의 빛깔로 짐승이나 벌레들이 꺼리는 색이다. 다구에 먼지가 끼지 않도록 덮어두는 것인데 크기는 찻상을 덮을 만하면 족하다. 그러나 너무 빛깔이 울긋불긋 요란하면 속되고 천박하게 보인다.

9) 탕관(湯罐)

  탕관은 찻물을 끓이는 주전자(酒煎子)로서 은제, 동제, 철제, 자기, 옹기, 석기 등 여러 종류가 있으나 돌솥이 제일 좋고 다음은 자기나 옹기가 좋고 또 다음은 은제품이 좋다. 철이나 동제품은 녹이 나고 냄새가 나서 천하기 그지없다. 돌솥은 돌 속에 천지(天地)의 수기(秀氣)가 엉겨 있다가 탕을 끓일 때 녹아나와 차와 함께 어울려 맛을 싱그럽게 한다. 크기는 보통 반되들이부터 큰 것은 서너되짜리까지 있다. 큰 것 보다는 작은 것이 아담하고 예쁘지만 한 차례 차를 끓여 마실 수 있는 정도는 되어야 한다. 형태도 여러 가지로 솥과 같은 것에서부터 주전자 종류까지 다양하다. 어느 것이든 무방하지만 전통적인 우리의 형태를 찾아 쓰면 더욱 좋을 것이다. 그리고 요사이 편리하게 『커피 포트』로 끓여 쓰는데 자동으로 된 것은 못쓴다. 탕이 끓다가 말아 맹탕(萌湯)이 되어 차맛이 완전하지 못하다. 탕은 충분히 끓여야 한다.

10) 퇴수기(退水器)

  차도구를 씻는 그릇이다. 다관 덥힌 물을 버리기도 하고 차 찌꺼기를 씻어 내기도 한다. 이 그릇은 자기류를 곧잘 쓰지만 목기류를 써도 좋다. 자기처럼 부딪쳐 깨질 염려도 없고 소리도 나지 않기 때문이다.

11) 물바가지(杓子)

  표자(杓子)는 탕관에서 탕수(湯水)를 떠낼 때 쓰는 국자와 같은 역할을 하는 물바가지이다. 보통 대나무로 만들어 쓴다. 하지만 표주박을 반쪽 내서 쓰는 경우도 있다. 옮겨 쓰기 편리한 탕관(湯罐)은 필요성을 느끼지 않으나 솥으로 된 탕정(湯鼎)은 꼭 있어야 하는 도구이다.

12) 물항아리(水桶)

  차 끓일 물을 담아두는 물항리이다. 도자기 제품을 주로 쓰지만 돌로 된 것을 써도 좋다. 집 안에 좋은 샘이 있으면 필요성이 적지만 물을 저장해 두었다 써야만 되는 경우는 꼭 있어야 한다. 좋은 그릇을 쓰는 것을 좋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는 가정에서 흔히 쓰는 옹기 항아리를 깨끗하게 닦아서 사용하면 좋다.

13) 기타(其他)

  이외에도 화로(火爐), 다조(茶 ), 다선(茶 ), 향로(香爐), 차통(茶桶), 다과상(茶果床), 그리고 다실(茶室)과 그 분위기에 맞는 꽃꽂이, 서화의 족자, 운치있게 꾸밀 수 있는 것으로 동양란, 수석,  분재 등을 겸해서 갖추어도 좋을 것이다.

제 3 절 차의 보관법

1. 차의 취급

  차는 변질이 잘되는 음료이기 때문에 보관에 철저를 기하지 않으면 안된다. 모처럼 좋은 차를 구해 놓았다가도 장마철만 지나면 전부 뜨거나 곰팡이가 피어서 찻빛이 검고 희게 변하여 향이 증발하고 맛이 없어져서 먹을 수가 없다.
  차가 변질되는 원인을 살펴보면, 첫째로 습기가 침범해서 발효가 되거나 열기가 스며 차가 뜬다. 둘째로 냉기가 스며 차의 기(氣)를 손상시키거나 연기나 가스에 의해 향기가 증발하거나 광선에 의해 변색하는 것 등이 있다.
  차의 진미(眞味) 진향(眞香) 진색(眞色)은 차가 가지는 생명이다. 색은 엽록소의 빛깔인데 광선과 습기에 약하기 때문에 어둡고 건조한 곳에 보관해야 하며 향은 청엽 알콜류의 휘발성이 강한 향으로 연기나 바람에 약하기 때문에 바람이 통하지 않도록 밀봉하여 연기가 들지 않는 곳에 두어야 하고 맛은 탄닌에서 나오는 유당과 아미노산, 글루타민산이 주원료로서 열기나 냉기에 약하기 때문에 온도가 고르고 건조한 곳에 보관하여야만 한다.

2. 차의 변질

1) 차의 변질
  차의 변질은 차색의 변화와 차를 마실 수 있도록 울궈낸 찻물(수색)의 변화와 향기나 맛의 변화와 비타민 C의 감소 등 변질을 말한다. 이들 변화는 공기 중에 함유되어 있는 산소에 의한 산화 현상으로 일어나며 이 산화반응은 저장온도와 수분함량이 크게 작용하지만 그밖에 광선, 연기, 바람과 저장기간내에도 영향이 있다.
  첫째로 저장온도에 의한 변질은 온도가 낮을수록 변화가 적고 온도가 높을수록 차의 변화가 심하다. 차의 변화가 제일 적은 온도는 5도 내지 8도의 저온이 고르게 유지될 때이며 볶은 차보다는 찐차(증제차)가 변화가 적다.
  둘째로 수분함유량에 의한 차의 변질이다. 차의 가장 많은 변질은 수분에 의한 변질로 수분이 많으면 많이 변하고 적으면 적게 변한다. 그래서 좋은 차일수록 수분함량이 적으며 수분 건조를 잘 시켜야만 차의 변질을 막는 비결이다. 차도 볶은 차보다는 찐차가 수분에 의한 변질도 적게 된다.
  셋째로 산소 및 기체에 의한 차의 변질이다. 차를 포장할 때 차자체에 들어 있는 산소의 함유량과 용기 내에 들어 있는 기체의 양에 의한 차의 변질로서 산소의 함유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차의 변화도 심하고 적으면 적을수록 차의 변화도 적어진다. 그러므로 진공포장이나 질소포장을 하면 차의 변화를 적게 할 수 있다. 산소에 의한 차의 변화도 볶은 차보다는 찐차가 변화가 적은 것을 볼 수 있다.
  넷째로 저장기간에 의한 차의 변질이다. 저장기간이 길면 길수록 차의 변화가 심하고 기간이 짧을수록 변화가 적다. 차의 저장상태나 외부환경에 따라 다르지만 차는 일년 이상이 되면 색향미가 다 변질되어 마시기가 곤란하다. 저장을 잘하는 것은 차를 오래 보관하는 비결이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차가 변질되는데 차가 가장 많이 변질되는 상태를 보면 온도가 높고 수분이 많으며 산소나 기체가 가득 찼을 때 변화가 심하다. 그러므로 차의 변질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밀온, 진공포장이나 질소포장을 해서 온도가 낮은 저온상태(5-8℃가 이상적인 온도)에서 보관하면 효과적이다.

2) 차색의 변화

  차의 빛깔이 검고 희고 갈색으로 변하는 것을 말하는데, 차의 빛깔은 청취색으로 엽록소의 작용이 크다. 이 엽록소가 분해되는 현상이며 이의 변화에 의해 찻빛이 흐려지거나 탁해진다. 차색의 변화는 저장온도나 수분 또는 광선에 의한 영향이 크다.
  첫째 저장온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차색의 변화가 심한데, 수분함량을 줄이고 산소나 기체를 빼내 질소포장을 해도 온도가 높으면 색깔은 변하게 된다. 수분 함유량을 3% 이내로 건조시키고 질소포장을 해 38℃의 고온에서 4개월을 저장한 다음 검사해 보니 울권 낸 찻물의 수색과 맛은 크게 변화하지 않았으나 차색은 상당히 많이 변화되었다. 이 점을 본다면 아무리 조건이 좋아도 온도가 높으면 차색은 변한다는 이론이다.
  둘째는 수분에 의한 변화인데 수분함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차색은 급격히 나빠지고 적으면 서서히 변화한다. 특히 볶은 차는 차색이 쉽게 변하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셋째는 광선에 의한 변화인데 엽록소는 광선에 의해 쉽게 산화되기 때문에 직사광선을 받으면 곧 산화현상을 일으킨다. 그러므로 투명이나 반투명 용기에 차를 저장하면 퇴색현상이 급격히 일어난다.

3) 수색의 변화

  차를 울권 냈을 때 찻물의 빛깔이 노랗거나 붉은 색을 띠는 현상을 말하는데 차의 수분 함유량이 크게 영향을 미친다. 저장할때에 수분함량이 많으면 변색이 심하고 적으면 작게 일어난다. 차의 수색은 찻잎 탄닌(茶葉 tannin)인 카테킨류(catechin 類)의 산화물질에 의한 것으로 붉은 색을 띠는 성분이 무엇인지는 확실히 알 수가 없지만 당과 아미노산에서 생기는 아미노카보닐 반응의 생성물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또 비타민 C의 감소도 수색의 변화와 일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분함량이 많은 차(7%)를 저온(5℃)으로 보관하고 다른 하나는 함량이 적은 차(3%)를 고온(25℃)에 보관해 보니 함수량이 적은 차보다 많은 차가 변색이 크게 나타났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수색의 변화는 온도보다도 수분함량에 의해서 크게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그러므로 수분함량이 많은 차를 고온으로 보관한다면 변색현상은 급격하게 일어나고 함량이 적은 차를 저온에 보관하면 변화가 적다는 사실이다.

4) 향미(香味)의 변화

  향기나 맛의 변화에 대해서는 차색의 변화와 같이 변질시키는 성분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어서 무엇 때문에 향기가 변질되고 맛이 변화하는 가를 알지 못하고 있다. 다만 외적조건과 내적조건으로 나누어 볼 때, 외적조건은 함수량과 온도 그리고 광선에 의한 것이며 내적조건은 명확하게 지적할 수가 없고 산소나 그밖에 기체화합물 내지는 내적 다른 성분에 의한 산화현상이 아닌가 하고 추측할 뿐이다.
  향기나 맛은 여러 가지 복합성분으로 이루어진 것이며 이들 성분이 완전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므로 변질에 따르는 변화도 확실하게 일려지지 않은 것이 많다. 다만 외적조건으로 나타난 수분함량과 온도와 광선에 의해서 차가 변질되며 차의 카테킨류(catechin 類)와 비타민 C 및 향기 성분의 산화를 촉진하는 작용을 일으켜 변화시키는 점을 알 수가 있다. 그리고 이것을 최소한 도로 막고자 하여 불활성(不活性) 가스를 공기와 바꾸어 넣고 포장하여 보관하면 변질을 방지할 수 있는 점을 보아도 차가 내적조건에 의해서도 산화 변질됨을 알 수가 있다. 그러나 이같은 변화를 일으키는 산화성 성분이 무엇이며 어떻게 변화를 일으키는 가는 알 길이 없다.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며 과학적으로는 증명해야만 할 것이다.

3. 옛날의 방법

1) 죽순잎 저장법

  죽순잎과 차는 성질이 맞기 때문에 봄철에 죽순잎을 잘 다듬어서 깨끗하게 갈무리해 두었다가 차가 들어오면 습기가 통하지 않는 유리그릇이나 강도가 강한 자기나 또는 사기항아리를 구해서 항아리 밑에서부터 죽순잎을 깔고 차를 넣고 그 위에 죽순잎을 다시 덮고 또 차를 넣어서 시루떡을 안치듯이 차곡차곡 넣어 감싸야 된다. 차는 시원하고 건조한 것을 좋아하고 뜨겁고 습기 있는 것을 싫어한다. 그러므로 습기있는 방이나 연기나 바람이 통하는 장소에 두면 곧 바로 변질된다. 항아리의 뚜껑은 되도록 일년 내내 맛이 좋은 차를 즐길 수 있다. 중간 중간에 필요한 차를 꺼내고는 습기가 차지 않았나를 확인하고 장마철에는 모두 꺼내서 다시 약한 불에 말려서 전과 같이 저장해서 보관하면 되는 것이다.

2) 볏짚재 저장법

  볏짚을 태워 만든 재를 이용해서 저장하는 방법인데 먼저 필요한 양의 차가 들어갈 만한 단지(유리, 사기, 도자기 항아리 중에서 구하기 쉬운 것)를 구해서 한지를 깔고 차를 넣어서 단지에 가득 차면 그 위를 한지로 덮고 봉한 다음 뚜껑을 덮는다. 이렇게 찻단지를 따로 두고 그 찻단지가 충분히 들어 갈만한 큰 옹기 항아리를 하나 구입해서 그 옹기 항아리 속에 볏짚재를 넣고 그 속에 밀봉한 찻단지를 넣는다. 찻단지를 넣고서 단지 주위와 위에도 재를 채워서 가득 메운다. 이처럼 옹기 항아리 속에 재화 찻단지를 넣어서 그 아가리를 한지나 깨끗한 올베로 덮는다. 덮은 다음에 옹기 뚜껑을 닫아 건조하고 시원한 고방(庫房)에 가져다 보관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차가 필요할 때에는 단지를 꺼내 차를 덜어 낸 다음에 전과 같이 뚜껑을 밀봉하여 잿 속에 넣어 묻어둔다. 이 재는 여름에 한 번, 장마철에 한 번, 가을에 한 번 해서 일년에 서너번만 갈아 주면 습기가 제거되고 열기나 바람도 막아주며 차가 뜨거나 습기에 변질되지 않는다.

3) 한지 저장법

  조선 한지로 잘 싸서 저장하는 방법인데, 차의 양이 소량이거나 밀폐시킬 수 있는 나무상자가 있을 때 하는 방법이다. 우선 차를 200g 정도로 한 봉지씩 따로따로 한지로 봉지를 만들어 넣어서 밀봉을 하고 그 위를 세로판지나 은박지로 밀봉하고 다시 한지로 싸서 깨끗한 올베로 다시 감싸서 나무상자나 장롱 속 건조한 곳에 저장해 두면 대체로 큰 변질을 막는다. 그러나 오래 보관 할 수는 없다. 이때 한지나 은박지는 습기를 막아 주고 깨끗한 올베는 냉기나 바람을 막아주며 건조한 장롱 속은 광선과 차단시켜 준다. 이처럼 두세 겹 포장을 해서 건조한 곳에 보관하면 장마철이나 삼동(三冬)의 심한 냉기가 아니면 침범치 못한다.

4. 현대의 방법

1) 상온(常溫) 저장법

  평상시 온도에 저장하는 방법인데, 차를 만드는 기간이 5 - 6 월 달로서 대체로 기온이 높은 늦봄에서 초여름에 해당된다. 그러나 차를 많이 마시는 9 - 10월에서 이듬 해 3 - 4월까지이니 가을과 겨울철에 주로 마시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차는 저장에 힘을 기울여 일년 내내 품질이 좋은 차를 마실 수 있도록 해야만 한다. 따라서 변질이 심한 여름철의 고온다습한 기온에 어떻게 보관하여 변질을 막느냐 하는 것은 저장에 가장 큰 문제점이다. 이때 평상 온도에서 저장하는 방법이 있는데, 이 방법은 대부분이 옛사람들이 즐겨 사용하는 방법으로 중요한 것은 앞서 옛날의 저장법에서 소개를 하였으므로 여기에서는 생락하고 일반 애호가들이 낱개로(120 - 150g 단위) 포장된 차를 구입해다가 보관하는 요령만 간단히 소개하겠다. 요즘은 은박지나 특수 포장용지가 많이나와 습기나 열기를 쉽게 막아 줄 수 있어서 편리하다.
  차를 구입할 때에는 이러한 용지를 미리 구해 가지고 있다가 감싸서 밀봉하여 시원하고 건조한 냉암소에 보관하면 좋다. 하지만 차를 마시고 나서 풀어논 찻봉지를 개봉한 채로 두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3일만 지나면 차는 곧바로 변질되고 만다. 그러므로 차를 마실 때는 풀었다가 곧 바로 밀봉해야만 한는데 한 번 꺼내 놓은 차는 다른 용기에 한 1주일 정도 마실 양만 따로 덜어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많은 양을 한 번에 꺼내서 개봉해 놓으면 남은 차는 변질되어 마실 수가 없게 된다. 특히 날씨가 흐린 날에 차통을 열어 놓은 일은 없도록 해야만 할 것이다.

2) 저온(低溫)저장법

  저온 저장법은 온도를 낮추어 낮은 온도에서 차를 보관하는 요령으로 제습 장치가 된 냉장고에 저장하는 방법이다.
  보통 습도가 50% 내외로 온도는 0 - 10℃ 정도로 하는데 평균 5℃를 유지하는게 좋다. 차의 가공기간이 초여름이라 저온 저장법은 차의 변질을 막는데 큰 도움이 된다. 많은 양의 차를 만드는 제다업자들은 꼭 이러한 저장설비를 갖추어야만 할 것이다. 또 소량의 차를 구입하여 마시는 일반인들은 가정용 냉장고에 저장하여 보관하면 차의 변질을 적게 할 수 있다.

(1) 냉장의 효과

  차의 변질은 내용 성분의 산화적용에 의해서 일어나는데, 저온으로 저장하면 산화적용의 속도를 느리게 하여 변질의 속도를 느리게 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저장온도가 낮으면 낮을수록 변질의 방지효과는 높지만 너무 낮추지도 못하고 너무 높이지도 못한다. 그러면 가장 경제성이 있고 효과가 있는 냉장기간과 온도는 얼마인가?

(2) 냉장기간

  냉장하는 기간은 길게 할수록 좋겠지만 많은 경비부담이 따르므로 한여름철만 해도 효과가 있다.  이상적인 냉장기간은 기온이 비교적 높은 7월부터 9월까지 약 2 - 3 개월만 해도 많은 변질을 막을 수 있다. 가을부터 겨울까지는 냉장효과가 적다.

(3) 냉장온도
 
  냉장하는 온도는 보통 섭씨 0 - 10℃ 사이를 유지하고 있느나 이상적인 온도는 5℃에서 8℃ 사이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한다. 차의 색깔의 변질도 적고 향기나 맛의 변화도 적다고 한다.
  일반 가정에서는 가정용 냉장고를 사용해서 냉장을 할 수 있는데, 이때는 습기나 냄새가 스밀 염려가 있기 때문에 냄새나 습기를 막기 위해서 방습할 수 있는 용기에 밀봉해서 저장해야만 한다.

(4) 냉장고의 습도

  냉장고 안의 습도는 50% 내외로 제습을 해야만 한다. 냉장고 안에 습기가 많으면 얼거나 서리발이 생기고 냉장품의 변질을 촉진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냉장고 안의 습도는 적을수록 좋다. 차는 습기에 의해 많은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에 각별한 유의를 해야만 한다.

(5) 냉장 시의 주의사항

  냉장할 때 주의해야 할 것은 첫째 습기, 둘째 냄새, 셋째는 꺼낼 때 기온차에 의한 차의 변화이다.
  첫째 습기 문제는 새로 만든 냉장고나 오랫동안 사용치 않아 묵혀두었던 냉장고는 그 안에 습기가 많아 차를 냉장했을 때 차에 습기가 스며 변질시킬 염려가 있다. 이때는 저장하기 전에 환기를 시켜 습기를 제거하여야 한다.
  둘째로 냄새가 배여 있는 냉장고인데 차는 쉽게 냄새가 스미는 제품으로 냉장고에 냄새가 나면 향기를 손상시킨다. 그러므로 냄새가 나는 냉장고는 냄새를 제거하고 또 차도 가능한대로 밀봉을 해서 저장하는 것이 좋다. 특히 가정용 냉장고에 차를 보관할 때는 냄새나는 물건과 함께 보관하기 때문에 필히 밀봉을 해야만 한다.
  셋째는 차를 냉장고에 저장을 했다가 필요로 해서 꺼낼 때 너무 급히 서둘러 꺼내면 저온으로 보관된 차의 온도와 외부의 온도와 마주쳐 기온차에 의해 차에 습기가 생기게 되는데 이로 말미암아 차가 변질되는 수가 많다. 오래도록 저장된 차는 꺼낼 때에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하루쯤 외기 온도와 포장된 채로 접하게 한 뒤에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것이 좋다(대량 운반의 경우). 또 차를 냉장고에 저장할 때 급히 냉장고에 넣으면 외기온도에 적응한 차가 저온의 냉장고에 들어가면 생기는 기온차로 변질의 염려가 따른다. 차는 열전도가 느려서 5℃의 저온으로 내려 가는데 몇일이 걸린다. 이때 고온의 차가 저온으로 내려 갈 때 걸리는 시간과 기온의 차이에 의해서 변질의 염려가 있으니 예비 냉각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적은 양을 저장할 때에는 별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저온(低溫)저장법


3) 가스 저장법

  가스 저장법이란 공기 중에 들어 있는 산소(약 20%)나 그밖의 기체의 의해 차가 변질되는 산화작용을 방지하는 요령인데, 공기대신 불활성 가스를 넣어 변화를 막는 방법이다.
  자연상태에서 일어나는 모든 산화작용은 공기 중에 함유되어 있는 산소에 의해서 일어나는데 이 산소만 없다면 산화작용은 적게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공기 대신 다른 가스를 넣어 저장하면 산소의 결핍으로 산화가 느리게 진행된다. 차는 결정이 거칠고 고르지 못해 공기와 접촉하는 면적이 넓어 산화를 잘 받는다. 그래서 공기 중의 산소와 접촉하는 것을 막는 방법이 필요한데 이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첫째 공기를 제거하여 진공으로 유지시켜 산소를 제거하는 방법이 있고 둘 째 공기를 빼내고 다른 불활성 가스를 대신 채워 산화를 방지하는 방법이 있고 셋째 탈산소제(脫酸素劑)를 사용하여 산소를 흡수시켜 산화를 막는 방법이 있다.
  첫째 차를 포장하는 용기 안에 공기를 빼내 진공상태로 제품만 남고 일체 다른 기체는 없애는 방법인데 이는 차를 포장할 때 공기를 빼내야만 한다. 이렇게 하면 용기 안에 산소나 그 밖의 기체가 없으므로 산화를 막을 수 있다.
  둘째 차통 안에 공기를 빼내고 대신 불활성 가스인 질소나 탄산가스를 채워 산소를 제거는 방법인데 위생면이나 경제성을 고려해 볼 때 포장하는 비용이 많이 들어가므로 고급차에 한해서만 많이 한다. 이때 가스도 질소나 탄산가스가 좋은데 차에는 질소를 많이 사용하여 포장한다. 공기를 빼내고 질소를 채우면 차의 산화를 줄일 수 있다.
  셋째 산소를 흡수하는 탈산소제가 최근에 발명되어 밀봉용기에 차와 함께 넣어 산소를 흡수시켜 산화를 방지한다. 이 탈소제는 특수 약품으로 음식물에 해가 없고 산소만 흡수하므로 다른 식품에도 많이 활용하고 있다.

가스저장법


제 3 장 다인연대표

◎ 다인연대표 ◎

 

 

 

 

 

 

 

 

 

 

 


제 3 장 행다법

1. 고구려 시대 행다법

1) 무용총(舞踊塚)의 행다법

장소 : 접견실
인원 : 3명(주인, 승려 2명)
의식 : 일반 행다법
문헌 : 고구려 무용총 벽화
연대 : 6세기
의의 : 귀족이 자기 집으로 고승을 청해서 법문을 듣고 차와 음식을 대접하는데, 일반인(신도)이          승려에게 차와 음식을 대접하는 의식은 이 벽화가 유일하다.
해설 : 무용총은 만주의 즙안현 통구 지방에서 1940년에 발굴된 고구려시대 고총으로, 주실의 사         방과 천정에 여러 가지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북벽에 주인이 두 분의 고승을 청해서 법문         을 들으며 차와 음식을 대접하는 광경이 상세히 묘사되어 있다. 접견실에 장막을 치고 그         안에 주인과 승려가 마주 보도록 자리를 설치하고 각자의 앞에 음식상이 마련되어 있다.          모든 음식과 차는 그 옆 주방에서 준비해 온다.
다구 : 주방용 다구, 토기
    · 차솥(茶鼎, 釜) : 돌
    · 풍로(風爐) : 질, 돌
    · 차통(茶桶) : 토기, 나무
    · 차(茶) : 떡차(가루차)
    · 찻잔(茶盞) : 토기잔
    · 표주박(茶瓢) : 토기, 목기
    · 차숟가락(茶匙) : 대, 동
    · 차수건(茶巾) : 베
    · 찻상(茶床) : 목제소반
    · 다과(茶果) : 과일
    · 다연(茶 ) : 돌, 토기, 나무
    · 다과상(茶果床) : 목제 소반

행다순서(行茶順序)

- 주인과 손님은 담소를 즐기는데, 여기서는 스님의 법문을 주인이 팔장을 끼고 앉아서 듣고 있     다.
- 주인은 스님을 초청하고 동자는 접견실에 자리를 마련하는데 주인은 동쪽에 스님(손님)은 서쪽    에 자리를 놓는다.
- 의자는 등받이가 없는 것으로 폭이 좁고 길며 네 개의 다리가 달려 있다.
- 주인의 의자는 동쪽에서 서쪽을 향해서 놓고 스님의 의자는 서쪽에서 동쪽을 향하도록 한다.
- 시녀 세명이 부엌에서 음식과 차와 술과 다과 준비를 한다.
- 스님이 오시면 안내를 해서 접견실에 들어가 자리를 권해서 앉도록 한다.
- 주인은 동자에게 명해서 음식과 다과를 준비해 가져 오도록 한다.
- 동자가 나가서 시녀에게 전하면 시녀들이 음식을 준비해서 날라 온다.
- 나중에 주인에게 음식상을 올리고 다과상과 밥도 준비해서 올린다.
- 차는 부엌에서 시녀가 끓여서 다리 달린 소반이나 다리 없는 소반에 담아서 가져다 올린다.
- 차를 달이는 절차는 부엌에서 시녀들에 의해서 이루어지며 찻잔에 따른 차를 소반에 담아서 나    른다.
- 다과는 다과접시에 가득히 담아서 올리며 과일을 다과로 사용하고 있다.
- 화병이나 다병같은 병은 세 발 달린 소반에 담아 가져다 손님과 주인 앞에 놓는다.
- 시동은 작은 칼로 다과를 깍아서 드리기도 하고 심부름을 하며 곁에서 필요한 일을 돕는다.

2) 각저총(角抵塚)의 행다법

장소 : 거실
인원 : 3명(주인, 부인, 측실)
의식 : 일반 행다법
문헌 : 고구려 각저총 벽화
연대 : 6세기
의의 : 귀족의 주인이 부인들과 작별하고 멀리 길을 떠나기에 앞서 거실에서 회식(會食)을 하는          모습이다. 이때 술과 차와 음식을 함께 먹으며 이야기를 한다. 가족과 작별할 때 베푸는          회식연에 차와 술이 등장하기는 이 벽화가 유일하다.
해설 : 각저총은 통구의 무용총 바로 옆에 있는데 서로 쌍벽을 이루는 고총이다. 주실 북벽에 주         인이 부인들과 작별연회를 베풀고 있고 그 옆에 시중 드는 시종들이 지켜보고 있으며, 천         정에는 일월성신(日月星辰)의 도상이 그려져 있고, 동벽에는 씨름하는 그림과 심판관 노인         이 그려져 있다. 주인은 칼을 차고 활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무사 같은데 의자를 놓         고 걸터 앉아 있고 부인들은 방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으며 그 앞에 소반에 음식을 담아          올린 상이 하나씩 있다. 활은 사각소반에 올려 놓고 주병은 세 발 달린 소반에 올려져 있         다.
다구 : 주방용 다구, 토기
    · 차솥(茶鼎, 釜) : 돌
    · 풍로(風爐) : 질화로, 돌
    · 차통(茶桶) : 토기, 나무
    · 차(茶) : 떡차(가루차)
    · 찻잔(茶盞) : 토기잔
    · 표주박(茶瓢) : 토기, 목기
    · 차숟가락(茶匙) : 대, 동
    · 찻상(茶床) : 목제소반
  
행다순서(行茶順序)

- 주인이 먼 길 떠날 준비를 하고 부인들은 단정히 옷을 입고 거실로 나온다.
- 주인은 북쪽에서 남향하고 부인들은 동쪽에서 서향하여 거실 바닥에 꿇어 앉는다.
- 주인은 등받이 없는 의자에 걸터 앉고 칼을 왼편에 차고 활은 벗어서 오른편 사각소반에 올려    놓는다.
- 주인 앞에 간단한 음식과 주안상이나 다과상이 마련되고 부인들 앞에도 다과상이 하나씩 마련    된다.
- 주인의 오른쪽에 세 발 달린 소반에 술병이 준비되고 그 옆에 나이 어린 시동이 대개하고 있다.
- 그 뒤에 시종이 한 명 대기하고, 부인들 뒤에는 시녀가 한 명, 그 뒤에는 시종이 또 한 명 대기    한다.
- 부인들은 슬픈 표정으로 꿇어 앉아 말이 없고 고개를 조금 숙인 체 양손을 앞으로 모아 단정히    앉아 있다.
- 작별하는 회식에서 두 부인을 불러 함께 자리해서 다과를 나누는 것은 고구려인의 생활관습에    이미 등장한 예절이다.
- 차는 옆의 주방에서 시녀들이 끓여서 날라다 거실의 주인과 부인에게 올린다.
- 고구려 때는 귀족들 집안에서 차를 마실 때 부엌에서 시녀나 시종들이 차를 달여서 가져온다.
- 찻상은 사각에 네 개의 다리나 세 개의 다리가 붙어 있다. 상은 크고 작은 것이 있으며 용도에    따라 바꿔 쓴다.
- 차와 음식은 항상 같이 사용되며 수렵생활에서 얻어진 육식을 주로 했기 때문에 차는 꼭 필요    한 음료가 되었다.
- 거실에 장막을 치고 의자에 걸터 앉아 생활하는 관습이 유행하였던 것 같다.

2. 백제 시대 행다법

  백제란 백가제해(百家濟海)가 줄어서 된 국명이다. 3국의 하나로 서남쪽에 있었던 왕조인데 지금의 전라도·충청도 일대가 옛 백제땅이다. 이 지역은 3국 중에서 차나무 재배에 가장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어서 예나 지금이나 최고 많은 양의 차가 생산되고 있다. 이 지역에서 생산된 양이 우리나라 전체 생산량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점으로 보아도 알 수 있듯이 백제는 차 산업 및 문화가 가장 발달된 나라였다. 그런데 이런 백제의 차에 대한 문헌과 기록이 말살되어 백제 시대의 행다법을 고증할 길어 없어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무녕왕릉의 석탑에서 찻잔이 출토되는 등 여러 유적지에서 백제 때 차문화를 확인 할 수 있는 유물들이 발굴되어 단편적이지만 그 시대의 차 생활을 짐작할 수가 있다.

3. 신라(新羅) 시대 행다법

1) 충담선사(忠談禪師)의 행다법

(1) 삼화령(三花嶺)의 미륵세존(彌勒世尊)께 올리는 헌다의식(獻茶儀式)

장소 : 삼화령 미륵세존 앞
인원 : 1명(충담선사)
의식 : 헌다의식
문헌 : 삼국유사 권 2, 경덕왕, 충담사
의의 : 승려가 부처님께 차를 올리는 헌다의식은 충담선사에 대한 기록이 효시이다. 지금도 사원         에서 승려들이 불보살님께 차 공양을 올리는 의식은 이때부터 시작된 의식이다.
해설 : 충담선사가 경덕왕 24년(765) 삼월 삼짇날에 경주 남산 삼화령의 미륵세존께 차 공양을 올         렸는데, 이것은 신라 때 유행하던 헌다의식의 일종으로 충담선사는 삼월 삼짇날과 구월 중         구날에 미륵세존께 차를 올렸다. 특히 화랑 출신 승려들은 옛 수련장에 모셔진 미륵세존께         차 공양을 올렸다. 이는 내세를 기원하고 또 먼저 산화한 화랑들의 명복을 비는 의식이다.
다구 : 휴대용 다구, 토기
    · 차솥(石鼎) : 돌
    · 풍로(風爐) : 삼발이
    · 차통(茶桶) : 토기, 나무
    · 차(茶) : 떡차(가루차)
    · 찻잔(茶盞) : 토기잔
    · 찻잔받침(茶盞托) : 목기, 토기
    · 표주박(茶瓢) : 토기, 목기
    · 차숟가락(茶匙) : 대, 동
    · 차수건(茶巾) : 베
    · 찻상(茶床) : 목제
    · 물통(水桶) : 토기
    · 연료(燃料) : 마른 나뭇가지
    · 다과상(茶果床) : 목제 소반

헌다순서(獻茶順序)

- 먼저 적당한 장소에 다구를 펼쳐 놓고 차를 끓일 준비를 한다.
- 미륵세존 앞에 촛불을 켜고 향을 사르고 인사를 올리고 준비한 간단한 제물을 차려 올린다.
- 돌솥을 한편에 설치하고 삼발이 사이로 불을 피워서 물을 끓인다.
- 연료는 마른 나뭇가지를 산에서 주워서 쓰거나 숯을 미리 준비한다.
- 차 끓일 물은 깨끗한 물로 미리 준비해서 가지고 간다. 근처에 좋은 물이 있으면 그곳에서 길어    온다.
- 돌솥에 물이 다 끓으면 한 사발을 먼저 떠내서 찻잔에 부어 잔을 데운다.
- 미리 준비한 떡차를 같은 가루차를 차통에 담아가지고 와서 사용한다.
- 차통을 왼손으로 가져와 뚜껑을 열고 오른손으로 차숟가락을 들고 적당량의 차를 떠내서 돌솥    에 넣는다.
- 차의 양과 물의 양이 알맞아야 하며, 차가 우러나도록 돌솥의 뚜껑을 덮어 잠시 끓인다.
- 미륵세존께 올린 찻잔의 물을 버리고 물기를 차수건으로 닦아 제자리에 놓는다.
- 차가 맛있게 끓여지면 돌솥 뚜껑을 열고 표주박으로 한 잔을 떠내서 찻잔에 따른다.
- 찻잔을 찻상에 옮겨 놓아 미륵세존께 가지고 가서 그 앞에 올린다.
- 두어 발 뒤로 물러나 축원이나 기도를 드리며 절을 한다.
- 절과 기도를 마치고 잠시 기다렸다가 차를 내려 헌식하고 차도구를 챙긴다.
- 인사를 드리고 물러나 차도구를 챙겨 짊어지고 하산한다.

(2) 귀정문(歸正門) 루(樓)에서 경덕왕(景德王)께 헌다(獻茶)

장소 : 신라 반월성 귀정문 루
인원 : 경덕왕과 신하들, 충담선사
의식 : 헌다의식
문헌 : 삼국유사 권2, 경덕왕, 충담사
의의 : 승려가 임금께 차를 달여 올린 헌다의식은 이 기록이 최초이다. 이후로부터 임금이 절에          거동하면 차를 달여서 공양을 하는 관습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창림사에는 임금이 거동하         면 차 공양을 하고 머물 수 있는 다연원이라는 다실이 있었다.
해설 : 충담선사가 남산 삼화령 미륵세존께 헌다를 하고 내려와 반월성 근처를 지나다가 귀정문          루에 올라 있던 경덕왕의 부름을 받고 나아가 경덕왕의 요청에 의해서 차를 달여 경덕왕         께 올린다. 이때 옆에서 모시고 있던 신하들에게도 차를 대접하고 왕의 요청으로 안민가를         지어서 드리고 국태민안과 왕의 만수무강을 기원하였다.
다구 : 휴대용 다구, 왕실 다구
    · 차솥(石鼎) : 돌, 은(왕실)
    · 풍로(風爐) : 질화로, 돌
    · 차통(茶桶) : 토기, 나무
    · 차(茶) : 떡차가루(가루차)
    · 찻잔(茶盞) : 토기, 은(왕실)
    · 찻잔받침(茶盞托) : 목기, 토기
    · 표주박(茶瓢) : 토기, 목기, 은(왕실)
    · 차숟가락(茶匙) : 철, 은, 동
    · 차수건(茶巾) : 베, 마
    · 물통(水桶) : 은병
    · 연료(燃料) : 숯, 백탄   
    · 찻상(茶床) : 목기

헌다순서(獻茶順序)   

- 귀정문 루로 올라가 경덕왕께 숙배를 드린다.
- 왕의 명을 받아 다구를 꺼내 펼쳐 놓고 차 끓일 준비를 한다. 부족한 다구는 왕궁에서 급히 가    져온다.
- 왕이 마실 은찻잔과 찻물 끓일 풍로와 깨끗한 물을 급히 준비해 온다.
- 풍로에 숯불을 일구어 그 위에 돌솥을 얹고 길어 온 물을 부어 찻물을 끓인다.
- 신하들의 도움을 받아 물을 끓이고 가져온 다구를 깨끗하게 닦는다.
- 물이 끓으면 한 사발을 떠내서 왕의 찻잔에 부어서 데운다.
- 돌솥 뚜껑을 열고 가루차를 적당량 넣고 뚜껑을 덮고서 잠깐 기다린다.
- 찻잔의 데운 물을 비우고 잔의 물기를 닦아 청결하게 하여 상위에 놓는다.
- 차가 잘 끓여졌으면 표주박으로 차를 떠내서 은잔에 알맞게 따른다.
- 시자상에 옮겨서 신하가 받아들고 가져다 경덕왕께 올린다.
- 차를 올리고 드실 것을 권하며, 왕이 받아서 다 마시고 잔을 물리면 신하가 받아서 전한다.
- 신하들에게도 차를 주라는 명을 받고, 돌솥에 물을 부어 물을 다시 끓인다.
- 신하들에게 줄 찻잔을 펼쳐 놓고, 끓인 물을 부어서 잔을 데운다.
- 찻물이 다 끓으면 가루차를 돌솥에 넣고 뚜껑을 덮어 다시 살짝 더 끓인다.
- 차가 다 끓여졌으면 잔에 고루 나누어 따라서 신하들에게 나누어 드린다.
- 신하들도 차례로 차를 받아서 마시고 찻잔을 거두어 다구를 챙겨 정리한다.
- 왕의 청으로 안민가(安民歌)를 지어서 올리고 물러난다.

2) 보천·효명태자(寶川·孝明太子)의 행다법

(1) 오대산 문수보살(五臺山 文殊菩薩)께 올리는 헌다의식(獻茶儀式)

장소 : 오대산 상원사(眞如院) 문수보살 앞 골짜기
인원 : 2명 (寶川·孝明太子)
의식 : 헌다의식
문헌 : 삼국유사 권3, 대산오만진신(臺山五萬眞身), 명주오대산(溟州五臺山), 보즐도태자전기(寶叱         徒太子傳記)
연대 : 신문왕(神文王 681-692년) 때
의의 : 보천·효명 두 태자는 날마다 진여원에 와서 36종의 모양으로 화현하는 문수보살님께 차          공양을 올려 성불(成佛)하기를 기원했다.
해설 : 두 태자가 수도생활을 위해서 문수보살께 날마다 골짜기의 물을 길어다 차를 달여 올렸는         데, 문수보살이 매일 두태자 앞에 화현하여 36가지의 모양으로 변신하여 모습을 나타내었         다. 이른 아침 지금의 상원사 자리에 와서 여러 가지 모습으로 변신을 해 보이자 환희심이         나서 두 태자는 온갖 공경의 예를 다 갖추어 허공에 계신 문수보살께 차를 달여 올린 것         이다. 이후로 보천태자는 득도하여 천인들의 예배와 차공양을 받게 되었다.
다구 : 휴대용 다구, 토기 다구, 유람할 때 휴대한 다구, 왕실용 다구
    · 다관(茶罐) ; 전다용(煎茶用), 토기
    · 차솥(茶鼎, 釜) : 돌, 철
    · 풍로(風爐·火爐) : 발달린 솥, 삼발이
    · 다연(茶 ) : 돌, 토기
    · 다저(茶杵) : 나무, 돌
    · 차통(茶桶) : 토기, 나무
    · 차(茶) : 잎차
    · 찻잔(茶盞) : 토기잔, 완, 은
    · 찻잔받침(茶盞托) : 목기, 토기
    · 표주박(茶瓢) : 토기, 목기,
    · 차숟가락(茶匙) : 철, 동
    · 차수건(茶巾) : 베
    · 차솔(茶拂) ; 목제
    · 찻상(茶床) : 목제, 베

헌다순서(獻茶順序)

- 먼저 허공에 화현화신 문수보살게 예배를 드린다.
- 다구를 펼쳐 놓고 차를 달일 준비를 하는데 보천태자는 다구를 챙겨놓고, 효명태자는 차 끓일      물을 길어 온다.
- 보천태자는 다기 배열을 하고 정리하며 효명태자는 골짜기에서 물을 길어와 돌솥에 끓인다.
- 불을 지펴 물을 끓이는 동안 보천태자는 차 올릴 단(壇)을 정리한다.
- 돌솥에 물이 끓으면 먼저 한 바가지 떠내서 다관과 찻잔에 부어서 데운다.
- 다관이 데워지면 다관에 물을 버리고 다관에 차를 넣는다.
- 다관에서 차가 우러나는 동안 찻잔의 물을 버리고 물기를 닦는다.
- 다관의 차가 알맞게 우러나면 찻잔에 따른다. 찻잔은 문수보살께 올리는 잔 한 개만 사용한다.
- 찻잔을 시자상에 옮겨 놓으면 효명태자가 받들고 가서 헌공단 위에 올려 놓는다.
- 보천태자와 효명태자가 나란히 허공의 문수보살을 향해서 예경을 올린다.
- 예배를 마치고 나면 잔을 물려서 헌식을 하고 다구를 다시 챙겨서 각기 자기 암자로 돌아간다.
- 매일 아침 이와 같이 헌다를 하고 각기 헤어져 자기 암자에서 도를 닦았다.
- 두 태자의 목식은 신라왕자(태자)의 복장이다.
- 문헌상에 전다(煎茶)로 되어 있기 때문에 잎차를 달이는 것으로 풀이하지만 신라 왕실에서 행하    는 헌다의식이 행해졌을 것이다.

(2) 오대산 신성굴 보천태자(五臺山 新聖窟 寶川太子)께 올리는 헌다의식(獻茶儀式)

장소 : 오대산 신성굴 보천태자 앞
인원 : 보천태자, 정거천인(淨居天人)들
의식 : 헌다의식
문헌 : 삼국유사 권3, 대산오만진신(臺山五萬眞身)
연대 : 신문왕(神文王 681-692) - 경덕왕(景德王 742-765)
의의 : 보천태자가 50년 동안 참 마음을 닦아서 도업을 성취하니, 천인(天人)과 천신(天神)들이 예         를 갖추고 법을 듣는다. 성자(聖者)의 지위는 하늘보다도 높다. 천인(天人)이 인간에게 차         공양을 올리는 최초 의식이다.
복식 : 신라 왕자(태자)복식
해설 : 보천태자가 불퇴전의 마음으로 50년 도안 도를 닦아 법력이 생기니 도리천( 利天)의 천신         (天神)이 도(道)를 묻고 정거천(淨居天)의 천인(天人)들이 차를 달여 바치고 호위해 주고          또 그가 가졌던 지팡이는 하루에 세 번씩 소리를 내면서 방을 세 바퀴씩 돌아다니므로 이         것을 쇠북과 경쇠로 삼아 수시로 수업했다. 이처럼 도업을 성취한 보천태자에게 천인들이         헌다공양하는 의식은 특별한 의식의 일종이다. 천인들의 의식은 인간세상의 의식과 동일시         하여 해석하는 길밖에 없을 것 같다
다구 : 천인(天人)들의 다구, 신라인의 다구, 숙다(熟茶)도구
    · 차솥(茶鼎, 釜) : 돌, 철, 동
    · 풍로(風爐) : 삼발이, 발 달린 솥
    · 다연(茶 ) : 돌, 토기
    · 차통(茶桶) : 토기, 나무
    · 차(茶) : 떡차
    · 찻잔(茶盞) : 토기잔, 완
    · 찻잔받침(茶盞托) : 목기, 토기
    · 표주박(茶瓢) : 토기, 목기
    · 차숟가락(茶匙) : 철, 동
    · 찻솔(茶拂) : 목제
    · 차수건(茶巾) : 베
    · 찻상(茶床) : 목제

헌다순서(獻茶順序)

- 먼저 보천태자가 계시는 신성굴 앞으로 천신(天神)과 천인(天人)들이 모인다.
- 보천태자께 천인들이 예배를 드리고 차를 끓일 준비를 한다.
- 보천태자의 주위에는 천인(天人)들이 옹호하고 정거천의 천인(天人) 몇 사람이 차를 달일 다구    를 준비한다.
- 차 도구를 보천태자 앞에 펼쳐 놓고 신통으로 불을 일궈 물을 끓인다.
- 물이 끓는 동안 떡차를 갈아서 가루로 만들어 놓는다.
- 돌솥에 물이 다 끓으면 물을 한 바가지 떠내서 찻잔을 데운다.
- 돌솥에 가루낸 차를 넣어서 끓인다. 이때 보천태자에게 올릴 차 한 잔만 끓인다.
- 찻잔에 물을 버리고 잔을 청결하게 닦아서 놓고 차가 익었나를 살핀다.
- 차가 잘 끓여졌으면 돌솥의 차를 떠내서 찻잔에 따른다.
- 찻잔에 따른 차를 찻상에 놓는다.
- 다른 천인(天人)이 찻상을 받쳐 들고 보천태자에게 가져다 올린다.
- 보천태자는 차를 받아서 천악(天樂)이 울리는 가운데 마신다.
- 보천태자가 차를 다 마시고 나면 찻잔을 천인(天人)이 받아서 가지고 물러난다.
- 다구를 챙겨서 예배를 드리고 승천한다.

3) 원효성사(元曉聖師)의 행다법

장소 : 부안 변산의 원효방 거실
인원 : 2명(元曉·蛇包)
의식 : 일반 행다법
문헌 :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 권23, 기(記) : 남행월일기(南行月日記)
연대 : 신라 태종무열왕(617-686)
의의 : 사포성인은 날마다 원효성사께 차를 달여서 대접했는데 기록상 가장 오래된 다실(거실)에         서의 행다법이며, 그 대상이 모시고 사는 어른이다.
해설 : 원효성사와 사포성인이 전북 부안군 변산에 있는 원효방에서 함께 지냈는데 사포성인이 차         를 달여서 원효성사께 드리려고 했으나 물이 없어 걱정을 하니 갑자기 절 옆 바위틈에서         맑은 물이 솟아나서 이 물로 차를 달여 공양을 하였다. 시자가 스승께 차를 달여 공양을          하는 이러한 행다법은 지금도 사원에 전승되어 오는 행다법이다. 이런 행다법은 주로 거실         에서 베풀어 진다.
다구 : 다실용다구, 백제 토기 다구
    · 차솥(茶鼎, 釜) : 돌, 철
    · 풍로(風爐·火爐) : 삼발이
    · 다연(茶 ) : 돌, 토기
    · 다저(茶杵) : 나무, 돌
    · 차통(茶桶) : 나무
    · 차(茶) : 떡차
    · 찻잔(茶盞) : 토기잔, 완
    · 찻잔받침(茶盞托) : 목기, 토기
    · 표주박(茶瓢) : 토기, 목기
    · 차숟가락(茶匙) : 철, 동
    · 찻솔(茶拂) : 목제
    · 차수건(茶巾) : 베
    · 찻상(茶床) : 목제

헌다순서(獻茶順序)
 
- 먼저 다실(방) 밖에서 탕관(차솥)에 물을 끓일 준비를 한다. 불을 피울 숯이나 마른나무를 가져    온다.
- 다실 밖에서 불을 피워 찻물을 끓일 차비를 해놓고 샘에서 물을 길어 온다.
- 화로에 차솥을 올려놓고 물을 끓인다. 물 끓이는 일은 밖에서 한다.
- 차 달일 다구를 챙겨서 다실로 가지고 들어가 배열을 마친다.
- 밖에서 물이 다 끓으면 삼발이나 화로를 준비해서 차솥을 가지고 들어와 다실에 놓는다.
- 떡차를 다연에 넣고 갈아서 가루로 만들어 놓는다. 가루차는 거친 가루이다.
- 차솥의 탕수를 한 바가지 떠서 잔을 데운다. 그리고 가루차를 차솥에 넣는다.
- 또는 가루차를 찻잔에 넣고 탕수를 한 바가지 떠서 그 위에 붓는다.
- 차솥에 넣은 차는 잘 끓여진 후에 찻잔에 떠내서 따뤄 마시지만,
- 찻잔에 가루차를 넣고 그 위에 탕수를 부어서 만든 차는 다선으로 저어서 거품을 낸다.
- 적당하게 물과 차가 섞여지고 거품이 나면 찻잔을 찻상으로 옮긴다.
- 찻상에 받들어 가지고 가서 원효대사께 드린다. 차를 다 마시면 찻잔을 물린다.
- 찻상에 찻잔을 받아 가지고 물러나 다구를 챙겨서 치운다.

4) 지장법사(地藏法師)의 행다법

장소 : 중국 구화산 신광령
인원 : 지장법사와 동자(道明) : 2명
의식 : 일반 행다법
문헌 : 해동역사(海東繹史)의 다시(茶詩), 사대명산지(四大名山志) 권8
연대 : 신라 진덕여왕(647-654)
의의 : 도명이라는 동자승과 함께 구화산 깊숙한 암자에서 수도를 하고 있었는데, 이때 도명시자         가 매일같이 차를 달여 스승께 차 공양을 올렸다.
해설 : 중국 안휘성 청양헌 구화산에는 신라 진덕여왕의 넷째 아들인 지장법사가 수도를 해서 등         신불이 된 도량이다. 이곳에서 수도하고 계실 때 어린 동자승(도명)과 함께 살았는데 이때         시자로 있던 동자가 매일같이 차를 달여 지장법사께 차공양을 올린 것이다. 이곳에는 지장         법사가 신라에서 가지고 갔다는 김지차(金地茶)가 지금도 전한다.
다구 : 다실용다구, 중국, 당나라 때 다기
    · 차솥(茶鼎, 釜) : 돌, 철
    · 풍로(風爐·火爐) : 삼발이
    · 다연(茶 ) : 돌, 나무
    · 다저(茶杵) : 나무, 돌
    · 차통(茶桶) : 나무
    · 차(茶) : 떡차
    · 찻잔(茶盞) : 잔, 완
    · 찻잔받침(茶盞托) : 목기
    · 표주박(茶瓢) : 토기, 목기
    · 차숟가락(茶匙) : 철, 동
    · 찻솔(茶拂) : 목제
    · 차수건(茶巾) : 베
    · 찻상(茶床) : 목제

헌다순서(獻茶順序)

- 먼저 차 끓일 도구를 준비하고 샘에서 찻물을 길어 온다.
- 밖에서 풍로와 차솥에 불을 피워서 찻물을 끓일 준비를 한다.
- 차솥에 찻물을 적당량 놓고 불을 피워 물을 끓인다.
- 찻물이 다 끓기를 기다려서 방안에 다구를 펼처 놓고 차 달일 준비를 한다.
- 차솥을 방안으로 옮겨와 자리에 놓고 떡차를 가루낸 차를 찻잔에 넣는다.
- 찻잔에 거품이 일고 찻가루가 잘 풀리면 잔을 들어서 찻상에 옮긴다.
- 찻상에 찻잔을 받쳐 들고 가지고 가서 지장법사께 올린다.
- 지장법사께서 다 드시고 난 후 찻잔을 받아 가지고 물러난다.
- 찻잔을 제자리에 놓고 다구를 챙겨 치운다.
- 다구는 적당한 장소에 매일 쓰기 편리하게 챙겨서 둔다.

5) 진감선사(眞鑑禪師)의 행다법

장소 : 지리산 쌍계사
인원 : 2명
의식 : 일반행다법
문헌 : 쌍계사진감선사비문《雙磎寺眞鑑禪師碑文(진감선사 대공탑비명)》
연대 : 신라 현덕왕 - 흥덕왕(810 - 830)
의의 : 진감선사가 쌍계사의 다실에서 혼자 차를 달여 마신 차생활은 사원의 승려들이 차생활을          할 때 혼자서 즐겨 행하는 다법이고, 시자가 차를 달여 스승께 바치는 행다법은 예나 지금         이나 공히 행하는 의식이다.
해설 : 진감선사가 지리산 쌍계사의 전신인 옥천사의 뜨락에서 돌솥에 섶나무로 불을 지펴서 찻물         을 끓이고 또 떡차를 가루내지 않고 덩어리 채 돌솥 속에 넣어서 차를 끓인다. 달관한 도         인이 시자도 없이 손수 차를 달여 마시는 모습은 아무것도 구애됨이 없고 걸림없이 사는         사람의 표본이다. 모든 사람들은 떡차를 가루내서 끓여 마셨지만 선사는 덩어리 채로 끓여         마셨다.
다구 : 다실용다구, 중국 다기
    · 차솥(茶釜) : 돌, 솥
    · 풍로(風爐·火爐) : 삼발이
    · 차통(茶桶) : 나무, 죽제
    · 차(茶) : 떡차
    · 찻잔(茶盞) : 토기잔, 완
    · 찻잔받침(茶盞托) : 목기, 토기
    · 표주박(茶瓢) : 토기, 목기
    · 차수건(茶巾) : 베
    · 연료(燃料) : 섶나무
    · 찻상(茶床) : 목제
      (제외된 다기)
    · 다연(茶 )
    · 다저(茶杵)
    · 차숟가락(茶匙)
    · 찻솔(茶拂)

헌다순서(獻茶順序)

- 먼저 거실 밖에다 차 끓일 준비를 한다.
- 풍로(삼발이)를 준비하고 섶나무와 돌솥을 옮겨다 놓는다.
- 찻상에 찻잔과 차통, 표주박, 차수건 등을 갖추어 가져다 놓는다.
- 차 끓일 샘물을 길어 와 돌솥에 붓고 불을 일궈 끓이기 시작한다.
- 찻물이 잘 끓으면 뚜껑을 열고 끓은 탕수를 한 바가지 떠내서 찻잔을 데운다
- 찻물이 잘 끓었으면 불 때던 일을 멈추고 돌 솥 뚜껑을 열고 떡차를 덩어리 채 넣는다.
- 잠깐 기다렸다가 차가 잘 알맞게 우러나면 돌솥에서 차를 떠내 찻잔에 따른다.
- 찻잔에 따른 차를 들고 마시기에 편한 장소로 옮긴다.
- 거실 안으로 가져 가기도 하고 가까운 장소에서 차를 마신다.
- 차를 다 마신 뒤에는 다구를 챙겨서 들고 가 깨끗이 닦아서 보관한다.
- 격식에 크게 얽매이지 않고 해야만 한다.

6) 수철화상(秀澈和尙)의 행다법

장소 : 지리산 실상사(實相寺), 법당
인원 : 사부대중
의식 : 헌다의식(제사)
문헌 : 실상사, 수철화상능가보월탑비(秀澈和尙 伽寶月塔碑)
연대 : 신라 헌덕왕 - 진성여왕(817 - 893)
의의 : 수철화상의 제단에 차를 달여 올리고 제사를 지내는 헌다의식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문         헌상 최초로 스님의 제단에 차를 올린 기록이다. 왕의 예물로 차를 보냈고, 또 이 차를 제         단에 끓여 올리고 제사를 지내는 최초의 일이다. 제물로 차가 등장한 사례이다.
해설 : 생전에 차를 즐겨 마신 수철화상은 입적하신 뒤에도 그의 제자들이 끓여서 올린 차를 대접         받게 되었는데, 더욱이 임금이 많은 차와 물자를 보내서 제사 드리게 하니, 그 예와 절차         에 모든 물자는 궁중에서 보낸 것을 받아 썼으며 극진한 예로 제사를 지내게 되었다. 스님         에게 임금이 보내준 차로 제사를 지낸 사례는 이 기록이 처음 있는 일이다.
다구 : 제례용다구, 신라토기 다구
    · 차솥(茶鼎, 釜) : 돌, 철(쇠)
    · 풍로(風爐·火爐) : 돌, 질화로
    · 다연(茶 ) : 돌, 나무, 토기
    · 다저(茶杵) : 나무, 돌
    · 차통(茶桶) : 나무, 죽제
    · 차(茶) : 떡차
    · 찻잔(茶盞) : 토기잔, 완, 헌다용
    · 찻잔받침(茶盞托) : 목기, 토기
    · 표주박(茶瓢) : 토기, 목기
    · 차숟가락(茶匙) : 철, 동
    · 찻솔(茶拂) : 목제
    · 차수건(茶巾) : 베
    · 찻상(茶床) : 목제
    · 시자상(侍者床) 목제

헌다순서(獻茶順序)

- 먼저 다각(茶角)이 법당 밖에서 차 끓일 준비를 한다.
- 풍로에 숯불을 일구고 돌솥에 찻물을 담아서 풍로 위에 올려 놓는다.
- 제단에 올릴 다구를 갖추어 정결하게 닦아서 준비하고, 제단에 제물을 준비해서 올린다.
- 제단에 제수를 모두 올리고 제 지낼 준비를 마치면 찻물을 끓인다.
- 밖에서 찻물이 다 끓으면 다기를 깨끗하게 씻고 찻잔을 데운다.
- 떡차를 다연에 갈아서 가루로 만든다.
- 찻물이 알맞게 끓으면 돌솥 뚜껑을 열고 차를 넣는다.
- 잠시 기다렸다가 차가 알맞게 우러났을 때 표주박으로 차를 떠내서 찻잔에 따른다.
- 시자상에 찻잔을 받쳐 들고 가져가 수철화상 제단에 올린다.
- 찻잔 뚜껑을 열고 다게(茶偈)를 한다.
- 헌다인은 의식 절차에 의해서 사자가 날라온 차를 제단에 올리고 축원을 한다.
- 차를 올리는 사람은 제사 때마다 바뀔 수 있고, 제사에 참가한 사람들은 모두가 함께 다게를 올    리며 또 차도 올릴 수 있다.
- 올린 차는 내려서 헌식을 하며 다른 사람이 마시지는 않는다.
- 제사를 다 지내고 나면 다구를 깨끗이 씻어서 챙겨둔다.
- 의식 절차는 별도로 행하며 그때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7) 최치원(崔致遠)의 행다법

(1) 신라(新羅) 최치원(崔致遠)의 부모(父母) 행다법(行茶法)

장소 : 신라 최치원의 고향집
인원 : 최치원의 부모(2명)
의식 : 일반 행다법
문헌 : 계원필경(桂苑筆耕) 권 13, 사탐청료전장(謝探請料錢狀)
연대 : 신라 헌강왕(880 - 884)
의의 : 신라 때 귀족들의 차 생활을 이해할 수 있는 사례이다. 최치원 선생이 신라 땅 고향에 계         시는 부모님께 차와 약을 사서 부치는 관습은 이 문헌이 처음이다. 이와 같이 신라에서 중         국으로 유학을 간 사람들은 중국차를 구해서 고향의 부모님께 보냈을 것이다.
해설 : 최치원이 보낸 중국차는 떡차였을 것이다. 당시엔 떡차를 돌솥에 달여서 마시는 팽다법이         일반화되어 있었다. 녹유를 금정(金鼎)에 끓이고 향고(香膏)를 옥구에 띄워야 한다고 한 것         은 떡차를 가루내어 돌솥에 끓여야 한다는 뜻이다. 최치원의 부모는 신라땅에서 중국차를         신라의 다기에 끓여서 마셨을 것이다.
다구 : 다실용다구, 중국 다기
    · 차솥(茶鼎, 釜) : 돌, 철
    · 풍로(風爐·火爐) : 삼발이
    · 다연(茶 ) : 돌, 토기, 나무
    · 다저(茶杵) : 나무, 돌
    · 차통(茶桶) : 나무
    · 차(茶) : 떡차
    · 찻잔(茶盞) : 토기잔, 완
    · 찻잔받침(茶盞托) : 목기, 토기
    · 표주박(茶瓢) : 토기, 목기
    · 차숟가락(茶匙) : 철, 동
    · 찻솔(茶拂) : 목제
    · 차수건(茶巾) : 베
    · 찻상(茶床) : 목제
    · 시자상(侍者床) : 목제

헌다순서(獻茶順序)
- 먼저 차 끓일 준비를 한다. 연료와 물을 준비한다.
- 거실밖에 풍로나 삼발이를 준비한다. 항상 차를 달이던 자리에서 끓인다.
- 샘물을 길어다가 돌솥에 붓고 찻물을 끓인다. 연료는 숯이나 백탄이나 마른나무를 쓴다.
- 떡차를 다연에 갈아서 가루로 만든다. 이런 일은 모두 다동(茶 )이나 시자(侍者)가 한다.
- 찻물이 끓으면 한 바가지를 퍼내서 찻잔을 데운 다음 가루차를 돌솥에 넣는다.
- 다시 불을 일궈 차를 끓인다.
- 차가 알맞게 우러나면 찻잔에 나누어 따르는데, 먼저 찻잔의 물을 버리고 잔을 닦아서 제자리에    놓는다.
- 표주박을 들고 돌솥의 뚜껑을 열고 차를 떠내서 찻잔에 나누어 따른다.
- 다동이 끓여서 잔에 따른 차를 시자가 찻상에 받쳐들고 방으로 들어가 두 분께 드린다.
- 다동은 다구를 챙겨서 씻고 시자는 차를 다 마신 후에 찻잔을 거두어 가지고 나온다.
- 모든 과정은 어른께 받들어 올리는 절차로 진행되며 이와 같은 의식은 전통적인 귀족 집 안에    서 행해졌다.

(2) 최치원(崔致遠)의 행다법(行茶法)

장소 : 중국(中國)·신라(新羅)의 거실(居室)
인원 : 2명(崔致遠·茶 )
의식 : 일반행다법
문헌 : 계원필경(桂苑筆耕) 권18, 사신다장(謝新茶狀)
연대 : 신라 헌안왕 - 진성여왕(857 - ?)
의의 : 최치원 선생은 중국에 유학 간 사람으로 중국에서 차생활을 익힌 사람이다. 12살의 어린          나이에 당나라에 가서 28살에 귀국하였는데, 차 생활은 중국에 머물고 있을 때 익힌 것으         로 당나라의 음다품을 그대로 이어받은 행다법을 했을 것이다. 행다법의 유입과 중국차의         수입이 함께 이루어진 셈이다.
해설 : 최치원 선생이 중국에 머물 때는 당나라의 음다풍이 절정에 이른 시기로서 육우가 다경을         저술해서 유포한 지 1백여년이 되는 때이다. 차는 이미 국음(國飮)이 되었고, 행다법도 체         계가 잡히기 시작하여 선비들 사이에는 널리 유행한 때이다. 떡차를 가루내어 돌솥에 끓여         옥찻잔에 따라서 마시는 사치와 풍류가 넘칠 때이다. 그 후 신라로 돌아온 최치원 선생은         당나라나 신라나 모두 정치적으로 타락한 것을 보고 실망하여 산으로 들어가 산수간에 살         다가 사라진다.
다구 : 다실용다구, 중국 다기, 신라다기
    · 차솥(茶鼎, 釜) : 돌, 금
    · 풍로(風爐·火爐) : 삼발이
    · 다연(茶 ) : 돌, 토기, 나무
    · 다저(茶杵) : 나무, 돌
    · 차통(茶桶) : 나무
    · 차(漢茗) : 떡차
    · 찻잔(茶盞) : 토기, 옥
    · 찻잔받침(茶盞托) : 목기, 토기
    · 표주박(茶瓢) : 토기, 목기
    · 차숟가락(茶匙) : 철, 동
    · 찻솔(茶拂) : 목제
    · 차수건(茶巾) : 베
    · 찻상(茶床) : 목제


헌다순서(獻茶順序)

- 먼저 차 끓일 준비를 한다.
- 풍로의 연료는 숯이나 백탄이나 나뭇가지 등으로 그때 형편에 맞는 연료를 준비한다.
- 샘물을 길어다 돌솥에 붓고 불을 일궈서 물을 끓인다.
- 찻물이 끓으면 먼저 탕수 한 바가지를 떠내서 찻잔에 부어 데운다
- 떡차를 꺼내 다연에 넣고 가루로 만든다. 차를 끓이기에 알맞게 만든다.
- 차를 가루 내면 돌솥의 뚜껑을 열고 가루차를 솥 안에 적당량 넣는다.
- 찻잔에 데운 물을 씻어서 버리고 차 따를 준비를 한다.
- 잔을 씻어낸 후 돌솥의 뚜껑을 열고 잘 끓여진 차를 표주박으로 떠내서 찻잔에 따른다.
- 찻잔을 들고 마시기에 적당한 장소로 옮겨 차를 마신다.
- 차를 다 마시고 난 후 잔과 그릇을 챙겨서 깨끗하게 씻는다.
- 차를 더 마시고 싶을 때는 다병에 따라 놓고 그때마다 찻잔에 따라 마신다.
- 중국식과 신라식의 겸용으로 격식을 싫어하고 자유분방한 것을 좋아하였다.

8) 사선랑(四仙朗)의 행다법

장소 : 강릉 경포대, 한송정·사선대 등
인원 : 4명(四仙·朗徒)
의식 : 신선 행다법(풍류)
문헌 :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與地勝覽) 권 44, 강릉대도호부(江陵大都護府), 누정(樓亭)
연대 : 신라(고조선)
의의 : 풍류도를 닦은 선인(仙人)들이 한송정이나 경포대에서 차를 달여 마시며 심신수련을 하는         사례는 선가(仙家)의 다풍(茶風)을 알 수 있는 독특한 행다법이다.
해설 : 선랑(仙朗)들은 무리를 지어 다니면서 심신수련을 하였는데 그들의 수련장에는 차를 달이         는 돌절구와 돌부뚜막, 돌우물과 다구들이 있다. 항상 차를 달여 마시기 때문에 깨지지 않         는 돌로 만든 다구들을 준비해 두고 사용했으며 산수간에 노닐면서 오악산천에 제사를 지         내고 또 낭도를 이 차를 나누어 마시기에 편리하도록 그 자리에 고정시킨 다구를 사용했         다.
다구 : 산천용다구, 돌다구
    · 다조(茶 ) : 돌 부뚜막
    · 다지(茶池) : 석지(石池)
    · 다구(茶臼) : 석구
    · 차솥(茶鼎) : 돌, 철
    · 다연(茶 ) : 돌,
    · 다저(茶杵) : 나무, 돌
    · 차통(茶桶) : 나무
    · 차(茶) : 떡차
    · 찻잔(茶盞) : 토기
    · 찻잔받침(茶盞托) : 목기
    · 표주박(茶瓢) : 토기, 목기
    · 차숟가락(茶匙) : 동
    · 찻솔(茶拂) : 목제
    · 차수건(茶巾) : 베
    · 찻상(茶床) : 목제

헌다순서(獻茶順序)

- 한송정에 석지조를 이용하여 차 끓일 준비를 한다.
- 석조는 찻물을 끓이며 차 달이는 부뚜막이고, 석지는 찻물을 보관하는 기구이다.
- 석지에 찻물을 길어다 놓고 석조에 불을 피워서 찻물을 끓인다.
- 석조 옆에 물을 채워서 물이 데워지도록 하고 연료는 숯이나 백탄을 쓰되 솔방울을 주워다 쓰    기도 한다.
- 다구를 깨끗이 씻어서 준비하고 찻물이 끓기를 기다려 물이 끓으면 약간의 탕수를 떠내 찻잔을    데운다.
- 떡차를 갈아서 가루로 만들어 돌솥에 넣어 끓인다.
- 차의 양은 손님의 수에 따라 가감을 한다.
- 찻잔에 물을 버리고 잘 달여진 차를 떠내서 찻잔에 나누어 따른다.
- 낭도 한 명이 찻잔을 받쳐 들고 정자 안에 계시는 사선에게 차를 날라다 드린다.
- 사선에게 차 대접을 마치고 나면 다른 낭도들이 마실 차를 달인다.
- 전과 같은 순서로 차를 달여 낭도들에게 차례로 나누어 준다.
- 낭도들은 자기의 찻잔은 각자가 휴대하여 차 마실 때 꺼내어 차를 받아서 마신다.
- 사선은 정자 안에서 마시고 낭도들은 밖에서 아무 곳이나 편리한 곳에서 차를 마신다.
- 사선이 차를 다 마시고 나면 찻잔을 거두어 가지고 나와 석조의 데워진 물에 씻어서 보관한다.
- 석조에 설거지하는 통이 함께 붙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4. 가락국 시대 행다법

1) 김수로왕묘(金首露王墓)의 행다법

장소 ; 가락국(김해)수로왕 묘
인원 : 수로왕의 자손들(김해 김씨) : 갱세급간( 世級干)(17대손)
의식 : 제례시 헌다의식
문헌 : 삼국유사(三國遺事) 권2, 가락국기(駕洛國記)
연대 : 신라 제 30대 문무왕(661년)
의의 : 가락국의 시조 수로왕묘에 제사를 지낼 때 차를 올리는 헌다의식은 지금까지 계승되어 오         는 헌다의식 일종으로 궁중에서는 선왕묘에 지내고 일반 민간에서는 조상님들 제사에 차         를 올린다.
해설 : 신라 제 30대 문무왕의 어명으로 60여 년간 끊겼던 수로왕묘의 제사를 다시 이어서 지내게         되었다. 본시 이 제사는 거등왕(가락국 제 2대)이 정해서 일년에 5차례(정월 3일, 7일, 5월         5일, 8월5일, 15일)씩 치루었는데, 구형왕이 신라에 나라를 빼앗기고부터 제사를 지내지 못         했다. 이렇게 끊겨진 제사를 다시 그 자손들로 하여금 지내게 했는데, 이때 차를 함께 올         렸다. 거등왕 때부터 차를 올렸는지 아니면 문무왕 때부터 차를 올렸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차로써 제사를 지낸 효시가 된다.
다구 : 제례시 헌다용 다구, 가야 토기
    · 차솥(石鼎) : 돌, 철
    · 풍로(風爐) : 돌
    · 다연(茶 ) : 돌, 토기
    · 다저(茶杵) : 나무, 돌
    · 차통(茶桶) : 나무
    · 차(茶) : 떡차
    · 찻잔(茶盞) : 토기(헌다용)
    · 찻잔받침(茶盞托) : 목기, 토기
    · 표주박(茶瓢) : 토기, 목기
    · 차숟가락(茶匙) : 철, 동
    · 찻솔(茶拂) : 목제
    · 차수건(茶巾) : 베
    · 찻상(茶床) : 목제
    · 시자상(侍者床) : 목제
    · 찻상포(茶布) : 베

헌다순서(獻茶順序)

- 수로왕묘 앞에 자손들이 모두 모여서 제사를 지낼 준비를 한다.
- 먼저 제물을 차례대로 준비해서 올린다. 한쪽에서는 차 달일 준비를 한다.
- 숯이나 백탄으로 풍로에 불을 피우고 돌솥을 올려 놓아 물을 끓인다.
- 찻물이 다 끓으면 헌다용 찻잔에 탕수를 부어 데운다.
- 찻잔을 깨끗하게 닦아서 놓는다. 그리고 떡차를 가루내어 돌솥에 넣어 달인다.
- 차가 잘 끓여지면 찻잔에 나누어 따른다. 차는 수로왕과 허황후 두 잔만 준비한다.
- 찻잔을 시자상에 옮겨 주면 집사가 받들고 나아가 헌관 앞에 이른다.
- 헌관을 도와서 집사가 헌관에게 찻잔을 건내고 다시 헌관은 집사에게 건내서 집사가 찻잔을 올    린다.
- 집사가 찻잔을 올리고 물러나면 헌관은 엎드렸다가 일어나 절하고,
- 다시 집사가 찻잔을 가져오면 헌관이 받았다가 다시 집사에게 건네 주고 집사는 받아서 허왕후    앞에 올린다.
- 집사가 찻잔을 올리고 물러나면 헌관이 일어나 절하고 제사의식을 이어서 진행한다.
- 제사를 다지내고 나면 제물을 조금씩 내려 음복하고 물러난다.
- 제사때 차를 올리는 의식은 이 기록이 효시이다. 이 의식 이후에 선왕묘나 조상님들께 차를 올    리는 의식으로 발전했다.

5. 발해(渤海)시대 행다법

  만주 동부, 연해주, 한반도 북부에 걸쳐 있던 나라로서 고구려가 멸망한 지 약 30년 후에 동북 지구의 당나라 세력이 쇠퇴한틈을 타 고구려의 유장(遊奬) 대조영(大祚榮)이 창건한 나라이다. 발해의 영토는 차나무 재배가 불가능한 지역이고 오직 당나라에서 수입해서 마셨으며 신라와는 적대시하여 교류가 없었으며 먼 일본과 교류를 하였다.
  그러므로 발해는 당나라의 차를 마시고 당나라의 관습을 모방했으며 심지어는 관제(官制)나 국도(國都)의 설계까지도 당의 제도를 모방하였다. 그래서 발해는 우리나라이면서도 우리의 관습보다는 당의 제도를 따른 것이다.
  차 생활 역시 당나라의 법도나 도구를 사용했을 것으로 사료되며 지금도 발해의 옛 영토가 중국땅으로 되어 있고 중국인들은 발해가 자기들 나라라고 하고 일본인들은 우리나라를 위축시키기 위해서 발해를 중국에 넘겨주는 역사적 횡포를 저질렀다. 그래서 역사의 왜곡과 문와의 말살이 함께 이루어진 발해의 행다법을 밝히는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6. 고려 시대 행다법

1) 고려의 진다의식(進茶儀式)

  고려시대 진다의식이란 삼국시대의 헌다의식(獻茶儀式)이 발전된 것으로 국가의 많은 의식에 차(茶)를 올리는 의식을 말한다. 차를 올리는 의식은 그 대상이 신불(神佛)이거나, 선왕(先王)이거나, 외국에서 온 사신(使臣)이거나, 임금이거나, 오악삼신(五岳三神)일 때도 있다. 의식 때마다 그 대상이 바뀌게 되는데 그 대상에 따라 진다의식도 그 절차가 각기 다르다.
  국가에서 행하는 진다의식에는 길례(吉禮)때 진다의식과 흉례(凶禮)때 진다의식과 빈례(賓禮)때 진다의식과, 가례(嘉禮)때 진다의식이 있는데, 그 절차와 의식을 차례차례 살펴보도록 하겠다.

(1) 길례 때 진다의식

  길례는 대사(大祀)와 중사(中祀)와 소사(小祀)로 나뉘는데, 대사는 환구( 丘)·사직(社稷)·태묘(太廟)·별묘(別廟)·경영전(景靈殿)·제릉(諸陵)이 있고, 중사는 적전(籍田)·선잠(先蠶)·문선왕묘(文宣王廟)가 있고, 소사는 풍사(風師)·우사(雨師)·뇌신(雷神)·영성(靈星)·제주현문선왕묘(諸州縣文宣王廟)등이 있다. 이 중에서 진다의식을 행하던 행사는 중사 때 문선왕묘에 한하고, 경영저에는 다방의 관원이 동원되어 행사에 참여는 하였지만 진다의식은 행하지 않았다. 그 외에 행사에는 진다의식이 없었다. 그러면 중사 때 문선왕묘에 행하던 진다의식을 살펴 보기로 하자.

① 중사 때 문선왕묘(文宣王廟)의 진다의식

장소 ; 문선왕묘, 돈화당
인원 : 왕과 신하들, 감관, 학관, 학생
의식 : 길례시 진다의식
문헌 : 고려사 권(卷) 62, 예(禮) 4, 문선왕묘
의의 : 문선왕이란 공자(孔子)를 말하는데, 문사들을 함께 모신 묘당에 제사를 드리고 제사에 참석        한 신료들에게 차를 하사하는 것을 말한다. 제단에 차를 올리지는 않지만 참석한 신하에게        차를 하사하는 의식이 있다.
해설 : 공자 이하 안외 등 여러 제자와 후학 문사들을 차례로 모시고 우리나라 사람은 문창후(文        昌侯) 최치원(崔致遠)과 홍유후(弘儒候) 설총(薛聰)을 모시었는데, 매년 춘추로 상정일(上丁        日)에 임금이 직접 거동하여 제사를 모시고 제사에 참석한 태자 이하 재추 신료들에게 차        를 하사하는 의식이다. 이 의식은 고려 초부터 실행이 된 의식이다.
다구 : 진다의식용 다구, 청자다구, 은
    · 다정(茶鼎, 釜) : 돌, 은
    · 풍로(風爐) : 돌, 질풍로
    · 다연(茶 ) : 돌, 청자
    · 다저(茶杵) : 나무, 돌
    · 차통(茶桶) : 나무, 청자
    · 차(茶) : 뇌원차(腦原茶), 대차(大茶)
    · 찻잔(茶盞) : 청자
    · 찻잔받침(茶盞托) : 청자
    · 표주박(茶瓢) : 청자, 목기
    · 차숟가락(茶匙) :  동
    · 찻솔(茶拂) : 목제
    · 차수건(茶巾) : 베
    · 찻상(茶床) : 목제

진다의식(進茶儀式)

- 다방의 관원들은 문선왕묘의 제사에 참석하고 또 시학에 참석한 신료들에게 드릴 차를 준비한    다.
- 먼저 문선왕묘에 제사를 드린다. 이때는 차는 쓰지않고 술과 희생만 쓴다.
- 제사를 마치고 왕이 돈화당(敦化堂)으로 납시면 모든 신료가 만세를 부른다.
- 임금이 자리에 앉고 신료가 차례로 자리에 나아가 재배 무도하고 절을 올린다.
- 강서관(講書官)이 사인의 안니로 올라와 선지를 받들어 책 읽기를 마치면 모두 일어나 자리로     돌아가 입정한다.
- 각문사가 왕의 말씀을 전하여 차를 하사하면 사인의 찬배로 왕태자 재추 이하 모든 군신이 재    배를 한다.
- 왕태자 이하 군관이 당에 올라가 각각 자리에 나아가 선다.
- 사인이 「각각 자리에 나아가라」고 하면 왕태자 이하가 각각 자리에 나아간다.
- 차를 하사하기를 마치면 감관, 학관, 학생은 뜰 밑에서 서서 차를 받는다.
- 차를 마시라고 하면 모두 함께 마시고 사인의 찬배로 재배를 드린다.
- 모두 마시기를 마치고 다시 재배하고, 사인의 안내로 뜰을 내려가 자리에 나아가면 사인의 찬배    로 왕태자 이하 재추 및 감관이 재배한다.
- 임금은 처음 거동할 때와 같이 대내로 들어가신다.

(2) 흉례 때 진다의식

  흉례는 국휼(國恤) 진위의(陳慰儀) 부태묘의(附太廟儀) 상국사제존증부조위의(上國使祭尊贈賦弔慰儀)·제신상(諸臣喪)·인국상(隣國喪)·중형주대의(重刑奏對儀)등이 있는데, 이중에서 제신상 때에는 부의품(賻儀品)으로 차(茶)를 하사하셨고, 무거운 형벌을 내리는 의식때에는 진다의식을 행하였다.

① 중형주대의(重刑奏對儀)의 진다의식

장소 : 내전(內殿) 남랑(南廊)
인원 : 왕과 신하들, 승선, 중방, 원방
의식 : 흉례시 진다의식
문헌 : 고려사 권 64, 예 6, 흉례편
의의 : 중형(重刑)이란 무거운 형벌을 말한다. 중형을 내릴 때 임금에게 고하고 참결을 제하도록          하는데, 이때 모든 신하들이 내전의 남쪽 낭하에서 뵙고 주대하는 의식을 올릴 때 차를 임         금께 올리고 또 신하들에게 차를 하사하시게 된다. 이처럼 차를 올리고 또 차를 하사받는         진다의식이 치뤄진다. 이 진다의식은 중형을 내릴 때 치뤄지므로 흉례에 속한다. 제단을          모으거나 신불을 대상으로 삼지 않고 임금께 차를 올리고 신하에게 차를 하사하시는 의식         이다.
다구 : 진다의식용 다구, 청자다구, 은
    · 다정(茶鼎) : 돌, 은
    · 풍로(風爐·火爐) : 돌, 질풍로
    · 다연(茶 ) : 돌, 청자
    · 다저(茶杵) : 나무, 돌
    · 차통(茶桶) : 나무, 청자
    · 차(茶) : 뇌원차(腦原茶), 대차(大茶)
    · 찻잔(茶盞) : 청자
    · 찻잔받침(茶盞托) : 청자
    · 표주박(茶瓢) : 청자, 목기
    · 차숟가락(茶匙) : 은, 동
    · 찻솔(茶拂) : 목제, 동
    · 차수건(茶巾) : 베
    · 찻상(茶床) : 목기

진다순서(進茶順序)

- 중형주대의를 준비하는 일은 다방관원이 직접 준비하는데, 그에 따른 다른 의식은 다른 부서에    서 맡는다.
- 먼저 왕이 편복으로 내전으로 나와 남쪽 낭하에 자리하고 앉는다.
- 6국원들이 차례로 숙배하고 각문이 정전의 뜰에 들어가 옆으로 가면서 재배하고 자리에 나아간    다.
- 재신과 추밀이 들어와 재배하고 집례의 인도로 자리에 나아간다.
- 다방의 관원이 옆에 전각에서 차를 달여 주면 다방참상원(茶房參上員)은 옆문으로 들어와 찻잔     을 올린다.
- 내시칠품원(內侍七品員)은 찻잔의 뚜껑을 벗기고 집례가 전각 위의 앞 기둥 바깥쪽으로 올라가     면전에서 절하고(임금에게)차를 권하고 놓은 뒤에 전각에서 내려 온다.
- 다음으로 원방(院房)의 8품 이하가 재추에게 차를 올리면 집례가 또 전각 위로 올라가 엎드려      찻잔을 내어 주실 것을 면전에서 청한다.
- 다음에 단필주대원(丹筆奏對員)이 들어가 아뢰고 단필로 참결을 받는다.
- 다방의 관원들은 찻잔을 거두어 가지고 옆문으로 나가서 다기 옆에서 끓인다.
- 임금과 행사에 참석한 모든 신하들에게 차가 베풀어진다. 그래서 많은 양의 차를 달인다.
- 차를 끓이는 도구들이 대형화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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